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32



1.

“게헨나에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게헨나에는 괴상한 소문이 하나 나돌기 시작했다.

아니, 알만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러한 소문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존재 때문에 나돌기 시작했는지.

소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늦은 저녁이 되고 악행을 저지르는 이는 처벌받는다.

게헨나의 밤을 소란스럽게 하는 이에게는 유령이 찾아가 다시는 소란을 일으킬 수 없게 만든다.

게헨나 어느 곳이든 그녀의 시선을 피할 곳은 없다.

가히 괴담이나 다름없는 소문.

어린아이들에게나 들려주는 구전 설화와도 같은 이야기였으나 게헨나의 학생 대부분은 저 소문을 전해 듣고는 실제로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왜냐하면 저건 소문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실화, 그것도 실존하는 한 존재에 의한 선언이었으니.

[“게헨나의 밤은 모두가 잠드는 시간이다.”]

[“특히나 너희 빌런들은 더더욱.”]

다시는 늦은 저녁에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한 영웅의 선언이 게헨나 전역에, 아니 키보토스 전역에 퍼졌기에.

게헨나의 유령에게 당하기 전, 영상을 촬영하던 한 불량학생에 의해 퍼지게 된 저 말은 지금의 소문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된 말이었고.

섬뜩하기 그지없는 영웅의 말은 게헨나 뿐만이 아닌, 키보토스에 있는 모든 악당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였다.

물론, 시민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평소에 보여주던 친절한 이웃의 모습과는 다른, 악당들에게 한없이 냉혹하고 살벌한 모습은 많은 시민들에게 또 다른 갭을 선사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

평소에도 실크의 행보를 지지하던 많은 이들은 게헨나의 범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실크에게 환호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그 누구도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던 무법지대인 게헨나 자치구.

그곳의 밤은 이제 불량학생들의 군락지가 아닌 모두가 안심하고 잠드는 진정한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악은 처벌받고, 선은 구원받는다.

어느새 키보토스에선 그 원칙이 보편화되고 있었다.

단 한 존재에 의해서.

2.

게헨나의 유령.

저 소문이 퍼진 덕에 일반 시민들은 게헨나에서 평화를 실감할 수 있었고, 저녁에 편하게 잠든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소문이 퍼져나가며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이들은 분명 시민들이지만 그 외에도 수혜를 입은 이들은 있었다.

선도부.

게헨나의 풍기위원회가 바로 그러했다.

선임행정관인 아코의 불평과는 별개로 선도부는 실제로 실크의 존재를 기립박수 하면서 맞이할 정도로 큰 수혜를 입게 되었다.

근 한 달가량 이어진 무정부 사태.

다른 학원들과 비교해 더욱 심각했던 게헨나를 현재까지 유지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선도부의 모두가 밤잠을 설쳐가며 힘겹게 일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선도부는 너무 지쳐버렸고, 생텀타워 가동 이후 게헨나를 복구시키기 위해서 저력을 쏟기엔 모두가 지쳐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게헨나가 현재까지 무정부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갑작스레 등장한 실크라는 존재를 선도부 모두가 반기게 된 것이다. 그녀는 선도부에게 휴식과 숙면이라는 시간을 부여하는 존재였으니.

더 나아가, 자신들과 비교해도 도저히 휴식을 취하시지 않는 선도부의 중심이자 머리인 선도부장에게 ‘이제 조금 쉬셔도 됩니다’라는 제안을 건낼 수 있는 명목이 되어주기도 하였기에.

그 결과.

“선도부장 님의 안색이……!”

“다크서클이 많이 줄으셨어. 푹 쉬셨나봐!”

“휴식을 취한 선도부, 이거 못 막습니다.”

“아아. 이제 나의 체력게이지는 올-퍼펙트다.”

선도부에게 여유가 생겨났다.

게헨나의 악을 물어뜯는 호랑이가 휴식을 취하며 끝내 기력을 회복하고 말았다.

선도부의 모두가 감격했다.

잠이란 것을 잘 수가 있었고, 보다 더 여유롭고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가 있게 되었다.

실크가 만들어낸 게헨나의 밤은 악당에게도, 시민에게도, 그리고 선도부에게도 다른 의미로 ‘잠을 자는 시간’으로 받아들여지며 큰 영향을 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유는 곧, 선도부의 활동에 더욱 큰 탄력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기에.

“끼야아아악! 소라사키 히나가 왜 여기에!!!!!”

“빠르게 정리한다.”

“네, 부장님!”

매일매일 밀려오는 서류들과 온갖 업무에 치여 살던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가 게헨나의 복원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여유를 안겨주었다.

이는 게헨나의 빌런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초인은 그야말로 재앙이라 표현되기에 충분하였으니.

허나 그 재앙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다가왔다.

낮에는 선도부장이, 밤에는 실크가.

