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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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릴 때부터 나는 슈퍼히어로 장르를 좋아했다.

권선징악. 인과응보. 정의구현.

하나같이 멋지고 낭만적인 일들이지 않은가.

누군가는 저것을 그저 몽상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나는 정의라는 이름에 절로 마음이 이끌리게 되었다.

그래서 ‘블루아카이브’라는 게임도 좋아했던 것이다.

배경 자체는 학원물이고 일상물이지만 기본적은 스토리의 골자는 권선징악을 깔고 있었으니.

선한 이들은 승리하고, 악은 굴복한다.

비극을 이겨내고 희망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이런 이야기를 싫어할 이유가 있겠는가.

더 나아가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히어로가 되어서 정의를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지구에서, 현실에서의 삶이 각박했던 만큼이나.

하지만, 나는 지금만큼은 진심으로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으음. 왜 길을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부터는 길 잃어버리지 마렴.”

밀레니엄의 학생회장이자 향후의 빌런.

츠카츠키 리오에게 인솔되어 세미나실에서 나의 전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는 이 순간.

고통스럽다. 치욕스럽다!

세미나실 곳곳에서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브들과 밀레니엄의 주역 캐릭터들!

“누구야? 보니까 입학생 같은데.”

“어머. 아무래도 길을 잃어서 회장께서 데려오신 것 같은데요?”

“……길을 잃었다고? 밀레니엄에서?”

크아아악.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다.

“자 여기, 메일로 캡쳐본을 보냈으니 이제 가봐.”

“……넵.”

아마 나는 세미나에서 전설의 입학생으로 소문나지 않을까. 불과 며칠 전에 입학해놓고 시간표랑 길을 죄다 까먹어버린 미친 입학생으로.

밀레니엄에서 저딴 빡통 입학생이 들어오다니, 같은 생각들 하고 있는거 아니겠지.

이럴거면 차라리 입학식날 빙의하게 해달라고.

나는 세미나실을 나서기 전 깊게 고개를 숙이곤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

빙의 첫날, 인생의 쓴맛을 새삼 느끼다.

2.

생각해보니 내가 블루아카이브를 좋아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빌런.

그것도 매력적인 빌런들.

단순히 ‘악’ 성향만 갖춘 빌런들이 아닌, 각자의 사정과 신념,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다채로운 빌런.

블루아카이브에는 그런 매력적인 빌런들이 많았다.

방금 만났던 학생회장, 츠카츠키 리오도 그런 빌런 중 한명이었고 말이다.

불길한 예언을 접한 탓에 결국에 ‘자기 실현적 예언’을 행해버리는 안쓰러운 인물이지만 그녀의 본질적인 목적은 키보토스의 구원이었다.

‘목적은 분명 선했지만, 수단과 방법이 악이었던 경우지.’

이것이 내가 리오를 안쓰러운 빌런이라 표현하는 이유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지식을 얻고 절망하기보다 어떤 방법이든 사용해 막고자 노력했으나, 그녀가 내린 모든 선택의 결말은 결국 예언의 실현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니까.

내가 지구에서 보았던 어떤 영웅과는 정반대의 경우.

“이 사실을 알고도 모른체 할 수는 없지.”

키보토스에 빙의도 했겠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걸 할 생각이다.

빙의물의 기본 골자가 무엇인가.

작중 인물에 빙의하여 변수를 창출해 기존의 역사를 개변하는 것이지 않은가. 내가 이곳에 빙의한 이상, 기존의 역사대로 모든걸 흘러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목표 정도는 가져야하지 않겠어?

첫 번째 목표, 메인 스토리에 개입하기.

그리고 두 번째 목표, 강해지기.

레벨업도, 마력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내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아, 물론 신비라고 신기한 힘은 있긴 하지만.

‘내가 이름조차 없는 모브가 아니었다면 고려했겠지.’

하지만 내가 빙의한 육신은 결국 모브. 이름이 없고 흔하디 흔한 엑스트라이지 않은가. 그러니 환경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강해져야만 한다.

내가 다니는 학원은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키보토스 내에서 가장 고도된 문명을 갖춘 곳이다.

이곳이라면 내가 상상하는 ‘그것’도 만들 수 있으리라.

“……내가 밀레니엄의 ‘토니 스타크’가 될게.”

물론 내 몸과 머리로 직접 만든다는건 아니고, 내 꿈을 실현해줄 마이스터가 이곳에는 있지 않은가?

엔지니어부.

그곳에서 난 나의 원대한 꿈을 이루리라!

……우선 수업부터 다 듣고.

3.

