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29



1.

“죄, 죄송해요……!”

사소한 오해로 인한 해프닝도 잠시, 빠르게 불량학생을 해치우고 설득을 시도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사과하는 후우카.

대충 사정을 들어보니 요리 재료가 떨어져서 구매하러 왔다가 불량학생들의 테러에 휘말린 모양이었다.

실크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고 하니 방금은 음식 재료가 타버린 충격에 눈이 돌아가버려서 제대로 피아식별이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재료가 전부 타버리진 않았네요. 일부라도 멀쩡하니 다행입니다.”

“그렇긴 하죠. 타버린 재료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사야겠지만요…….”

“으음. 또 습격이라도 당하시면 어쩌시려고요?”

“뭐, 열심히 피해 다녀야죠. 여기는 평소에도 그랬으니까요, 아하하…….”

“…….”

미친 도시네. 진짜.

정상인이 눈치를 보며, 미친놈들이 활개를 친다니.

악마들의 소굴이니 이게 정상 같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착한 애가 고통을 받는다고?

암담한 현실이 따로 없었다.

이게 게헨나의 ‘상식’? 알고 싶지 않았어…….

“…고생이 많으시군요.”

“저보단 나쁜 사람들과 매일 싸우시는 실크 님이 더 고생이신걸요. 이번에 게헨나에 오신 것도 그렇고.”

“…….”

얘 뭐야, 왜 이렇게 착해.

게헨나 학생한테 천사라고 하면 욕이려나?

‘넌 내가 반드시 지켜준다, 후우카야.’

내가 애처로운 시선을 자신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후우카는 설핏 미소를 흘리며 뒷머리를 매만졌다.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말하는 모습이 참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말을 꺼내고 말았다.

“후우카 씨, 제가 당분간 호위해드릴게요.”

“……네?”

“당분간 급양부에서 신세를 져도 괜찮을까요?”

“네?! 저, 저희 동아리에……?!”

[네?! 히이로, 그게 무슨 말이에요……!]

히마리마저 깜짝 놀랄 정도의 결정.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게헨나에서 나쁜놈들을 벌하면서 착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온 것이지 않은가?

후우카만큼 착하고, 악마답지 않은 학생이라면 바로 곁에서 지켜줄 가치가 있는 학생이리라.

그 외에도 급양부를 거점으로 삼아 게헨나에서 활동을 더욱 편하게 이어갈 수도 있고 말이다.

단순히 후우카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닌, 나 또한 나름의 이득이 있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 물음에 후우카는 당황스러웠는지 어버버하는 모습을 보이다 내게 물어왔다.

“가, 갑자기 왜 저를……?”

어째서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가.

후우카의 말 속에는 그러한 뜻이 담겨있었다.

나는 간단히 답했다.

“그냥 후우카 씨가 신경쓰여서요.”

“무, 무, 무슨……!”

[히이로? 제가 잘못 들은건가요? 네?]

당황하는 두 사람.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적어도 후우카 씨처럼 착한 사람이 마음 편하게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게 바꾸고 싶습니다. 이곳을.”

“아…….”

[큿. 저는 또 착각을…….]

못된 놈들이 눈치를 보고, 착한 이들이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장소로 만들겠다.

과연 게헨나에서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애초에 내 목표는 게헨나 전체의 변화가 아니었다.

내가 게헨나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나라는 존재를 게헨나에 각인시키고 약간의 공포와 아주 약간의 주저함을 새겨넣는 것.

그로 인하여 게헨나의 불량학생들과 범죄자들이 충동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내 목표였다.

고담 시티에서 배트맨이 저녁에 나타나는 공포의 상징이 된 것처럼.

‘내가 놈들의 악몽이 된다.’

게헨나의 상황을 단번에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결하지 않으면 된다.

그저 범죄를 줄이는 것으로도 선도부와 후우카와 같은 일반인들의 상황은 더욱 나아지겠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니 부탁드려요, 후우카 씨.”

내 목표를 전해들은 후우카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결심을 다진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부탁드려요, 실크 씨.”

그렇게 게헨나에서 나와 후우카의 인연은 예상치 못한 동행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2.

“이곳이 급양부 동아리실이에요. 사실 동아리실보단 급식실이라는 표현이 더 맞지만요. 하하…….”

“마음에 드네요.”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후우카와 재료를 구매하고 도착한 급양부.

게헨나 학원의 급식을 담당하는 동아리인 만큼 익숙한 외형의 급식실을 부실로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매번 미식연구회나 다른 이유로 빵빵 터져나가는 급양부라는 표현과 달리, 내가 도착한 급양부의 건물은 의외로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건물이 깨끗하네요.”

“네. 청소를 자주 하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선도부에서 건물을 새로 지어주기도 했어서…….”

“아.”

이미 한번 터지셨어?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건물 내부로 향했다.

