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98



1.

‘원 히트 원더’라는 말이 있다.

단 한 순간의 번뜩임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높게 흥행하여 단기간에 큰 인기를 끄는 현상을 말한다.

조금 더 간단히 표현을 해보자면 아티스트나 예술가들이 이따금 ‘반짝’ 인기를 끄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용어가 보통 쓰이는 상황은 보통 부정적인 상황인데 그 이유는 바로 보통의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번뜩임이나 영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 썼던 유명곡을 현 시점에서 같은 수준으로 재현할 수 있는가?

이전에 작성했던 글을 기억한 채로 지금에 와서 똑같이 쓸 수 있는가?

정답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렇기에 당시에 만든 작품에 대한 진정한 주인은 현재의 내가 아닌 과거의 자신일 것이다.

‘원 히트 원더’는 그런 이야기였다.

알코올 농도에 따라 천사가 되고 악마가 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나이에 따라 아이가 되고 어른이 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결국 인간은 영속적이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 순간 격변을 맞이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물건에 담긴 인식과 의미도 시간 속에서 변해간다.

인간은 이 기이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엇 하나 소유할 수 있는게 없다.

정확히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하리라.

유명한 ‘테세우스의 배’의 이야기가 이와 같다.

시간이 흘러 부식하던 선박의 부품 일부를 점차 바꾸어나가다 끝내 모든 부품들이 새 것으로 바뀌게 된다면, 그것은 과거의 선박이라고 할 수 있는가?

끊임없이 변화한 끝에 모든 것들이 뒤바뀐다면 그것은 결코 과거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이치이기도 했다.

인간의 세포는 주기마다 교체되기에 이른다.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몸 전체의 세포가 변해 과거의 세포들은 이미 말소된지 오래일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가 변하고 만다면.

과연 현재의 나는 과거의 자신과 같은 사람인가?

더 나아가, 현재의 아리스와 내가 기억하는 원작의 아리스는 같은 인물일 수 있는가.

나라는 불순물이 개입한 상황에서 내가 온전히 기억하는 아리스는 그저 내 기억에만 남은 망령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

뭐,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까지 깊게 파고들 주제도 아니었으니.

그저-

‘지금의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걸 알았다. 그 뿐이지.’

심마(心魔)에 빠졌다곤 해도, 그것에 매몰되어 행동하지 않는 것은 하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두렵다고 움직이지 않은 채로 지내다 파멸이 다가왔을 순간 후회하는 것만큼이나 꼴사나운게 또 있겠는가. 그러니 움직일 것이다. 일단 움직이고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으리라.

따지고보면 웃긴 상황이었다. 내가 언제부터 행동보다 머리로 생각하는걸 우선했다고.

“내가 모르는 일이면 물어봐야지.”

자신이 대답할 수 없는 문제라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에게 대신 물어보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러니.

“저 잠시 트리니티에 다녀오겠습니다.”

“……네?”

“가서 예언자 좀 만나고 올게요. 물어볼게 있어서.”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내용인가요, 이게?!”

“안될 건 또 뭡니까.”

“아니……!”

말문이 막힌 히마리가 뒷목을 부여잡았다.

에이미마저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보는걸 보니 확실히 간단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당연하죠! 예언의 신비, 혹은 기술은 각 학원에서 극비로 취급되는 존재들이에요! 이렇게 편의점 가는 말투로 거론해도 될 문제가 아니라고요?!”

“흠. 그 정돈가.”

“그 정도라고요, 히이로…!!!!”

히마리가 저렇게나 경악하는 이유는 대충 알았다.

‘예언’의 신비는 각 학원에서도 학생회장과 동격의 수준으로 보호해야하는 극비사항이자 그 학원의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존재를 만나러 간다는 뜻은 다름아닌 트리니티의 최심부에 단신으로 쳐들어간다는 뜻과 동일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히이로. 트리니티는 말이죠. 겉으로는 신실하고, 순결한 소녀들의 모임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론 달라요. 뱀 소굴, 정확히는 음흉한 괴물들의 소굴이죠.”

“……그렇습니까?”

원작에서 드러나던 면모도 대충 그러했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애시당초 인터넷만 봐도 트리니티가 실상은 아가씨들의 모임이 아닌 독사굴이라는 사실은 잘 알 수 있는데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런 내 주장에 히마리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내 견해를 극구 부정했다.