“으어어…….”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는 대충 점심을 챙겨먹고 근처 공원 벤치에 힘없이 쓰러졌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이름에 걸맞게 수업 하나하나가 수준이 높고 따라가기가 힘겨운 내용들이었다.

수학과 과학은 기본이고 사이언스 스쿨인데 정치와 역사, 문학과 같은 문과 계열 수업들도 존재했다.

그리고 리오가 뽑아진 시간표를 보고 눈치챈건데 이 학교의 교육과정 매커니즘은 단순하면서 익숙했다.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비슷하면서도 과학고의 성향답게 이과 계열의 수업이 즐비했다.

그리고 전해들은 바로는 동아리에 가입한 뒤로는 그에 관련된 전공 과목을 추가로 들을 수도 있었다.

마치 대학교와 고등학교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

다른 학원도 이런 것인지는 모르나 살짝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신기하긴 하네. 구조가 뭔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어.”

유일하게 낯선 부분이라면 역시나 ‘총’일까.

블루아카이브의 세계관 상 모든 학년은 ‘총기’를 다루는 방법과 이론을 익히는 과정이 당연하게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의 나 또한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총을 소지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물론, 내용은 뒤지게 어려웠지만…….”

군사 이론뿐만이 아닌 밀레니엄의 수업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특히나 이공계열 수업은 아무리봐도 고등학교 수준이 아니라 대학교 수준은 되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수능 공부를 하던 자신이었기에 어느 정도 따라갈 수는 있었지만, 심화 과정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한 상황.

‘여기서도 공부를 해야된다고.’

이건 좀.

“왜 나는 토니 스타크가 아닌 것인가…….”

히어로 장르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천재 두뇌의 소유자. 그게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참 한탄스러웠다.

“후우, 궁상 그만떨고 일어나자.”

나는 멘탈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초에 내가 이곳을 공부하러 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지금은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행동해야할 순간이었다.

“엔지니어부로 가보자.”

나의 꿈을 실현시켜줄 장소.

구상하고 있는 온갖 히어로 장비를 제작해줄 공학자들의 모임.

나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라고?”

“이런 물건을 만들고 싶은데요…….”

무작정 그곳에 들이닥쳐서 모브 한명을 붙잡고 대충 자문을 구해보았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아니, 이건 조금 힘들거 같은데…….”

“…….”

빠꾸먹었다.

그들이 내 제안, 정확히는 망상을 거절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력, 자원, 그리고 자금.

내가 구상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가지 요소,

그들은 내가 ‘해줘’를 시전한다고 무작정 만들어주는 만능 고양이 로봇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엄청나게 참신했느냐?

음. 그것도 아니었나봐. 모브의 반응이 미묘했어.

애초에 내가 살던 문명보다 더 고도로 발전한 이곳에서는 그런 것들이 엄청 참신한 수준도 아닌 듯 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느냐.

이대로 포기하고 공부만 하고 살아야만 하는가?

아니? 내가 왜.

“낭만. 이것은 낭만을 실현하는 길이다.”

나는 길을 걸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모두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내가 이곳에 오자마자 떠올린 생각. 메인 스토리에 개입하고, 그토록 꿈꾸던 히어로가 되어보는 것.

이것만큼은 절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는 나의 목표이자, 궁극적인 신념이기도 하니까.

왜 나를 빙의시켰는가. 어째서 나인가.

이런 고질적인 물음을 자신에게 던질 생각은 없다.

우연으로 내가 되었든, 무슨 이유가 있든 이곳에 온 이상 나 나름대로의 학원 청춘을 즐길 목적이니까.

그러니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어떻게든 이뤄낼 것이다. 그것이 설령 험난한 가시밭길이라고 할지라도……!”

빙의 첫날.

길 잃은 입학자 소녀, 마음 속에 영웅심을 담다.

4.

돈을 벌어야한다.

학원도시 키보토스에서 돈을 방법은 무엇인가.

사실 현실과 그리 다르진 않다.

그저 그 중간과정에 ‘총’이라는 요소가 필연적으로 포함되어 있을 뿐이지. 여긴 그게 일상이더라.

하지만 나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생각이다.

단순히 일을 구해가지곤 내가 목표로 하는 금액을 단번에 얻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이 뭐냐고?

“정의구현.”

키보토스의 감춰진 이면에서 기생하는 악인.

그들을 때려잡고 약탈, 아니 양지로 다시금 돈을 환수시킬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빙의한 몸의 능력도 체크해보고.

총을 다뤄보면서 감각을 익혀볼 생각이다.

“오늘 밤, 사냥을 나선다.”

오늘부터 나는 키보토스의 ‘비질란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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