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7



지리 수업 뒤로도 수업에 하나도 집중하지 못한 채. 시각은 순식간에 흘러가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서~ 밥 먹으러 가-”

“미안! 나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종이 치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나서 레티를 뒤로한 채, 기숙사 건물을 향해 전력 질주로 뛰어갔다.

체력은 좋은 편이었던 나였기에 한숨도 멈추지 않고 내 방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문을 연다.

“다녀왔습- 커헉!”

“왔구나!”

문턱을 넘는 즉시 릴리스가 달려들어 나를 끌어안았다.

“자, 잠깐만요 릴리스. 우선 문부터 닫-”

-쾅!

…어라? 기숙사 문이 자동문이었던가, 저절로 닫히네?

“내가 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건 압니다만, 현관에서 하려고요?”

“하악, 하악, 더 이상 못 참아.”

음, 완전히 눈이 돌아간 상태다.

이건 말리고 자시고고 일단 해소부터 시켜 주자.

포기하고 얌전히 입을 벌리자 곧장 릴리스가 입술을 들이댄다.

“쪼옥, 쪼옥!”

애타게 빨아들이는 릴리스의 모습에서 그녀가 얼마나 굶주렸는지 알 수 있었다.

‘아침에 지각하더라도 더 줬어야 했나?’

진지하게 땡땡이까지 고민하던 그때.

“웅?”

갑자기 릴리스가 빨아들이길 멈췄다.

그러곤.

“킁…킁킁…”

갑자기 내 목에다 코를 대고는 냄새를 맡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시츄에이션…

“….여자 냄새네?”

아니, 레티도 그러더니 릴리스마저?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는 건데?!

“딴 년이랑 붙어다닌 거야?”

저기요 외신님?

말투가 많이 험해지셨습니다만?

“아, 레티라고…제가 친하게 지내는-”

“여자야?”

“……”

“여자네.”

미치겠구만.

꼭 붙어 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릴리스의 얼굴.

새까맣던 그녀의 눈동자가 소름 돋는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서.”

낮게 읊조리는 부르는 릴리스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겨울철 한파의 차가움과 비슷했다.

“……네.”

“나로는 부족한 거야?”

“네?”

“그렇게 여자가 고팠어?”

아니 어떻게 이야기가 거기로 흘러갑니까!?

“릴리스. 레티랑은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고요. 그럴 생각조차 없습니다.”

“흐응….”

“릴리스도 레티 그 녀석을 만나면 알걸요? 걔 여자보단 남자에 가까운 놈이에요. 신이 잘못해서 정신이랑 육체의 성별을 반대로 만들어 버렸다니까요?”

“흐응….”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진짜 미치겠네.

어쩔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릴리스가, 내 눈앞에 외신님이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릴리스.”

부르르 떨리는 턱을 부여잡은 채, 뇌 내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사랑해요.”

“!!!!!”

단박에 날카롭던 릴리스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다.

동공이 크게 확장되고, 얼굴이 풀리는 것이, 인간들이 흔히 부르길 ‘멍한 표정’ 이 되었다.

“아직 만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릴리스는 제게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까….부족하다는 말하지 말아요.”

“…….”

아침에 기숙사를 나서며 느꼈던 것을 솔직하게 말했다.

릴리스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기를 반복했다.

명백히 당황한 모습. 심지어 얼굴에는 약간의 홍조마저 보였다.

어라, 이 정도였나? 나는 그저……..응?

내가 말한 것을 돌이켜본 내 얼굴에 열기가 솟구친다.

나 방금 뭐라 씨불였냐?!

“그, 그! 가족으로서 사랑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릴리스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싶었던 건데…

뒤늦게 수습하긴 했지만…..망했을지도…

내 변명을 들은 릴리스가 그제야 의미가 담긴 말을 더듬더듬 내놓았다.

“그, 그래. 가족, 가족으로서 말이지?”

“네!! 가족으로서…말한 겁니다.”

“…….”

“…….”

분위기 망했네.

이거 어떡한담.