“그게 아니라고요, 히이로! 제가 말한 ‘괴물’이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요! 티파티의 미카, 정의실현부의 츠루기, 구호기사단의 미네, 그리고 그 누구도 역량을 재단할 수 없는 시스터후드까지. 아가씨라는 껍데기 뒤에 숨겨져있는 괴물들이 가득한 장소가 바로 트리니티라는 학원이란 말이에요!”

“……오.”

“당신이 트리니티의 예언자를 만나러 가는 것은, 저들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확실히 인선들을 들어보니 빡세보이긴 했다.

하지만…….

“가능할 것 같은데요.”

“히이로-!!!!!!”

“아니, 아니. 화내지 마시고 말 좀 들어보세요.”

나도 억지를 부린다고 이러는게 아니라고.

이내 화를 가라앉힌 히마리에게 계획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히마리는 표정을 팍 구기더니 나지막히 중얼거릴 뿐이었다.

“미쳤군요, 정말…….”

“와. 히이로 너 미친년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생각해도 제정신으로 짠 계획은 아니었다.

2.

트리니티종합 학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와 연관이 깊은 학원이며, 다른 학원들과 다르게 단일된 학원이 아닌 다양한 학원들이 연합하여 탄생한 학원이었다.

수많은 학원이 연합하였다는 특성답게 키보토스 최대의 부지 면적을 자랑하는 학원이기도 하다.

종교의 경건한 이미지와 신실하고 순결해야만 한다는 종교적 특징이 모여 트리니티의 대외적 이미지는 그야말로 게헨나의 정반대라고 할 수 있었다.

게헨나가 지나친 자유로 인한 혼란이라면.

트리니티는 지나친 억압과 율법으로 인한 내부의 균열이라고 할까.

악마와 천사, 그리고 미덕과 죄악.

각자 중시하는 것이 다른 이상, 극단적인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트리니티가 아가씨들의 학원이라는 이미지는 이런 점들에서 기인한 바.

그 외에도 트리니티의 대표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가톨릭 계열의 미션스쿨이라는 점이나 티파티를 중심으로 굴러가는 삼두정 정치체계, 아가씨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는 은밀한 신분제까지.

뭐, 트리니티에 관한 여러 설정이나 특징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으나… 사실 그다지 중요한 내용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애시당초 트리니티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면 그들의 ‘양면성’에 있었으니까.

겉으로는 깔끔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거리에 내리앉은 분위기나 초감각에 잡히는 온갖 소리들을 들어보면 그 진상은 곧장 드러났다.

잠시 정신을 집중하며 초감각을 넓게 퍼뜨렸다.

– ‘후후. 그러고보니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셨지요? 아무래도 학우 분께는 샐러드를 주문해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 ‘요즘따라 수익이 좀 줄었네요. 털어먹을 관광객 어디 없나…….’

– ‘아, 그 분 말인가요? 후후. 몇 번 어울려줬다고 친구라고 생각하는건지, 수준 안맞게 자꾸 들러붙으려 하기에 오늘만이라도 이렇게 떼어놓고 왔답니다.’

– ‘아, 미친 정의실현부 이 좆같은-’

그만…. 그만 듣도록 하자…….

나 정신 나갈거 같아.

귓가에 잡히는 목소리는 죄다 아가씨들이나 낼 법한 미성인데 내용은 음흉하고 칙칙하기 그지없다.

이게 트리니티의 진면모인 것일까. 그게 아니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일까.

‘……무섭네.’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금 눈앞의 트리니티의 거리 풍경을 살펴보았다.

가볍고 혼란스런 분위기의 게헨나와 달리, 트리니티는 길거리부터 평화롭고 단정된 인상을 안겨주는 자치구였다.

거리에는 간식을 먹으며 순수하게 미소짓는 아가씨들이 가득하고, 간혹 보이는 버스킹 현장엔 게헨나나 다른 학원에서 울려퍼지던 해비메탈이나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아닌 교양 넘치는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소리가 주를 이루었다.

겉과 속이 다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 속내가 하늘과 땅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게 내가 이야기한 트리니티의 ‘양면성’이다.

