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19



1.

“방송, 인가요.”

내 목표를 위해서라도 언제나 돈은 필요하다.

나의 이상을 실현하고, 학생들과 시민을 구하며,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이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그래서 나는 히어로가 되기를 선택했고, 현재에 이르러 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내릴 수 있는 영역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일반적인 학생으로 살았다면.

지금과 같은 선택지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었을까?

어쩌면 지금처럼 돈을 필요로 하지 않고, 소소하게 살아가며 원작 내용을 아는 조력자로 활동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현 시점에서 나의 선택은 큰 무게를 지닌다. 영웅이기에, 영향력이 크기에, 더 나아가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가 작지 않기에.

누군가의 말처럼, 돈은 언제나 합리적인 계획에 따라 소비를 해야만 하고 이러한 자금을 버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히어로 활동이 아닌 빌런처럼 행동했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많은 자금을 벌었겠지.

하지만 그와 반대로 다른 이들의 호응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호의도 마찬가지로 못받았겠지.

그렇기에.

“거절하겠습니다.”

나는 하레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

방송이 나의 활동을 키보토스에 널리 퍼지게해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 ‘돈’이 엮여버린다면 그것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상반될 것이다.

혹시 모르지.

내가 히어로 활동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해 히어로 활동을 하게 될 수도.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됐다. 차라리 상하차를 뛰고 말지, 누군가의 자본에 의해 휘둘리는 나약한 히어로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건 내 신념이었으니까.

솔직히, 돈이라는 말에 혹한건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 돈에 혹하지 않겠는가. 나도 베리타스가 제멋대로 한 후원을 통해 돈을 받게 되니 거부감을 들었어도 속으론 살짝 기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거기까지다.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히어로가 시민에게 돈을 받는 행위는 절대로 삼가야만 하는 일이었다.

어쩌다 한 번은, 지금처럼 딱 한번 정도라면 우연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어 우연이 아닌 고의로 변질된다면.

“하레. 전 제가 하려는 활동에 ‘조력’은 있더라도 ‘후원’이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왜 모든 히어로 장르에서 사이드킥이 존재하는가.

어째서 대부분의 히어로물에서 ‘돈을 버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가.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간단했다.

불편하니까. 돈은 그만큼 무섭고, 탐욕스러운 물질이니까. 히어로는 만인을 위한 존재이지, 특정한 누군가를 섬기는 존재가 아니니까.

활동에 조력은 받을지언정 히어로 활동의 근원이 누군가의 후원이어서는 아니되니까.

그러니.

“전 후원따위 받을 생각 없어요.”

히어로 활동에 다른 누군가의 돈이 뒤섞인다면 그것은 ‘자경활동’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질된다.

모두를 위한 활동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활동으로 변해버린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사실을 강하게 전달했다.

나의 강경한 반응에 모든 베리타스 부원들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아무래도 내 예민한 반응에 놀란 눈치였다. 살짝 마음이 미안해졌지만…….

‘이 부분은 확실하게 전해야지.’

그녀의 속내가 어떻든, 무슨 의도로 말을 꺼냈든지 간에 나의 의사는 확실하게 짚어야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들을 나의 동료로 삼고 싶었기에.

그렇기에 그녀들이 나의 진심 또한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저는 꿈이 있어요. 아주 길고도 먼, 어쩌면 이뤄질 수도 없는 아득한 꿈이죠.”

“…….”

“그 과정은 굉장히 험난할거고, 도중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래도 나아갈겁니다. 그래서 나를 도와줄 동료들을 모으려고 했던 것이고요.”

베리타스의 모두는 모든 행동을 멈추고 내 말에 경청했다. 나는 그녀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말을 다시금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 과정에 잡음은 없어야해요. 험난하고, 고된 일이기에. 오직 저만의, 저희만의 힘으로만 이뤄내야 하는 일. 누구의 개입도 있어선 안됩니다.”

“……그게, 네가 반대하는 이유야?”

“네. 저는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면서 이상한 곳으로 길이 틀어지지를 않을 뿐이에요.”