도저히 릴리스를 똑바로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내 발만 뚫어져라 보았다.

그때 내 귓가에 울리는 부드러운 음성.

“나도.”

“…..네, 네!?”

퍼뜩 고개를 들어 릴리스를 보자 그녀는 평소의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사랑해, 아서.”

“……”

릴리스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이거 엄청 폭력적인 말이었구나?

듣자마자 머리가 새하얘졌다.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마치 심장이 턱 밑까지 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물론 가족으로서!”

짓궂게 웃으며 덧붙히는 말에 나도 어색하게나마 웃을 수 있었다.

“하, 하하.”

“우리 아서는 착하니까. 가족을 굶주리게 두지는 않겠지?”

릴리스는 자기 입술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곤 눈을 감았다.

아침 때와 같이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릴리스의 보드라운 뺨을 감싸며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릴리스의 반응이 아침과 달랐다.

입이 닿는 즉시 나에게 달라붙었던 릴리스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그저 가만히 기다리기만 했다.

몇 번이고 입술을 밀어 벌려보려 했지만, 그녀의 입술은 마치 잠긴 성문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 릴리스? 입을 열어 주셔야…”

그러자 입술의 틈이 약간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거기서 멈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어 강제로 벌리려 시도하는데…

“우웁!”

내 혀가 반쯤 들어갔을 때 입술이 다시 꽉 다물어졌다.

“리, 리리흐. 가자기 머 흐시느…” (리, 릴리스. 갑자기 뭐 하시는…)

그제야 눈을 떠 나와 시선을 맞춘 릴리스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혀끝으로 느껴지는 축축하고 까슬한 무언가.

“!!!!”

아침에 손가락으로 느꼈던 그 감촉을 기억해낸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어 번 혀가 얽히며 아찔한 감각이 머리를 관통해 나간다.

다리의 힘이 풀리려는 그 순간.

릴리스의 머리카락이 나를 지탱해 준다.

마침내 입술이 벌어지고 혀가 얽혀 있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릴리스의 혀는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내 혀를 붙잡고 있었다.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길이의 혀였지만 나는 홀린 듯이 그것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릴리스의 혀가 스르르 물러나며 내 혀를 해방 시켜 줬다.

“내가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고 해줬듯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말이야…”

릴리스의 눈이 새빨갛게 빛났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섬뜩한 눈빛이었다.

“그 누구를 만나던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해 주면 좋겠어, 내가 항상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면 좋겠어. 알겠니?”

릴리스의 붉은 눈이 담고 있는 감정은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너무도 삐뚤어져 있어, 그 원형을 알아보기도 힘든 음침한 감정이다.

다만 그 감정이 오로지 나를 향하고 있으며, 결코 나에게 해가 될 게 아닐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들자.

불안하긴 커녕 그 감정이 기껍기까지 했다.

“네, 릴리스. 맹세할게요.”

붉은 눈빛이 가라앉고 이내 평소의 까만 눈으로 돌아온 릴리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나도 노력해야겠지?”

“…….넹?”

“다른 년은 생각할 겨를도 없게 만들어 줄게.”

“그게 무슨- 읍…”

곧장 이어진 릴리스의 식사는…평소와는 다른 면이 있었다.

“츄르릅…”

“!!!!”

입을 벌린 채로 입술을 밀착시킨 것에 가깝던 그 행위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기다란 릴리스의 혀가 넘어오며 내 입속 곳곳을 훑었다.

짜릿한 전류가 온몸을 관통시키는 듯한 아찔한 감각이 질주한다.

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는 릴리스의 입술에서 오는 촉각적인 달콤함, 그리고 혀를 통해 넘어오는 릴리스의 타액에서 느껴지는 미각적인 달콤함.

두 가지 모두 내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초유의 감각이었다.

더 이상 식사라고 부르기도 애매해졌다.

‘이건 영락없는 딥키스잖아요!?’

하반신 이슈는 진작에 극대화된 상황이다.