각각 해와 달처럼 빌런들을 감시하는 두 존재의 압력에 게헨나의 범죄는 서서히 잠잠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낮의 게헨나는 실크의 표현으로 ‘원작’과 비슷할 수준이 될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저녁에는 그보다 더 줄어들어 다른 학원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악몽. 악몽이다……!”

“크아아악!괴물이 두 마리잖아!!”

이는 게헨나의 악마들에게 내려지는 철퇴이며,

동시에 도저히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었다.

제한 없는 자유가 사라지며 제한된 평화가 시작됐다.

“이건, 이딴건 게헨나가 아니얏……!”

질서가 정립되어 가는 게헨나를 바라보며 수많은 악마들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게헨나답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3.

“아코. 심문은 끝났어?”

“네, 부장님. 모두 동일하게 대답했네요.”

아코의 대답에 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헨나의 시찰 겸 소탕을 마치고 돌아온 히나는 일전에 아코에게 맡겨두었던 수감자들의 심문 결과에 예상했다는 듯이 덤덤한 반응만을 보일 뿐이었다.

이는 히나의 뒤를 잇따르는 다른 선도부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녀들도 마찬가지로 현재 수감실에 갇혀있는 대부분의 불량학생들이 누구의 작품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보이는 반응이었다.

“이걸로 6일째인가. 여론은 여전하고?”

“네. 시민들은 실크의 활동에 지지하고 있지만, 만마전을 비롯한 여러 동아리가 실크의 자경단 활동에 반발하며 선도부에 질책을 보내오고 있죠. 건방지게도.”

“우리가 나서서 붙잡아주길 바라는 건가. 공식적인 명령은 내려오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시간 문제이지 않을까요? 만마전의 의장께선 아무래도 실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니까요.”

“뭐, 그렇겠지.”

실크의 활동은 공적인 측면에서는 자치법령을 무시하는 수준을 넘어 위배되는 정도나 다름없다.

이는 키보토스의 자치구 대부분에서 동일할 것이며, 그렇기에 실제로 D.U의 발키리가 실크의 활동을 공적으로 규탄한 것이었다.

실크의 행동을 자치구의 치안 및 질서를 유지하는 집단이 공식적으로 수긍해버리면 그 순간부터 자치구의 치안과 질서는 종잇조각으로 변질될 테니까.

그렇기에 대부분의 학원에서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는 집단들은 대외적으로는 실크를 규탄하며 질책하는 것이다. 실크의 행보가 도움이 될지라도 제 2의 실크가 양산되는 일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니까.

“마코토의 반응은 정확히 어땠지?”

“으음. 실크가 나타나서 자신의 권위가 실추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고 하시던데요.”

“……권위, 말이야?”

아코의 말에 히나는 물론이고 선도부 건물을 지나가던 모든 이들이 걸음을 멈추며 표정을 구겼다.

“하아? 권위는 무슨…!”

“재미있는 소리를 하시네요.”

“……그래도 만마전의 의장이야. 두 사람 모두 예의를 지키도록 해.”

이오리와 치나츠의 독설, 주변 선도부 학생들의 표정에 주의를 주는 히나였지만 이곳에 있는 대부분은 알아차렸다.

선도부장인 히나도 그 평가에는 부정하지 않았음을.

히나는 아코에게 전해들은 마코토의 반응에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하아, 왠지 귀찮은 일이 벌어질거 같은데.”

“그 의장님이시니 말이죠.”

만마전의 의장이 가지는 악명을 상기한 히나의 한숨을 더욱 길어져만 갔다.

그리곤 마치 넋두리를 늘어놓듯 말했다.

“……이럴 때는 실크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네.”

“실크가 말인가요? 어떤 부분에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부분이.”

실크는 키보토스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다.

이는 키보토스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오직 실크만이 키보토스에서 유일하게 정치적으로 특수한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크의 행동에는 정의가 뒤따른다. 항상 질서를 수호하며, 질서를 유지하려는 이들은 돕는다. 무정부 사태 때 실크의 영향을 받아 도움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많은 집단은 실크를 응원한다.

키보토스에서 오직 실크만이 가지는 입지였다.

동시에 이것이야말로 많은 학원들이 실크를 붙잡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고 말이지.’

그리고 그것은 게헨나 선도부인 자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물론이고, 생텀타워가 마비되었을 때에도 실크의 활동은 게헨나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니.

그렇기에.

“계속 무시하도록 해. 명령이 내려오면 그때 명령에 따르는 시늉이라도 취하면 되겠지.”

“네~ 부장님.”

“이제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자.”

“네. 다음 일정은…….”

히나는 아코에게 다음 일정에 대해 전해 들으며 선도부 건물을 가로질렀다.

마음속으로 실크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면서.

그리고 그날 밤.

히나는 자신의 고민이 무색해짐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선도부장님.”

“……실크?”

실크가, 자신에게 찾아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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