이 학원의 본질적인 문제이며, 동시에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근본적인 원인이리라.

‘이러니까 맨날 싸움이 일어나는거구만.’

트리니티에서 자주 일어나는 범죄는 아가씨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나 테러 행위, 혹은 금품 갈취가 그 주를 이루었지만 그 외에도 아가씨들 간의 다툼과 온갖 혐오 범죄가 다분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대놓고 벌어지진 않고 은밀하게 말이다.

게임에서 보았을 때도 대충은 짐작했지만, 현실에서 보니 그 이유를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는 더욱 깊고 길어지는 법이지.’

모든 종교가 그렇듯, 트리니티는 폐쇄적인 분위기가 학원에 뿌리잡고 있다.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설파하는 가르침 또한 종교적 특성상 굉장히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관점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종교의 가치관 아래에서 온갖 율법과 계명, 고결함과 근면함, 예의범절 등을 갖추어야만 트리니티에 걸맞는 ‘아가씨’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환경까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환경, 완벽함을 추구해야만 하는 환경, 약점과 결점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환경.

마치 결벽증이라도 걸린 듯 ‘깨끗함’과 ‘평화’를 추구하는 환경 아래에서 통제받는 인간은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학원의 분위기상 그들의 그 어두운 면모는 더더욱 내면으로 깊게 파고들어 속을 갉아먹는 것이다.

뭐, 대부분은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며 문자 그대로의 ‘아가씨’다운 성격을 지니게 되기도 하지만…….

“모든 인간이 같은 성격을 가질 수는 없지.”

몇몇의 트리니티의 학생들은 교활해졌고, 음흉해졌으며,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종교는 경전과 계명을 통해 인간의 절대적인 가치관을 심어주고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지만, 인간의 창의성을 거세하고 편협한 사고를 가지게 하는 폐해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종교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를 경전 안으로 구속하기도 했으니.

이것이 트리니티에서 ‘양면성’을 갖춘 학생들이 보이는 면모에 대한 나의 해석이었다.

‘게헨나는 공포를 심어서 해결했다지만… 여기는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불가능할거 같기도 하고.’

물론, 트리니티의 생활은 보통 평화롭고, 사건 사고가 다른 자치구와 비교에 잦지 않은 편에 속한다.

그렇기에 내가 트리니티에서의 활동을 후 순위로 미룬 것도 있었으나, 그와 별개로 트리니티 안에서의 분쟁은 다른 학원들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학원에서의 소란은 보편적으로 총이 엮이는 경우가 다분하다. 헬멧단과의 다툼, 학생들 간의 다툼, 은행 테러, 단순 소요 사태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트리니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분쟁이 벌어지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총이 아닌 입으로, 주먹싸움이 아닌 정치싸움으로. 좋게 표현하면 교양이 넘치는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음흉한 방식이다.

다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제아무리 평온하고 폐쇄적인 트리니티라 할지라도 이곳은 엄연히 키보토스에 속한 자치구였다.

그리고 키보토스에 속해있다면 언제나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타타타탕!

돌연 총성이 거리의 평온을 깨고 울려퍼졌다.

아무리 총격전이 익숙한 키보토스라 할지라도 갑작스런 소음에는 놀랄 수밖에 없는지 거리를 걷던 아가씨들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곤 곧장 소리의 반대쪽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괜한 소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필사적인 의지가 엿보인다.

“뭐죠? 대체 무슨 일이…….”

“방금, 분명 총성이 아니었나요?”

물론, 몇몇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됐는지 자리에 머무르며 의문을 표하고 있긴 하지만.

참 여러모로 트리니티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갖게 만드는 상황들인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쿠웅─!

거센 충격음과 함께 무릎과 다리로 전해지는 충격.

이전과 달리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경의 묘리를 하체에 실어 충격을 완화시킨 덕이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고있던 후드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해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전의 나였다면 이 상황에서 당황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태연하게 그 시선을 받을 수 있었다.

“다들 물러나십시오. 곧 빌런이 옵니다.”

가면의 확성 기능을 통해 거리에 있는 모두가 들릴 정도의 성량으로 이야기하자, 잠시 멈춰있던 이들이 그제서야 내가 누군지 알아채곤 급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시, 실크?”

