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0
릴리스는침대에서몸을일으켰다.
그녀의옆에는한남자가누워있었다.
릴리스는자신의계약자를빤히내려다보았다.
상처가치유된지벌써일주일이지났다.
그럼에도아서는깨어나지않고있었다.
“도대체뭐가문제야….”
그나마떠오르는것은과다출혈이었으나,릴리스가행한치유마법은부족한혈액도채워주니그럴일도없었다.
코에손가락을가져다대보니숨도잘쉬고있었다.
누가보면그저잠이많은사람이겠지만,문제는그잠이일주일이나이어지고있다는거다.
흔들어도보고,약하게때려도보고,귀에바람을불어도보고,입맞춤도해봤지만그는일어나지못했다.
“어제로약속한일주일이지났어.답준다며…..”
릴리스는그의품에얼굴을묻었다.
“…날언제까지기다리게할건데……”
작은흐느낌이기숙사방에서울렸다.
—-
루이스는 실기평가가 끝난 후 일주일동안등교를하지않았다.
루크와일리나는루이스가괴물새를이끌고학우들을해하려했다는증언을했고,루이스는한순간에같은학년사이에서악당취급을받게되었다.
알고지내던몇몇귀족들이그를찾아오기도했으나그는일부러방에없는척을했다.
루이스는침대에널브러져손에든물건을살펴보고있었다.
그의후원자가준‘단검’이었다.
루이스는그검은덩어리를보며비릿한미소를지었다.
이단검덕분에자신의복수를성공할수있었다.
그에게있어서이단검은행운의부적이었다.
후원자의말대로작전에실패한루이스는혀를씹어먹어자결을했다.
현실로나온루이스는곧장이단검으로공간을베어도망쳤다.
여기까지가후원자가말한계획이었다.
일단몸을보존한후에차근차근복수를향해나아가자는후원자의말.
분명그의말을 따르려던루이스였지만.
“룰루루~”
“냐냐냥~”
“푸하하하!그게뭐예요,릴림!”
‘…저새끼가..!’
루이스는웃음과함께가벼운발걸음으로기숙사에향하는자신의원수를보고야말았다.
순간의화를참지못한 그는금속마법으로날카로운검을만든이후,단검으로 공간을 찢어 아서의뒤를점했다.그러곤.
푸욱!
확실하게심장이뚫렸다는감각이손잡이를통해전해졌다.
루이스는칼을뽑고곧장공간을베어자신의기숙사로돌아왔다.
돌아오기직전고양이의모습이변하던걸본것도같지만,그런사소한 것에신경쓸여유가없었다.
‘…드디어!!!’
그는소리없는함성과함께자신의성공을자축했다.
지금까지 수많은상처를버텨온트롤이라한들심장이뚫리면살수있을리가없다.
그뒤로그는은거를택했다.
소문도한순간이다.일단버티고있다보면그의존재감은사라질것이고그러면그는슬그머니원래의자리로돌아갈것이다.
아니면 뭐… 가문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완벽해.”
후원자의지시없이행한충동적인행동이었지만그는이보다더좋은결말이없을거라예상-
“뭐가완벽한데?”
“우와악?!!!”
갑자기옆에서들려온목소리에화들짝놀란루이스는볼썽사납게침대에서굴러떨어졌다.
바닥에찍어아려오는허리를부여잡으며고개를든루이스는황당하다는목소리로말했다.
“너…. 트롤옆에있던?”
신문을통해본그아름다운여자였다.
다만복장은사진속에서의교복이아닌검은색드레스를입고있었다.
직접 보자 더욱 체감되는 눈부신 미모에 루이스는 소리없이 감탄했다.
“어디서들어왔지?분명문은잠가뒀을-”
“닥쳐.”
릴리스의손짓에루이스는벽으로쭉밀려났다.벽에닿자루이스의몸은그대로벽에달라붙어꼼짝도할수없게되었다.
“뭐,뭐야?!지금무슨짓-”
“닥치라고.”
릴리스가입에잠금장치를채우는제스처를취하자루이스의입술과입술이서로붙어 입이 열리지 않았다.
“읍!으읍!”
“이제야좀났네.좋아,지금부터잘들어.내가하는말에고개를끄덕이거나저어서대답해.거짓말을한다고판단될시….”
루이스가본릴리스의눈에서붉은빛이번뜩였다.
“네피부를하나하나아주얊게저며낼거야.알아들었어?”
“읍!”
“…아직실감이나지않는모양이네?”
우득
“으읍!!”
루이스의오른쪽검지가기괴하게비틀렸다. 그는 아찔한 고통에 신음을흘렸다.
“어때.이제야말할기분이들었을려나?”
“으으읍!”
빠르게고개를끄덕이는루이스를본릴리스가만족스럽게웃었다.루이스의입장에서그미소는사냥을앞둔포식자처럼보였다.
“아서,네가찔렀지?”
루이스는무의식적으로고개를저으려고했으나.
찌직
“끄으읍!!”
“거짓말하지말라니까?”
날카로운통증과함께루이스의어깨에서무언가가떨어졌다.마치양파껍질처럼보이는그것은매우얊게도려낸루이스의살점이었다.
그것을본루이스의눈에경악이깃들었다.
“다시물을게.아서,네가찔렀지?”
“으읍!”
곧장고개를끄덕이는루이스.
“아아,역시너였구나?”
릴리스가음산한목소리로읊조린다.
“…너였구나…아하…..네가…….네가아서를…………감히…감히네가?너따위가감히!!”
