Chapter 111
1.
폐허에서 빠져나온 직후, 나는 선생님의 등에 업혀 울상을 짓는 게임개발부 쌍둥이의 칭얼거림을 배경삼아 곧바로 밀레니엄 캠퍼스 내부의 의무실로 향했다.
갑자기 피로 떡칠된 나를 업은 채 들이닥친 선생님 일행에 의무실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곤 검사를 진행했다.
“뭐지? 이럴 리가 없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요?”
“아뇨…. 너무 멀쩡해서 문제인데요, 이건.”
“예?”
결과는 당연하게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 그렇게나 피를 흘린데다, 폐허에서 전해진 충격은 밀레니엄 외곽에도 전해질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이었으니까.
그걸 직격으로 맞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
온갖 검사를 마치고 인증까지 받았으나, 처방을 하던 의사도, 나를 데리고 온 일행들도, 그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인들도 믿지 못했기에 결국 차도를 지켜보자며 나를 강제적으로 의무실에 감금시키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나로썬 당황스런 결정이었지만 한편으론 이해되기도 했다. 나였어도 미사일 맞고 멀쩡하다면 안믿길거 같긴 하다. 새삼 내 재생 능력이 얼마나 크게 강화되었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반강제로 매일 저녁에 하던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의무실에서 지낸지 하루가 지나고, 느긋하게 오전을 보내던 내게 손님이 찾아왔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선생님이었다.
내게 제대로 된 사건의 전말을 듣기 위함이었다.
이번 폐허행을 주도한 것은 게임개발부였지만 그걸 책임지는건 결국 어른인 선생의 몫이었기에 이번 소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여러모로 뛰어다닌 모양이었다. 지금 나를 찾아온 것도 그것의 연장선인 셈.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충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어떻게 된거냐면요…….”
딱히 감출 일도 아니었기에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물론, 무명사제에 관한건 꺼내지 않고 말이다.
선생을 믿지 못한다기보단 아직은 개인적으로 그들이 꺼낸 말들의 의미를 곱씹어보기 위함이다.
거기다, 의무실이라곤 하나 여기에 리오 회장의 시선이 닿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으니.
“갑자기 미사일이 날아오더라고요.”
“미, 미사일?!”
“다행히 방패로 제때 막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 기다렸다는 듯이 오토마타가 끊임없이 몰려와서…….”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저거다.
미사일. 그리고 무한에 가까운 오토마타 병력.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제 느껴졌던 충격을 생각하면 다들 ‘그런가?’ 하기는 할 것.
선생도 마찬가지로 처음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가면 갈수록 표정을 굳히며 말 그대로 ‘책임감’을 느끼는 표정으로 변질되어가는 모습이다.
내가 나서서 미끼 역할을 자처했지만, 병력의 시선을 끄는 것과 미사일을 직격으로 맞는 것은 이야기가 다른 법이다.
어른이자, 선생인 그에게 있어 충격적인 이야기겠지.
어찌보면 자신 탓에 학생 한 명이 죽을 뻔한 셈이니까. 물론 난 일반적인 학생이 아니지만.
“그때 히이로 너를 지상에 두고가면 안됐는데…….”
거 봐라. 지금도 죄책감과 책임감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자책을 머금고 있지 않나.
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선생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제가 선택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아시잖아요? 저 강해요. 미사일 하나로 사경을 오가는 수준은 아니니까 그리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난 선생이니 너희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보호할 책임이 있어.”
“선생님의 그 책임에는 학생의 선택을 믿고 맡겨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그래도 이건 아니야! 아무리 네가 상처가 빨리 낫는다고 해도 고통이 사라지는건 아니잖아!”
“…….”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실제로 미사일에 엊어맞은 직후, 충격 탓에 팔 한쪽이 안움직이기도 했었으니까.
몇 분 지나니까 재생되기는 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내가 아이언맨 슈트를 입는게 아닌 이상, 현대 화기에 노출되면 고통을 고스란히 받는 것은 앞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일 터.
그리고 또한…….
‘미사일을 맞아보고 깨달았지.’
에덴조약 때 일어날 미사일 폭격.
그것을 막을 수 있다면 최대한 막아야겠다고.
죽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제 맞아보니 알겠다. 이 고통은 일반적인 학생이 쉽게 떨쳐낼만한 고통이 아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하하.”
“후우…. 그래서, 어제의 일은 이게 전부니?”
“네. 마음 같아서는 제가 어떻게 싸웠는지도 다 해설해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거 같아서요.”
“……나중에 들려줘. 오늘은 바쁠거 같네.”
“이런. 제가 도와드려야 하는건데.”
“괜찮아. 히이로는 쉬어. 어제 그렇게 고생했는데.”