아무리 지금의 행위를 식사라 자기최면을 걸어도 그걸 산산이 부숴 버리는 쾌락에 머리가 어지럽다.

“쪽!”

수십 분과 같았던 수십 초가 끝나고 릴리스가 요염한 눈빛으로 마주 보며 웃었다.

“후훗. 어때, 딴 년들은 생각도 안 나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릴리스에게 하소연한다.

“…..애초에 그런 관계 아니라니까요?”

판사님, 저는 억울합니다.

“아서, 만약 내가 다른 남자랑 시시덕 거리고 있으면 어떨 거 같아?”

당연히 상대방 남자를 죽-

“싫어요.”

“그렇지? 나도 그런 감정이야.”

아하, 참 빌어먹을 기분이군.

앞으론 릴리스와 만나기 30분 전에는 다른 여자랑 같이 붙어 있지 말아야겠다.

“그래도 뭐, 네 첫 키스는 가져갈게?”

“그건 이미 가져갔- 읍!”

저기 릴리스?

저 말 좀 그만 끊어 주시면 안 될까요?

순간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후후후…”

부드럽게 눈웃음 짓고 있는 릴리스를 보는 즉시 머리가 멍해졌다.

그래, 이렇게 끊는 거라면 난 언젠든 찬성일세.

—-

릴리스가 알려주길, 한 번에 많은 생명력을 빨아들이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심하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

“…..릴리스. 꼭 이 자세여야 하나요?”

“왜에~?”

“아니…좀, 부끄러워서….”

“가족끼린데 뭘~”

가족이라는 관계를 꼭 합리화의 방패로 이용하는 기분이 드는 건 내 착각일까?

릴리스는 침대에 드러누웠다…..나를 품에 안은 채로.

“아님, 싫어?”

릴리스의 얼굴에 진심으로 상처받은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아뇨, 좋습니다. 최곱니다.”

“헤헤…”

싫을 리가 없다.

이토록 포근하고 기분 좋은 품을 누가 마다 할까.

그 품속에 있을 때면 마치 엄마의 뱃속에 있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행복한 감정만이 샘솟아오른다.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릴리스.

“아서.”

“네?”

“사랑해.”

일순 머리가 생각하길 멈췄다.

조금 전에도 듣기는 했으나 그때는 식사 중이던 릴리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의 따뜻한 릴리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 나를 내려다본 채 속삭이는 그 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아서는?”

“아, 아까 대답했잖아요.”

“또 해 줘~ 응?”

잔뜩 기대하는 듯한 릴리스의 표정을 보니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사랑해요, 릴리스.”

“꺄아아아~”

나를 깔아뭉개듯 강하게 끌어안으며 위아래로 흔드는 릴리스.

내 안면을 압박하는 압도적인 중량에 숨이 막혔다.

‘커헉! 이 무슨 천상의 부드러움…!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아~’

“아차, 숨 쉬어 숨. 아니다. 인공호흡을 해 줄-”

“괜찮습니다.”

위험했다.

무언가 껀덕지가 주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달려들어 물어 버리려 한다.

말 하나하나를 조심해야겠어.

“아서. 내가 했던 말 이해했지?”

“…..릴리스를 먼저 생각해 달라는 그 말이요?”

“응, 약속이야? 꼭 지켜줘야 해!”

“네, 명심…..할….게요…..”

릴리스의 품이 너무도 따뜻한 나머지 그만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아니, 이걸 어떻게 참으라고….흠냠냐…..

—-

품에 쏙 들어와 있는 작은 계약자를 내려다본다.

눈을 감고 잠에 빠진 그를 보자 가슴이 콩닥거림이 느껴진다.

“…귀여워.”

그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한다.

믿었던 누군가의 손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던 나는 숲에서 정신을 잃었다.

완전히 기절하기 직전에 간신히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하긴 했지만, 만약 다시 녀석이 쫓아왔으면?

나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겠지.

눈을 떴을 때에는 누군가가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녀석의 수하라고 의심한 내가 발버둥 치자 그는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속삭여주었다.

