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
네크로노미콘의 정체를 알게 된 나는 오히려 전보다 더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외신들, 특히 릴리스에 대해서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
이번에는 서론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나, 압둘 알하자드는 그들의 계시를 받고 이 책을 쓴다.
나는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대 유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다 광활한 사막에서 나는 그들의 환상을 보게 되었다.
그들의 존재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공포에 나는 기존에 섬기던 알라를 배교하고 이 세상 바깥에 존재하는 그들을 믿게 되었다.
이 책은 성서이며 또한 묵시록이다.
위대한 옛 존재들과 세상 바깥에 존재하는 신들을 섬기기 위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지 말지어다.
이 금지된 지식들을 알게 된 인간이 제정신을 유지할 리가 없을 테니.
서론은 이렇게 끝났다.
‘….이거 내 예상보다 더 심각한 내용인데..?’
사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이걸 성서라 표현하고 있었다.
외신을 섬기기 위한 성서라니…. 성국에서 이 책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금서로 지정할 것이다.
긴장되는 마음에 떨리는 손길로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이어진 것들은 저자가 위대한 옛 존재라 말한, 해석자가 말하길 그레이트 올드 원에 대한 내용이었다.
끔찍한 삽화를 보며 그들의 이름과 저자가 붙인 이명만 보며 빠르게 넘겨가던 나는 문득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멈춘 페이지에 있던 것은 바로…
-크툴루. 잠자는 신. 르뤼에의 지배자.
그 문어인간이었다. 스케치보다 더 자세히, 더 끔찍하게 그려진 그 존재에 대한 설명은 앞선 존재들보다 더 길게 써져 있었다.
-바닷속 도시, 르뤼에의 주인인 크툴루는 가증스런 엘더 갓들에 의해서 봉인된 상태이며, 자신의 마력으로 같이 봉인된 그레이트 올드 원들을 보호하고 있다. 언젠가, 예언 된 때가 오면 봉인이 풀리고,자신을 봉인한 엘더 갓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낼 것이다.
그 뒤로도 크툴루의 가족관계나 역사가 주르륵 이어져 있었다. 다만 서론에서 본 말에 어딘가 불안함을 느낀 나는 그 설명을 다 읽지 않고 페이지를 넘겼다.
몇 장이 더 넘어가자 삽화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설명 또한 더욱 길어져 그레이트 올드 원이 아닌, 그들보다 한 차원 더 위에 있는 존재들에 관한 내용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해석자가 적어둔 소제목이 보였다.
-아우터 갓
드디어 릴리스가 속해 있는 그룹에 관한 내용이었다.
설명이 쭉 이어졌지만 마찬가지로 대충 이름만 보며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고, 마침내.
-릴리스
원하던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삽화는 내가 아는 릴리스의 모습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은 역시 릴리스가 맞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어서 내용을 읽으려던 나는 문득 손을 멈췄다.
‘….근데 이거 내가 멋대로 봐도 되는 건가?’
이거 따지고 보면…. 뒷조사 아냐?
갑자기 릴리스를 향한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다.
‘멈춰야 해, 그만 읽고 덮어야 해…….하지만….허락보다는 사과가 쉽다지. 미안해요 릴리스!’
넘쳐나는 호기심에 굴복한 나는 쭉 써진 설명에 집중했다.
-릴리스. 밤의 여왕. 니알라토텝의 딸. 드림랜드의 그레이트 원.
-윤기가 나는 진홍색 입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검은 머리칼, 석고 같은 하얀 피부, 관능적인 몸매까지. 신체 모든 부분이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탄생한 것 같은 릴리스는 자신의 매력에 빠진 남성을 자신의 식량으로 삼는다.
-릴리스의 주식은 남성의 생명력과 정액이다. 릴리스에게 한번 빠진 남성들은 결코 벗어날 수 없으며 평생을 릴리스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보지 말걸.’
묘사된 릴리스는 내가 알고 있는 릴리스와 조금…아니 많이 달랐-
‘아니, 사실은 저게 진짜 모습이고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거라면?’
내가 사실 릴리스의 유혹에 빠진 거고, 릴리스가 나를 식량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거라면…?