역시 내부도 익숙한 급식실의 형태다. 다만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급식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후우카의 말대로는 주리라는 부원이 있다고 하지만 며칠 전에 불량학생이 일으키는 소요 사태에 휘말려서 현재는 응급의학부의 병실에서 휴식하고 있다고.

“……그래서 혼자였군요.”

“네. 실크 씨가 없었다면 저도 오늘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맞다. 혹시 지금 배고프지 않으세요? 저를 구해주신 보답으로 식사라도 만들어드릴게요.”

“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뭣. 후우카의 요리라고?

게임에서도 요리 실력하면 후우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실력으로 해주는 요리? 이건 못참지.

“그럼 간단하게 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넹.”

아무리 생각해도 후우카를 호위하기로 한 것은 잘한 선택인거 같았다.

생각 이상으로 게헨나의 상황이 개판인건 둘째치고, 후우카의 요리를 직접 먹을 수 있다잖냐.

후우카가 요리를 하는 동안에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번 활동에서 행동 양식 같은걸 정해야만 할거 같았기에.

“히마리 선배.”

[네. 히이로. 말씀하세요.]

“아무래도 며칠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게헨나 상황을 조금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당분간은 밀레니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우선, 히마리에게 사과부터 하고.

히마리가 이번 활동을 도와준다고 하긴 했지만, 며칠동안 쉬지도 않고 활동을 돕는건 힘겨운 일이니.

거기다 직접 만나지도 않고 통신으로만 돕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후우, 괜찮답니다. 솔직히 제 예상과는 다르긴 해도 히이로가 게헨나의 상황을 보고 넘어갈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언제나 바보같이 정의로운 당신이니까요. 이해한답니다. 후훗, 그러니 언제나 이 초천재 히마리 언니에게 감사하도록 하세요?]

“네, 넵. 감사합니다. 히마리 언니.”

[후후, 좋네요. 그러면 이제 제대로 된 활동 계획부터 세워보도록 할까요? 당신이 이야기한 ‘악몽’이라는 것이 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후우카가 요리를 해오기까지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전반적인 목표나 대략적인 계획이 세워졌기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바였다.

“별거 아니지만, 소소하게 준비해봤어요.”

“……별거 아니라고요?”

나는 후우카가 내온 요리들을 살펴보았다.

뜨끈한 미소시루에, 가지런히 정렬된 계란말이, 나물 반찬 몇가지와 노릇노릇 구워진 연어구이에 새하얀 백미밥까지.

만화나 애니에서나 보던 일본 가정식이 갑자기 뚝딱 만들어졌는데 이게 별거 아니라고?

“……엄청나네요.”

“아하하, 감사해요. 맛있게 드세요.”

“잘먹겠습니다.”

엄청난 퀄리티의 요리에 감탄을 흘린 나는 곧바로 젓가락을 꺼내들어 먼저 미소시루를 휘적휘적 젓고는 입에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입 안으로 밀어닥치는 찬미!

“뭣.”

“맛은 괜찮나요?”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솔직히 뭐든 맛있게 먹는 나였기에 후우카의 요리가 엄청나게 맛있다는 정도로 밖에 표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날것 그대로로 표현해보자면.

“……솔직히 결혼 마려울 정도인데.”

“네, 네?”

[…히이로?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거 매일 먹고싶은데, 안되나요? 진짜 맛있어요.”

“읏, 그, 그게…….”

아무래도 후우카랑 같이 지내기로 한건 최고의 선택이 맞았다. 당분간은 이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미친. 이게 X스지.’

다소 천박하지만, 후우카의 요리는 가히 그 정도였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신이야.

이 순간, 나는 결심했다.

지금부터 후우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그녀를 향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나와 그녀는 이 순간부터 일체관계가 된다.

‘절대 후우카 지켜.’

나는 오늘부터 후우카 수호단이 된다.

3.

그 이후로 너무 당황한 후우카가 나와 말을 안섞어주고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식사는 정말로 만족스럽게 끝났다.

식사를 마치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후우카가 설거지를 하려고 하기에 나도 도운 뒤, 급양부에서 지내기 위한 장소나 몇몇 급양부 시설들을 설명해주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기에 슬슬 다시금 활동을 시작하자고 생각하던 그 순간이었다.

“─후우카 씨, 계시나요?”

급양부 건물 정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후우카와 함께 나가보니 그곳엔 서있기만 해도 고귀한 기품과 교양이 넘쳐흐르는 은발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를 한 소녀가 있었다.

하얀 와이셔츠에 흑색 하이웨스트 스커트, 그리고 어깨 위에 올린 검은 제복까지.

나는 보자마자 그녀가 누군지 알아챘기에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하루나. 여긴 무슨 일이야?”

“어머. 저희 사이가 용건이 있어야 만날 수 있는 사이였던가요? 후후.”

그녀는 언제나 후우카를 괴롭히는 장본인이었기에.

미식연구회의 부장, 쿠로다테 하루나.

그녀가 급양부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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