“으음…….”

내 진지한 주장에 하레는 곤혹스럽다는 듯 침음을 내었다. 아마 내 급발진에 마음이 조금 상했으려나. 가슴이 쿡쿡 찔리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말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미안. 내가 오해하게 말을 꺼냈었네.”

“……?”

“네가 걱정하는게 그런거라면 해도 되겠는데, 방송.”

“네?”

2.

방송을 해도 되겠다니.

그녀는 내가 한 말을 이해한 것일까.

이번엔 내가 당혹스러워하며 말을 꺼내려는 순간-

하레는 고개를 저으며 내 말을 끊었다.

“오해하지말고 들어줘. 나는 애초에 방송과 후원은 별개의 개념으로 두고 말한거거든. 아무래도 지금의 상황은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방송의 개념이 서로 달라서 나온 상황인거 같네.”

“……방송의 개념이요?”

“응. 추측해보건데, 네가 생각한 방송의 개념은 아마 이런거겠지.”

실시간으로 영상을 대중들에게 전파하며, 그 과정에서 시청자와 소통하고 후원을 받는 스트리밍.

실제로 비슷했다. 내가 본 방송이라고 하면 TV에서 틀어지는 공영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송출되는 스트리밍 방식 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다.

스트리밍 방송은 시청자의 후원과 여론에 필연적으로 내가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니.

하지만 하레는 이러한 형태의 방송을 부정했다.

애시당초 그녀는 저런 식의 방송을 진행할 생각이 없었다.

일전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은 어디가고, 온전히 베리타스의 천재 해커로써의 면모만 남긴 채 하레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내가 생각한 방송의 이점은 다음과 같아. 방송을 통한 활동의 직·간접적인 도움 제공, 그리고 너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정보의 취득. 결과적으로 나는 너의 모든 활동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예정은 없었어.”

그녀가 이야기한 방송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방송 녹화를 통한 기록, 그리고 정보의 취득 및 해석. 더 나아가 촬영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투명 드론을 이용한 도움 제공.

이는 마치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에게 선물했던 ‘이디스(E.D.I.T.H.)’를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이번 와카모와의 전투때와 같이 가끔가다 키보토스 전역에 내 활동을 송출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준비를 해놓자는 것이 하레의 의견이었다.

“오해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창피함에 얼굴을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전부 나의 착각이었다.

‘아니, 솔직히 착각할만 했잖아!’

속으로 비명을 질러보았지만 나는 이해한다며 미소짓는 하레의 얼굴에다 그런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이건 내가 착각해서 돌진한게 맞으니까.

‘하아, 이래서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건가.’

그녀가 말한 방송은 내가 생각하는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닌, 나를 보조하며 기록하는 형태에 가까웠다.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영상 기록을 유동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대비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영상 녹화는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다양했으니까.

언젠가 내가 공개적으로 누군가에 대한 정보를 배포해야할 때나 일종의 여론전을 치러야 할 때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하레에게 재차 물었다.

“그, 그럼 후원은 뭔가요?”

“일종의 이목을 끌기 위한 대책이지. 나나시, 너 일반인 신분으로도 돈을 벌어서 히어로 활동에 쓸 예정이지? 지금까지 계좌 내역을 보니 그런거 같은데.”

벌써 그것도 해킹한지 오래구나.

나는 쓰게 웃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너에게 요청받고 해킹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한가지 있는데, 그게 뭐인줄 알아?”

“뭔가요?”

“이 도시에는 생각 이상으로 ‘실크’의 실체를 캐내려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

“너에게 얻어 맞은 카이저 코퍼레이션이 그 예시 중 하나지. 양지, 음지의 정보를 가리지않고 너에 대한 족적을 끊임없이 파고들어 어떻게든 너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하고 있으니까.”

“…….”

“아마 지금쯤이면 네가 밀레니엄 학생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기는 할걸. 그게 확신으로 변하면 모든 밀레니엄의 보안을 쑤셔서라도 널 찾아내려고 하겠지.”

영웅은 적이 많다.