‘아니야. 내가 본 릴리스는 분명….’
나는 멍하니 삽화 속 릴리스를 바라보았다.
‘…..아니죠 릴리스..?’
—-
심란한 마음에 나는 멍한 표정으로 교실을 돌아다녔다.
“아서 너 괜찮아? 완전 넋이 나간 표정인데?”
“어, 안녕 레티. 오랜만이야.”
“…..같이 의무실 갈까? 그 정신 상태로는 다음 수업 못 버틸거야.”
“다음 수업이 뭔데?”
“실습.”
“아…..”
아카데미에서 내가 가장 버티기 힘들어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실습은 학기 말마다 시행되는 실기평가를 대비하기 위한 수업으로, 마법 아카데미라는 이름답게 오로지 마법사의 실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습은 직접 마법을 사용해보는 실행, 그리고 그 마법을 이용해 상대방과 결투하는 대련으로 나뉜다.
이쯤에서 짐작가겠지만 마력이 0인 나는 실습시간에서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오히려 대련에서 나는 귀족들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샌드백으로 사용된다.
“루이스가 잔뜩 벼르고 있겠네.”
“아서, 우리 땡땡이 칠래?”
” ‘우리’는 무슨 우리야. 해도 나만 해야지. 우등생은 수업이나 열심히 들어. 내 앞가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맞는 거야 익숙하니까.’
레티가 싫어할 뒷말은 삼켜버린 채 실습수업이 행해지는 야외수련장으로 향한다. 터덜터덜 레티를 따라가며 릴리스의 대한 고민으로 한창이던 그때.
“냐옹~”
“……..응?”
아카데미 내에서 결코 들려선 안 될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꺄아아! 고양이다~!”
목에서 뚜둑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린 나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전신을 덮은 짧은 털이 새까만 작은 고양이였다. 태양빛을 흡수하는 듯한 그 칠흙같은 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고양이에게서 가장 독특해 보이는 것은….
“어라? 저 고양이 눈이 빨간데?”
적안이었다. 그것도 내게 아주 익숙한, 흔히 핏빛이라고 불리는 선홍색이다.
나는 저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직접 봤냐고 말하면 조금 애매해지지만 그래도 확실했다. 저렇게 특징적인 고양이가 더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저 고양이는 현실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이미 다른 모습으로 현실에 강림했으니까.
입을 헤 벌린 멍한 표정으로 그 고양이를 바라보던 나는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릴리스?”
“미야옹!”
나를 본 고양이가 눈을 빛내며 타다닥 달려와 내게 뛰어든다.
“어억!”
갑자기 달려든 고양이를 얼떨결에 받아든 나는 거기서 느껴지는 온기, 그리고 미약한 두근거림에 눈앞에 고양이가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리, 릴리스? 정말 릴리스예요?”
“애옹~”
내 품으로 파고들며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고양이.
‘…..진심?’
“아서! 그 고양이는 뭐야? 엄청 귀여워! 한번만 안아봐도 돼?”
레티가 손을 뻗자 고양이가 품에서 얼굴을 빼내더니 이빨을 드러냈다.
“하악!”
“꺄아아! 하악질 하는 것봐! 너무 예쁘다~”
위협이 효과가 없자 보들보들하던 앞발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내 품에서 레티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고양이.
다급히 고양이를 붙잡아 겉옷 속에 집어넣은 나는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아서! 수업은 어쩌고!”
“화장실! 금방 갈게!”
—-
“허억…허억….”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예정에 없던 아카데미 교정 질주를 마친 나는 기숙사 앞 공원에서 대자로 뻗어버렸다.
“냐!”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듯 앞발로 내 뺨을 두들기는 고양이.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본 나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릴리스?”
그러자 놀랍게도 눈앞의 고양이가 뒷발로만 일어서는 것이었다.
“응, 나야.”
조그만한 역삼각형 입이 귀엽게 꾸물거렸다.
“도대체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그 모습은 또 뭐고?”
이에 내 앞에서 몸을 한바퀴 돌려보이는 릴리스.
“후훗, 어때. 진짜 고양이 같지?”
