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1.
블루아카이브의 세계관은 현대 지구와 닮은 점이 많으면서도 차이점이 다소 존재한다.
학원도시라는 세계관 설정은 둘째치고, 우선 기본적으로 총기 소지를 상식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나 작중에 등장하는 성별이 오직 여성 뿐이라는 점 등.
다소 괴리감이 있는 설정이면서도 게임성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않는 설정들이 다소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블랙마켓. 암시장의 활성화 여부.”
현대 지구도 비슷하지만 키보토스의 암시장 구도는 더욱 심각했다.
총기라는 수단과 학생과 여타 종족들의 신체적 차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예 ‘블랙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자치구에 버금가는 영역의 암시장이 있다거나.
헬멧단, 용역, 불량배, 카이텐져 및 기타 군소조직 등이 키보토스 전역에 분포되어 존재한다는 점과 같은 기이한 세력 구조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암시장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필연적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돈.
그것도 압도적인 물량의 자원과 돈이 암시장에 유통되기에 암시장이 활발해지는 것이리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저런 이유도 있었기에 내가 ‘정의구현’이랍시고 늦은 밤에 밀레니엄이 뒷골목이라 불리는 암시장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게임에서 암시장이 주 무대가 된 적이 많았지.’
당장 메인스토리 1부에서도 블랙마켓이 나오고,
향후에도 꾸준히 언급되는 것이 이곳 뒷세계다.
그러니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지리를 외우는 것은 둘째치고, 키보토스라는 도시 자체에 적응하기 위해서.
키보토스. 설명으로는 학원과 청춘의 이야기라곤 하지만 한번이라도 스토리를 본 사람을 알 것이다.
‘이곳은 청춘으로 포장된 개막장 고담 시티다.’
물론, 진짜 고담시티 마냥 빌런들이 판치고 치안이 개박살나고 그러진 않으나 이곳 키보토스에선 언제나 문제가 발생하고, 폭발이 일어나며, 총성이 난무한다.
그게 이곳의 ‘상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식은 밀레니엄이라고 할지언정 ‘절대로’ 피해가지 못한다.
마치, 지금과 같이.
타타타탕-!
“이 자식이! 감히 물건을 짝퉁을 가져오다니! 내가 이딴 조잡한 물건을 보고도 속을 줄 알았냐!”
“젠장! 거의 속일 뻔 했는데!”
“내 한정판 럭셔리 페로로사우르스 굿즈가!!!!!!”
밀레니엄 암시장 외곽.
헬멧단과 불량배로 보이는 소녀들이 돈과 물건을 주고받다가 문제가 생긴걸 알아차리자마자 곧바로 서로에게 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준비해두었던 물건을 얼굴에 착용했다.
가면. 다른게 아니라 단순히 얼굴을 가리기 위한 물건으로 챙겨온 것이었다.
싸움에 끼어들기에 앞서 내가 준비해온 것들을 잠시 점검해보았다.
‘총, 탄창, 수류탄, 연막탄, 다 있네.’
편의점에 가서 구매해온 간단한 무기들.
과연 내 능력으로 저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테스트를 위해 무작정 달려들기엔 적절하다.
그 과정에서 다칠수도 있었으나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한 과정조차 하나의 테스트라고 생각했으니.
생각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그 순간.
탕-!
내가 숨어있는 쪽으로 총알이 날아오더니,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넌 누구냐! 누군데 감히 우리가 싸우는걸 훔쳐 봐!”
……시발.
이걸 걸려버리네.
나는 어쩔 수 없이 엄폐물에서 일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한창 싸우던 이들이 내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하나같이 침묵했다.
“뭐야. 저 여자는?”
“미, 미친. 저것도 너희랑 같은 헬멧단이냐?”
“……아닌데? 뭐지, 저건?”
“정체를 밝혀라! 이상한 가면 쓴 년!”
현실이 되니 욕설이 굉장히 과격하게 변했다.
행동도, 말투도 하나같이 험한 것이 딱봐도 뒷골목에서 생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에선 못들어본 말투지만, 현실적이긴 하네.’
“무시하냐! 대답하라고!”
당연하게도, 나는 침묵했다.
그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면 언젠가 내 정체가 탄로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나. 그러니 감춘다.
‘하얀 머리카락이 드러난게 신경이 쓰이지만 키보토스에 하얀 머리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이곳에 명성을 알리러 온 것이 아닌, 내 힘을 테스트하기 위해 온 것이니.
불량배 셋에 헬멧단 넷.
…할만한가?
“해봐야지.”
철컥-
“뭐, 뭐야. 왜 갑자기 총을-”
타앙-!
나는 곧바로 몸을 앞으로 날리며 총을 쏘았다.
그것으로 그들과 나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2.
처음 전투에 돌입하자마자 느낀 것은, 내 육체가 생각 이상으로 더 뛰어나다는 생각.
블루아카이브에서 ‘학생’은 보통 일반적인 범주를 뛰어넘은 초인으로 묘사가 된다.
하지만 초인인 학생이 대다수인 이 세계관에선 이런 능력이 ‘평범함’이 되고, 오히려 역설적으로 일반인인 선생이란 존재가 ‘특별함’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 발휘하는 이 뛰어난 신체능력과 감각이 어느정도의 수준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으아악! 이 녀석 도대체 뭐야?!”
“속도가,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
엑스트라인 헬멧단과 불량배의 반응으로 보건데 마냥 약하지만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보토스에선 모브도 이 정도로 강한가?
저 녀석들 말을 들어보면 그건 또 아닌거 같은데.
콰앙-!
기습적으로 달려들며 발사한 총알이 불량배 한명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나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총알들의 세례.