우드득
“끄으으읍!!!”
우득
우득
콰직
루이스의손가락관절하나하나가비틀리며루이스의눈에고통의눈물이고였다.
“뭐야,지금우는거야?아파서?이게아파?이게아프면아서는또얼마나아팠겠어,응?”
우드득
오른손의관절이전부비틀린루이스는입가에침을질질흘리며기절해있었다.
후작의아들로평생을고통없이살아온루이스에게지금의고통은상상을초월하는것이었다.
“하,지금이딴걸로기절한거야?일어나.”
릴리스의보이지않는힘이루이스의정신을파고들며그를강제로각성상태로만들었다.
“으으으…”
신음을흘리는루이스를일별한릴리스는바닥을구르고있는한검은색덩어리를발견했다.
“이게공간을자르는도구인모양이네.조잡하지만간단해서너같은쓰레기도쓸수있었겠지.”
덩어리를집어든릴리스는그곳에서익숙한기운이감지되자,치밀어오르는분노에손을부르르떨었다.
“너,이거어디서났어.”
“으읍…”
“쯧.”
릴리스가손짓하자루이스의입이풀렸다.
“대답해.”
“어,어떤남자한테서받았습니다!”
“어디서.”
“여기서조금걸어가면나오는공원에서요.”
“그남자가뭐라하든?”
“…자신의말을따르면복수를도와주겠다고….”
“복수?설마그저주때문에?”
루이스는두눈을휘둥그레떴다.자신의저주를이악마같은여자가어떻게알고있는가.
“고작그것때문에아서를찔렀다고?고작그런일때문에아서를….네가여태껏아서한테해온일은생각안해?그걸복수라고당연시하고있어?”
치밀어오르는분노로릴리스의눈이완연한핏빛으로물들었다.
동시에루이스는이상한환상을보게되었다.
“…어?”
분명눈앞에있는사람은젊은여성이었다.하지만그뒤에펼쳐진것은….
“으…으으….으아아아아악!!!”
루이스는자신의바지가축축하게젖어드는것도모르고비명을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안돼!오지마!오지마아!!!”
루이스는보았다.
저아름다운모습의내면에자리한그본질을.
그압도적인존재감과피부를찌르는듯한기운에,루이스는기절이라도하고싶었지만그조차도할수없었다.
눈앞에존재에비하면자신은한낱개미만도못한다는것을깨달은루이스는공포에휩싸였다.
자신의두눈을파버려저존재를보지않고싶었지만손하나도까딱할수없는현실에그는절망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존재는천천히그에게다가왔다.
한발자국,또한발자국.
그걸음이이어질때마다루이스는자신의정신이조각조각부서져흩어지는것만같았다.
마침내그존재가눈앞까지다가왔을때,루이스의두눈에는실핏줄이터져피눈물이흐르고있었다.
“끄으으으윽!!흐으으윽!!”
차라리빨리미쳐버리거나죽어버리면저존재에게서멀어질수있을텐데.
그러나.
“안되지,안돼.넌죽을수없어.하물며미치지도않아.나의계약자는내손에피를뭍이고싶지않아하거든.하지만,나는너를용서할수없어.버러지만도못한네가감히나의빛을부숴버리려해?너는오히려죽고싶을거야.미치기를간절히바라게될거야.”
릴리스는음산한목소리로말을이었다.
“내가너의삶을지옥으로만들어줄게.”
릴리스는힘을발산해그에게저주를내렸다.
하나만걸어도대상의삶을고달프게만들저주를수십,수백 개를꽂아넣었다.
철저하게인생을망가뜨리기위한저주덩어리가루이스의어깨에올라갔다.
그것뿐아니었다.
“너는앞으로삶이라는지옥을살아가며결코스스로목숨을끊지못할거야.또한타의로도죽지못해.너에게허락된평생이라는시간을불구덩이안에서살아가.이게내가너에게내리는벌이야.”
“끄아아아아아아아!!!!”
릴리스의저주가쏟아지며루이스는온몸을비틀며고통에신음했지만,그는결코미칠수없었다.남은인생을이런고통속에서살아가야한다고생각하자전에했던것처럼혀를깨물어스스로끝내고싶었지만,그는결코죽지못했다.
마침내모든저주가내려지자릴리스는몸을돌렸다.
다음목적지로향하기직전릴리스는아차하며고개만돌려툭내뱉었다.
“아,한가지까먹었네.너는나와아서에관한이야기를누구에게도하지못할거야.그럼이만,부디끔찍한지옥 속에서 열심히 고통스러워하기를.”
마지막침묵의저주와함께릴리스는흔적도없이사라졌다.
동시에루이스의몸을묶던힘도사라졌으나.
그는쓰러진채자리에서일어나지못했다.
온몸을뒤트는고통에몸무림치며.
—-
기숙사로돌아온릴리스는자신의손에쥐어진검은덩어리를노려보았다.
마음만먹으면진작에없앨수도있는증거가아직도살아있다는것은.
‘…초대장.’
루이스의후원자가그녀를부르고있었다.
그 후원자의 정체를 떠올린 릴리스는미간을찌푸리며침대를흘끗살폈다.
여전히잠들어있는아서.
그의머리를쓸어올리며이마에입을맞춘릴리스는작게속삭였다.
“다녀올게.”
몸을일으킨릴리스는검은덩어리를강하게움켜쥐며힘을불어넣었다.
그러자덩어리는산산히부숴지며그안에자리한어둠을드러내었다.
릴리스는그어둠속으로천천히발걸음을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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