“그으….렇긴 한데…..”
진짜 같기는 진짜 같다. 눈색만 제외하면 평범한….아니 엄청 비싸보이는 고양이다. 꿈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어제 말한 거 기억나?”
“제가 퇴학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신다고……설마?!”
릴리스가 흐뭇한 미소(고양이의 표정을 잘은 몰랐지만 추측건데)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이면 네 곁에 있어도 아무 말 못하겠지.”
“고양이 모습으로 뭘 어쩌실 생각인데요?”
이에 릴리스가 앞발로 내 뺨을 톡톡 건드렸다.
“내가 조금 조사를 해봤는데 말야. 소환마법이라는 개념이 있더라고?”
릴리스가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이 간 내 두 눈이 부릅 떠졌다.
“릴리스가 제 소환수가 되겠다고요?”
“그런 척을 하겠다는 의미지. 내가 같이 다니면서 소환수라고 우기면 걔네가 뭘 할 수 있는데.”
“……..허.”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저 릴리스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뭐지? 이 엄청난 당당함은.
“음…근데 아마 힘들 것 같아요. 소환마법이든 뭐든 일단 마법이면 마력파장이 나와야 하는데-”
“패밀리어 마법이라고 하면?”
….그게 있었구나? 하도 희귀한 경우라 아예 생각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
패밀리어 마법은 소환마법의 한 계통이긴 하지만 다른 소환마법과 격이 다른 마법이다.
대부분의 소환마법은 계약을 맺은 존재를 자신만의 아공간에 보관했다가 필요에 따라 꺼내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패밀리어 마법은 조금 달랐다.
한번 패밀리어로 지정된 존재는 계약자와 항상 붙어다니며 계약자의 신체적, 정신적 영향을 공유한다.
패밀리어 계약은 평생 딱 한 번만 가능하며, 해지 또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방식대로라면 네가 직접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렇다. 패밀리어 마법은 계약자의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 같이 마력이 0인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인 것이다.
“그건 그렇지만….”
말을 들어보니 확신이 섰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게 나를 퇴학에서 벗어나게 해주리라.
하지만…
“릴리스…”
“아, 나한테 민폐니 뭐니 그런 소리는 하지 마.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나 화낼 거야.”
“……”
릴리스는 이미 나를 도와주겠다고 마음 먹은 상태였다.
비록 고양이의 모습이었지만 익숙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릴리스.
그 모습에 네크로노미콘을 읽고 생겼던 의심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만약 나를 진짜 식량이라고 바라봤으면 이렇게 나서서 도와줄려고 하지도 않았겠지.’
의심이 걷히면 그 뒤에 생기는 확신은 더욱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뒷발로만 당당하게 서 있는 릴리스를 끌어와 내 품에 안착시켰다.
“아서?”
비록 고양이의 모습이었지만 따뜻한 온기는 아침에 기숙사를 나서기 전 나를 끌어안던 릴리스의 그것과 같았다.
“고마워요 릴리스.”
“….고마우면 뽀뽀해 줘.”
“예?”
“우웅~”
고양이의 입술이 다가왔다.
릴리스와의 계약을 체결하며 고양이인 릴리스한테도 (강제로)입맞춤을 하긴 했다만….이건 좀…
하지만 평범한 고양이가 아닌 릴리스였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그 릴리스.
눈을 딱 감고 입술을 들이밀던 그때.
내 입을 부드러운 육구가 막아섰다.
“자, 잠깐. 뭘 진짜 할려고 그래?”
“릴리스한테 한다고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죠.”
“…..너 성격이 좀 바뀐 것 같아.”
“그런가요?”
흠, 그 정돈가? 나는 그저 내 마음에 솔직해지자고 마음 먹은 것뿐이다.
“으휴…. 다 내 잘못이다 잘못-”
릴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 순간.
-화장실이 공원에 있었나?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 튀어오르듯 일어나서 뒤를 돌아보자 흐릿한 형상의 새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새가 누구를 상징하는지 떠올린 내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레, 레이커드 교수님….”
레이커드 엘긴. 실습 담당 교수님이셨다.