나는 육체 테스트를 해볼겸 그냥 맞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아직 적응되지 않은 현대인의 감각이 총알에 대한 두려움을 상기시키며 본능적으로 바닥을 굴렀다.
“허.”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명을 무력화시키는 일련의 과정동안 힘들거나 지친다는 느낌이 일절 없다는 것.
그야말로 초인적인 신체능력이구만.
그에 이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다는 희미한 확신을 품으며 나는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우선 쓰러진 불량배 근처에 있는 두놈.
저놈들을 먼저 정리해야만 했다.
나는 놈들이 있는 위치로 곧장 발을 박차고 달렸다.
군대도, 마땅한 교육도 받지 않은 나였기에 먼 거리에서 적을 맞출 사격 실력이 없는 만큼 가까이서 적들을 쏘아야만 공격이 성립됐다.
그만큼 적들과 나의 거리적 우위는 명백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저들보다 내가 우위인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느껴진다.’
감각. 단순히 오감을 넘어선 초인적 감각.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서자마자 개화되기 시작했던 엄청난 감각이 지금에 이르러 내게 수많은 정보를 안겨주기 시작했다.
적들이 있는 위치, 총구의 방향, 손가락의 움직임.
그 모든 정보들을 하나로 통합해 머릿속에 쑤셔박히는 듯한 감각.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읽어낸 나의 뇌는 가장 최적의 행동을 도출해내었다.
바로-
타타타탕-!!
“뭐, 뭐야 저거……!!”
“총알을, 다 피한다고?”
“미친! 무슨 저런 괴물이 다 있……!”
이런 식으로.
달리기를 하던 와중에 높게 점프해 곡예사마냥 몸을 비틀어 모든 총알을 피해낸다.
일련의 사고 과정 없이, 오직 감각적으로 이루어낸 행동은 나 자신조차 경악할 정도의 결과를 내었다.
하지만 얼타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나는 마찬가지로 얼타고 있는 놈들에게 총알을 발사해 쓰러뜨리곤 곧바로 다음 목표인 헬멧단에게로 고개를 휙 돌렸으나-
이내 당황하며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걸 도망가네.”
불량배들과 대치하던 헬멧단들.
녀석들은 내가 모든 총알들을 피해내고, 불량배를 쓰러뜨리자마자 자리를 뜨고 도망쳐버렸다.
그 덕분에 강제로 전투가 종료되고 말았지만, 나는 이번 전투에서 적지않은 수확을 얻었다.
내 신체능력을 테스트하는 것과 더불어 완전히 초능력이라고만 부를 수밖에 없는 ‘초감각’.
거기다…….
“이놈들, 돈 놓고갔네.”
나는 헬멧단이 놓고 간 현금과 불량배의 주머니를 털어 기초자금을 획득했다.
아주 바람직한 첫 히어로 활동이었다고 생각들었다.
그 날부터,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뒷세계를 활보하며 히어로 활동을 시작했다.
3.
그 날 이후, 밀레니엄의 뒷골목에서는 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학생으로 보이는 어떤 미친년이 가면을 쓰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공격하고 다닌다는 이야기.
제대로 된 신분을 특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보이는 행보는 단순했다.
악인을 벌하고, 선인을 구한다. 그리고 돈을 뺏는다.
오직 범죄를 저지른 이들만 한정해서.
본래 소요사태와 분쟁이 매순간 일어나는 암시장에서 이러한 소문은 많은 이들에게 퍼지기가 쉽지 않다.
애시당초 암시장에서 소문으로 접할 수 있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는 보통 다음과 같았으니까.
가까이 가서는 안될 인물이거나, 엄청난 거물이거나.
그렇기에 이 소문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블랙마켓에서 악인을 벌한다고?
흠. 보기 드물지만 있을 수 있는거 아닌가?
학생이라는건 신기하지만 그럴 수 있지.
대체 왜 소문이 퍼진거야?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소녀를 직접 접한 이들은 말한다.
“괴물! 그 년 그거 괴물이라고!”
그들은 소문이 아닌 사실을 그대로 전했으나, 그 이야기를 들은 이들 모두가 허풍이라 치부할 뿐이다.
왜냐?
그 정도로 소녀가 보인 능력은 말이 안됐으니까.
날아오는 총알을 순식간에 피하고.
수많은 적들을 단신으로 꺾으며.
적이 누구든 덤벼들고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무슨 말도 안되는. 게헨나의 소라사키 히나가 가면을 쓰고 영웅 행세라도 하고 있다는 것인가?
새하얀 머리칼. 엄청난 전투력. 그리고 권선징악.
이 모든 키워드가 모여들자 혹시?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소라사키 히나가 여기를 왜 오냐. 게헨나 진압하기도 빡셀텐데.”
“걔가 뭐가 아깝다고 돈을 뺏고 다니는데?”
“참나. 말이 되냐? 무슨 SRT 소속이셔?”
이 소문을 접한 이들은 소녀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전하지않고 축소하여 전했고, 그저 악인을 벌하는 의문의 백발 소녀- 정도의 소문만 퍼질 뿐이었다.
그렇기에 의아한 것이다.
왜. 도대체 어째서 이 소녀는 유명해졌는가.
목격 정보와 실질적으로 퍼지는 소문의 내용이 어째서 다른가.
의문은 있지만, 그 누구도 소문의 진상을 파고들려고 하지 않았다.
블랙마켓의 불문율. 소문의 진상은 어차피 머지않아 자연스레 밝혀지게 될 것이기에.
떠오르거나, 가라앉거나.
그건 그때가서 판단하면 될 일이었다.
…
…
그리고.
이러한 소문의 장본인은 현재-
“어서오세요~ 엔젤24입니다~”
현실에 굴복해 알바를 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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