이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그래서 나에게 적대하는 일들을 직접 마주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들이 보이는 반응을 이해했다.

하지만, 물밑 아래에서 나의 정보를 캐내려는, 그런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직접 전해듣는 것은 그 충격의 유형이 달랐다.

심지어 그 카이저 놈들도 나를 노리고 있단다.

그 사실을 알게되자 내가 보인 반응은 헛웃음이었다.

“……하, 제가 정말로 열심히 활동하긴 했나보네요.”

“응. 솔직히 알아보면서 감탄했어. 단기간에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적대하는건 처음 봤거든.”

그녀의 이어진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레가 말한 ‘후원’이란 간단히 말하면 명목이었다.

언젠가 실크의 신분이 밀레니엄의 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경우를 대비하여, 학생 신분으로 버는 돈을 실크에게 후원하여 그 시선을 회피하는 것.

더 나아가, 이 부분을 통해 실크를 돕는 동료를 특정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이점의 활용까지.

“우리는 네가 단순히 시민의 구출이 아닌, 더 큰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판단했어. 그래서 너의 활동을 위해서도 빠르게 돈을 모아야한다고 판단한거고. 그래서 이런 형식으로 생각한거지.”

“하레…….”

“불편하다면 멈추겠지만, 우리의 의견은 이래. 네가 보다 더 큰 목표를 지니고 있다면, 지나가는 길에 시민들이 건네주는 호의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

“…….”

“그저, 그것 뿐인 의견이었어.”

물론, 실크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비영리 단체를 새로 개설해서 실크의 활동 지원을 명목으로 지원금을 모으는 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와 동료들의 활동 자금이 되리라.

“물론, 진짜로 실크에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후원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기는 할거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꼼꼼하게 검토하고 정리할테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도 그건 바라지 않으니까.”

“여러분…….”

“마음쓰게 해서 미안해. 우리도 나름대로 너에게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다가 나온 방법이 저거였어.”

하레는 아까의 내 반응을 보고 미안하다 생각했는지 볼을 긁적이면서 사과를 건네왔다.

그녀 뿐만이 아닌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사과하려는 모습에 나는 빠르게 고개를 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들에게 달려가 품에 껴안았다.

포옥-

인원이 많아서 다 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의 난 마음이 벅차올라서 한명씩 강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거든.

“고마워요 다들! 그렇게까지 생각해줘서! 저희 평생가요, 정말로!”

“어, 으응. 나, 나나시. 너무 가까운거 같은데…….”

“음음. 조금 더 감사하도록! 하하하!”

“숨 막혀요.”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

나는 놓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실감했다.

얘들은 천사가 맞아. 트리니티도 이 애들의 심성을 보면 천사라면서 탐내지 않을까.

3.

처음 베리타스를 방문했던 목적과는 달리 대화 주제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사이가 크게 가까워지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녀들에게 나의 목표 중 하나를 슬쩍 전달했고, 그녀들 또한 깊은 흥미를 보이며 그 목표에 동행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그녀들에게 말한 목표는 무엇이냐.

그것은 바로-

“─디펜더스(Defenders).”

나를 중심으로 영웅들을 모아 세력을 형성하는 것.

우리는 하나의 세력으로써 키보토스에 닥쳐올 수많은 위협에 대항하고, 평화와 질서를 수호해낼 것이다.

그 유명한 ‘어벤져스’처럼.

여기선 우리가 학원도시를 수호하는 것이다.

이는 혹여나 내가 개인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자, 모두의 힘을 하나로 규합시키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

더 나아가, 내가 밀레니엄을 지켜보며 품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이기도 했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학생회장의 독단을 막을 세력이 없다면, 그렇기에 훗날 있을 전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만들면 돼.”

그것이 나의 해답이었고, 나는 츠카츠키 리오의 독단을 막기 위한 조각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나 자신.

두 번째 조각은 ‘엔지니어부’.

세 번째 조각은 ‘초현상특무부’였다.

그리고 네 번째 조각은 ‘베리타스’가 되었다.

그렇게, 미래를 위한 초석은 아주 천천히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채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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