“안심해. 내가 지켜 줄게.”

짧은 말에 품어진 그 따뜻한 호의에 몸이 저절로 안심이 된 것일까.

나는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눈앞에 색색의 열매가 놓여져 있었다.

“먹어. 다쳤을 때 충분한 영양분 섭취는 필수야.”

그때는 정신이 조금은 돌아와 있어서 그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인간?’

그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아마 드림랜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인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열매를 구분할 수 있었지?’

드림랜드는 결코 생명체에게 친화적인 공간이 아니다.

이 숲만 해도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속내는 온갖 독초와 짐승들이 사는 험악한 공간이니까.

그런데 이 인간이 가져온 열매는 전부 식용이 가능한 것들 뿐이었다.

“못 먹겠어?…..먹어줘야 하나?”

마지막에 덧붙여진 말에 자존심이 상한 나는 열매를 크게 한입했다.

시큼한 과즙에 정신이 확 들었다.

“옳지, 잘했네.”

내 머리로 가는 그의 손을 보고 하악질을 하자, 그는 뻘쭘하게 손을 뒤로 물렸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에 결국 열매를 하나둘 눈앞에서 먹어 치웠다.

“더 가져올까?”

…솔직히 오랜 시간 굶은 것도 있었기에 뭐든 간에 배를 채우고 싶기는 했다.

주식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은 될 테니.

내가 가만히 쳐다보자 긍정의 표시로 생각한 인간이 기다리라고 말하고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곳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

‘평범한 인간이 식용열매를 구분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운이 아무리 좋아도 그게 가능할 리가… 설마 노덴스의 수하인가?’

조금이나마 회복된 몸에서 없는 힘 있는 힘 전부 끌어모아 작은 독침을 만들어 낸다.

만약 녀석의 수하라는 게 밝혀지면 그 즉시 고통스럽게 죽여 버리리라.

그의 흔적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그의 등이 보인다.

그는 작은 풀숲에 웅크린 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천천히 다가간 나는 그가 내는 소리를 듣고는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욱…우웨에엑…”

토를 하고 있었다.

“커헉…! 이건 독초네. 그럼 비슷하게 생긴 놈들은 전부 버려야지. 다음은 이놈…..괜찮….퉤 퉤 퉷! 어우씨 무슨 나무 열매에서 똥맛이 나냐…”

그는 잔뜩 따놓은 열매들을 나열해 놓고는 조금씩 입안에 넣고 있었다.

독초면 당장 뱉거나 토하면서 제외시키고, 식용 가능한 열매면 넓은 풀잎에 주섬주섬 담았다.

“쿨럭! 우욱…! 퉤, 퉷!”

피를 토하며, 위액을 쏟아 내며, 뱉어내고는 혀를 닦아내는 그의 모습에 나는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설마 나 하나 먹이겠다고 저런 짓을 해? 미친 거 아냐? 여길 평범한 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갑작스럽게 돌아보는 그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해, 그대로 들키고 말았다.

“어라? 고양아! 걸어 다닐 수 있어? 다행이다~ 많이 회복된 모양이네. 아, 열매 먹고 싶어? 여기. 이거 생각보다 되게 맛있더라.”

나에게 빨간 열매를 내밀며 실실 웃는 그의 입가에는 옅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처음이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호의라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새롭고 따라서 신기했다.

주식이 주식인지라 수많은 감정들을 받아왔지만, 대부분이 대가를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적인 호의들이었다.

때문에 그가 보여 준, 한없이 원형에 순수한 호의라는 것은 내게 신선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고양아?”

나를 그렇게 부르던 남자가 지금은 내 품에서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그가 좋은 꿈을 꾸길, 가능하면 내가 나오는 꿈을 꿔주길 기대하며 그가 나에게 해줬던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서, 넌 내 가족이야.”

“사랑하는 가족.”

“너만이 나에게 새로운 감정을 알려 줬어.”

“……”

“아무에게도 못 넘겨줘.”

“내 거야.”

“나만의 아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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