교수님이 속한 엘긴 백작가를 상징하는 하늘색 새가 부리를 연다.
-지각이다 아서. 당장 수련장으로 튀어오지 않으면 결과처리 할 테니 빨리 오도록.
흐릿한 형상의 새는 안개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망했네.”
아무래도 담당 교수님한테 찍힌 모양이다.
—-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널 꽤나 마음에 들어했다.”
“…….”
“네가 마법 하나 못 쓴다고 내가 뭐라고 한 적이 있나?”
“……”
“했나, 안 했나.”
“안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늘 성실하게 노력하는 널 마음에 들어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땠지?”
“….죄송합니다.”
“학우에게 거짓말을 한 것도 모자라 감히 내 수업을 땡땡이 칠려고 해?”
시야의 구석에서 레티가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레티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기가막히는 감을 가진 교수님이 대단한 거지.
“죄송합니다.”
“벌점이다 아서. 학우에게 거짓말을 한 죄. 수업시간을 날려먹은 죄. 나태한 죄다.”
“넵.”
그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에게 레이커드 교수님이 한쪽 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가 마음에 안 든다는 신호다.
“네 스스로의 의견은 없는 건가?”
“네?”
“변명이라도 한번 해보라는 말이다. 들어는 줄테니.”
레이커드 교수님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탄탄대로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건만 그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본인의 노력만으로 아카데미 교수직에 앉아있는 것부터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귀족이든 평민이든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하게 대우했다.
친절 또한 철저하게 계량된 양만 각자에게 쓰는 게 흠이었지만.
“너 스스로를 변호해보란 말이다.”
나는 우물쭈물거리며 내 뒷편에 숨어있던 릴리스를 들어올렸다.
“….고양이?”
“넵. 고양입니다.”
“아카데미 내에서 허가 받지 않은 동물은 반입 금지다.”
“……패밀리어입니다.”
“…뭐?”
레이커드 교수님의 놀란 표정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패밀리어가 희귀하다는 증거겠지.
“지금 패밀리어라 한 건가?”
“네, 이 고양이가 저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단박에 교수님을 포함한, 야외 수련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정확히는 내 손에 들려진 릴리스에게 쏠렸다.
“패밀리어라고? 말도 안 돼…”
“나 패밀리어 처음 봐!”
“나도!”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흘긋 보니 레티도 자신의 입을 감싸며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 패밀리어라면 어디 한 번 증명해봐라.”
레이커드 교수님의 손짓에 수련장의 마법이 작동하며 바닥에서 모래인형이 올라왔다.
“어떤 수를 쓰던 간에 이 고양이가 네 패밀리어라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나는 릴리스의 귀에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속삭인다.
“…..이제 어쩌죠? 공격마법 같은 거 쓸 수 있어요?”
그러자 릴리스도 나지막히 중얼거리길.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려놓고 명령하는 척 연기해.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그래. 비록 겉은 귀여운 고양이랄 지라도 내면은 무려 외신이다.
릴리스를 믿기로 한 나는 천천히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큼….어… 공격해!”
내가 모래인형을 가리키며 외친 뒤 대략 2초 간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내 고개 또한 그 시선을 피해 천천히 내려갈려던 그때.
-우우웅
릴리스의 빛나는 콧잔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시꺼먼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대략 사과 한알 정도의 크기가 되었을 때….
-끼이이이이이잉!!
실수로 칠판을 분필로 긁었을 때 나는 소리가 3배 정도 증폭 된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검은 광선이 모래인형을 집어삼켰다. 이어서.
-!!!!!!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수련장 바닥에 깔려 있는 모래가 휘몰아치며 작은 폭풍을 만들어 내었다.
레이커드 교수님의 다급한 손짓에 수련장에 중첩된 마법이 하늘로 치솟은 모래들을 땅으로 끌어내렸다.
모래 폭풍이 가라앉자 보이는 광경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검은 광선이 지나간 자리는 그을리다 못해 부글부글 끓고 있었으며 모래인형은 아예 증발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모두가 그 장면을 보며 입을 헤 벌리고 있을 때, 단 한명, 아니 단 한마리만이 기분좋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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