내 말에 허허 웃으며 고개를 젓는 선생님.
흠. 그 정도였나.
…생각해보니 맞는거 같기도 하고.
“그럼, 가볼게. 몸조리 잘하렴.”
대충 묻고 싶었던건 다 물었는지 이제 다시 정리를 하러 가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선생님.
아무래도 사후처리가 조금 남아있는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지만, 여기서 바깥으로 나가면 아마 히마리 선배가 엄청 화내지 않을까?
‘으음. 그건 좀 감당하기 어려운데.’
묘하게 엄마 같은 히마리 선배다.
잔소리를 들으면 막상 힘들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여러모로 고마운 점도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뭐, 그건 그거고.
“선생님.”
“응?”
“잠시 귀 좀 빌려주세요.”
선생님에겐 할 말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손짓하여 고개를 가까이했다.
“제안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조만간 비밀리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알겠어.”
“그리고… ‘시라누이 카야’를 조심하십시오.”
“으, 응?”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선생에게서 떨어졌다.
내 말이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졌는지 선생은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눈치가 빠른 그이니 입 밖으로 내뱉진 않을 터.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중에 또 뵈요. 선생님.”
“……알겠어. 또 보자, 히이로.”
그렇게 선생의 병문안은 마무리되었다.
2.
이번 폐허행을 통해 여러모로 느낀게 많았다.
나 자신의 무력에 대한 한계, 여전히 키보토스 각지에 즐비해있는 적수들, 내가 나아갈 방향,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까지 구상만 했던 집단의 필요성.
디펜더스. 단순히 충동적으로 지은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이 집단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구체화 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들어 내가 모르는 미지의 적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시점, 나 또한 마땅한 세력을 구축하여 그들의 공격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까지 너무 소극적으로 개입했었지.”
메인 스토리에 관한 고민까지 해결된 상황.
이제 내가 눈치보며 머뭇거릴 필요마저 없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제부터 메인 스토리에 본격적으로 개입하여 이야기를 바꿔나갈 생각이었다.
메인스토리? 알빠노.
이제부턴 내가 하늘에 서겠다.
후후후. 운명을 내 손으로 바꿔버리겠다. 운명파괴자. 그게 나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돼?”
“그, 그게…….”
그런 의미에서 게임개발부 쌍둥이가 병문안을 왔을 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 물음에 묘하게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내는 것을 머뭇거리는 쌍둥이의 모습.
뭐야, 왜 이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이내 모모이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미, 미안해! 히이로……!”
“……응?”
“도와줬는데 다치게 해서 미안해, 흐어엉…….”
“엥? 뭐, 뭐야. 왜 울어.”
“많이 아팠지, 미아내. 으히잉…. 내가 폐허로 가자고 말만 안했어도…. 훌쩍!”
아무래도 내가 폐허에서 다친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 쌍둥이 모두 똑같은 마음인지 같은 순간에 울음을 터뜨리며 내게 안겨들었다.
“아니, 나 괜찮다니까?”
“우씨, 거짓말하지 마! 훌쩍, 선생님한테 들었어! 다쳤는데 상처가 빨리 나은거라며어……!”
“맞아요! 우으, 저희가 억지만 부리지 않았어도……!”
“아니. 그딴걸 왜 말하고 지랄- 아. 미안.”
“흐어어엉……!”
“흐우우으으……!!”
제발 그만 울어다오.
나는 결국 몇분간 쌍둥이를 달래는데 애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잠시 진정이 됐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모모이가 이내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G.Bible 필요 없어……! 폐허 다신 안가……!”
“어? 그, 그러면 게임은?”
“저희끼리 게임 만들게요, 미안해요…….”
“그래!! 원래 편법은 쓰면 안되는거였어! 우리의 힘으로, 직접 만들어야 의미가 있는거야!!!”
“…….”
“우리의 손으로 최고의 게임을 만들겠어!!!!”
뭔가 갑자기 각성해서 멋있는 말을 내뱉는 모모이였지만 나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좆됐다. 시발. 이거 진짜 좆됐는데?
G.Bible을 안찾는다고?
안!!!!돼!!!!!!!!!
G.Bible 그거 존나 중요한 거라고!!!!
게임개발부는 그저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 방법이 적힌 오파츠로 생각하겠지만, 원작의 지식이 있는 나는 G.Bible의 정체를 알고 있다.
그것은 무려 최종장에도 큰 기여를 하는, 이번에 폐허에서 주워 온 소녀 ‘텐도 아리스’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 일종의 ‘열쇠’였으니까.
‘시발. 이러면 최종장에도 영향이 생기는데?’
운명을 내 손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지 몇 분.
나는 곧바로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나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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