“저거 실크 아닌가요?”

“실크가 왜 여기에…….”

의문이 가득한 시선이 내게 쏟아졌지만 딱히 내가 해소시켜줄 가치는 없는 의문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곤 총성이 들려온 방향으로 웹 슈터를 발사해 하늘을 날았다.

본격적으로 빌런이 있을 장소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지상에서부터 ‘실크?’, ‘저, 저건…!’, ‘실크에요! 실크가 왔어요!’ 하는 등의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내 소식은 트리니티에도 닿은 모양.

나름 뿌듯한 감정이 느껴져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양면적인 면모의 학생들일지라도 영웅에 대한 동경심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참으로 입체적인 면모를 보이는 트리니티의 상황에 미소가 지어지는 한편,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먼 거리의 빌런을 주시하였다.

넓게 퍼진 초감각에 잡힌 적은 매우 빠른 속도로 내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사람이 직접 달리는게 아니다. 이건…….

“차를 타고 있나.”

몇 번이고 상대해본 유형의 적이었다.

영화에서도 주로 나오는 수법이기도 했고 말이다.

‘더 빠르게 가야겠네.’

머지않아 정의실현부가 도착할 것이다.

오자마자 그들과 대립하는건 피곤한 일이었기에 빠르게 일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새로 창안한 기술도 활용해봐야겠지.

지금까지 내게 주어진 기동력의 대부분은 거미줄에 의존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스파이더맨을 모티브 삼기도 했고, 이것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에.

하여, 지금까지는 줄곧 거미줄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활공하는 방식으로 이동했었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기동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을 얻게 되었다.

-경(勁).

활용 방식이 무궁무진한 나만의 힘.

그 힘을 발 아래에 실었다.

그리곤 마치, 보이지 않는 발판을 밟듯이 경의 묘리를 실어 발을 강하게 박찼다. 다리가 터질 듯한 통증도 잠시, 무형의 힘이 발산되며 나의 육신은 충격에 떠밀려 점차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콰앙─!

직후, 나의 몸은 마치 포탄과 같이 빠르게 하늘을 뚫고 적에게로 날아가게 되었다.

아이언맨이 리펄서 추진체로 순식간에 창공을 뚫고 적에게로 나아가듯이. 순간적으로 추진한 나의 육신은 엄청난 속도로 적에게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질량을 이용해 몸을 ‘살짝’ 밀었을 뿐이지만, 다른 이의 시선에서는 미사일로 착각할 정도의 속도를 내는 비행체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같은 감상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저게 인간인가요?”

“초능력 아니야, 저 정도면?”

“실크, 너는 인간마저 초월한 거냐……!”

지금까지 실크가 선보인 압도적인 전투 능력이나 고도의 기술력이 내재된 장비들은 사람들을 ‘놀라운’ 감정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나, 이 순간 실크가 보여준 모습은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감정을 심어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바로, 존경과 동경을 넘어선, ‘경외심’이라 불리우는 것을.

그리고 그 괴물과도 같은 면모를 정면으로 맞이하게 된 이번 사태의 범인들인 헬멧단은.

“씨이이바알!!! 당장 차 버려어어!!!!!”

“끼에에에엑!!!!!!”

두려움에 찬 소리를 지르며 항복을 선언했다.

헬멧단 리더는 인질로 잡았던 트리니티 학생을 안아든 채로 차에서 뛰어내려 바닥을 굴렀다.

그녀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로 차에서 뛰어내리고 주인을 잃은 자동차가 벽면으로 방향을 틀려는 순간.

쿠구궁─!!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은 보았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듯 하늘에서 내려온 실크가 빠른 속도로 달리던 차 앞에 멈춰서더니 한 손으로 차를 붙잡아 멈춰세우는 모습을.

또한, 한 손의 악력으로 차의 보닛을 종잇장마냥 구기는 실크의 모습을.

“투항하시죠.”

“하, 하겠습니다! 하게 해주세요!”

“좋습니다.”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그 순간, 실크는 본의 아니게 게헨나와는 다른 형태의 공포를 트리니티에 새겨넣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키보토스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한 가지 확신이 피어올랐다.

실크가, 각 학원의 최강자들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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