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4
1.
시모에 코하루는 소심한 아이다.
이는 정의실현부 내부에서 코하루를 바라보는 시선을 객관화한 문장이다.
여기에는 참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코하루의 대인관계가 협소하다는 의미였고 또 하나는 바로 코하루가 심하게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그렇듯, 착한 아이라곤 하나 쉬이 무리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은 나오기 마련이다. 이는 인간의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본능적인 영역에서의 무리 형성이었다.
이미 자신의 무리를 꾸린 이들은 평온함을 해칠 타인을 무리로 넣는 것을 꺼리기 마련이니까.
정의실현부에서 평소 코하루의 위치는 이와 같은 무리에 ‘쉬이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의 포지션에 속해있는 아이였다.
또래의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불편해하고.
겉으로 볼 때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사는 듯한.
약간, 다가가기 어려운 그런 아이.
정의실현부의 부장이나 부부장의 입장이 아닌, 어디까지나 코하루와 같은 나이 혹은 또래의 일반 부원들의 평가가 바로 저러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코하루를 대놓고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등의 행동을 하는 아이는 일절 없었다.
독사굴이라 평가받는 트리니티에서 정의실현부의 평가는 그야말로 ‘사서 고생하는 위험 직종’이라는 시선이 강했기에, 직접 정의실현부에 입부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정의롭고 선을 중시하는 성향의 아이들이 입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덕이었다.
그렇기에 정의실현부의 아이들은 코하루와도 잘 떠들며, 놀거나 임무를 수행할 때 그녀를 빼놓지않고 챙기고는 했다.
어떻게 보면 코하루에게 있어 최고의 행운은 다른 어딘가도 아닌 정의실현부에 소속된 것이리라.
다만, 이맘때의 코하루는 한참 자신의 멍청함에 자괴감을 느끼며 슬퍼하고 있을 시기였다는 것도 이러한 평가에 한몫하는 부분이었다.
사람은 감정이 부정적일 때, 은근히 겉으로 그 감정이 드러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코하루가 정의실현부에서 ‘약간’ 겉돌게 되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이러한 상황이 겹쳐 생겨난 현상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기에 보통 부원들을 통솔하는 정의실현부의 부부장 ‘하네카와 하스미’도 코하루를 아픈 새끼손가락 취급을 할지언정 섣불리 간섭하지 않은 것이다.
하스미에게 있어 코하루는 ‘다소 어리숙하고 낯을 많이 가리지만 재능이 있는 아이’였다.
그 누구보다 정의에 대한 마음가짐이 올곧으나,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은, 그런 아이.
때문에 하스미는 코하루가 정의실현부의 아이들에게 챙김을 받을 때마다 기특함 반, 걱정 반의 시선을 은근하게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였었다.
“……?!”
정의실현부 건물의 순찰을 하던 중, 부원들에게 둘러쌓인 코하루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처음에는 코하루가 괴롭힘을 당하는 현장인가, 싶은 마음에 눈빛이 날카로워진 하스미였지만 이내 대화 내용을 엿들은 직후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정말로 실크랑 만난거야?”
“와아…. 진짜 부럽다아…….”
“나도 실크랑 대화해보고 싶은데……!”
“헤헤. 난 저번에 이치카 선배랑 현장에서 봤지롱~”
“으아악! 너무 부러워! 나도 실크랑 손 잡고 싶어! 머리 쓰담쓰담 받고 싶어!”
어색하게 미소를 흘리는 코하루에게 쏟아지는 말들은 비난이나 조롱의 말이 아닌, 부러움과 감탄의 말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실크와 마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 실크군요. 다행이네요.’
어째서일까. 하스미는 ‘실크’라는 두 단어만 들었을 뿐인데 마음이 놓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의실현부에서 ‘실크’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참으로 다양하니까.
당장 하스미 그녀도 실크에겐 나름 각별한 감정을 품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단한 사람이죠.’
애정이나 사랑과 같은, 분홍빛의 감정은 아니다.
보통의 정의실현부 부원들이 실크에게 가지는 일종의 동경과 선망의 감정.
그 비슷한 것이 하스미에게도 있었을 뿐.
‘그러고보니 어제 코하루가 실크와 만나고 어떤 대화를 나눴던 모습이 인터넷에 퍼졌었죠.’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정황상 실크가 코하루를 칭찬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코하루는 ‘실크에게 칭찬을 받은’ 정의실현부 멤버로 하루 아침에 의도치않은 인기를 얻게 된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사실이 정의실현부의 아이들에게도 퍼질 수밖에 없는 노릇.
그 결과, 코하루는 친구들에게 붙잡혀 어제의 일을 취조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의실현부에 있어 ‘실크’는 단순히 일개 영웅이 아니었으니까.
정의의 상징, 구원자, 정의실현부의 이정표.
혼란스런 키보토스에서 ‘정의(正義)’를 바로 세우고 참된 이치를 전파시킨 선지자.
정의실현부 속에서 실크는 거의 그런 존재였다.
“코하루 쨩! 정말 소문대로 실크의 제자인거야?”
“그, 그런거 아니야……! 그냥… 앞으로 기대할테니 열심히 하라고…. 그렇게만 말했어……!”
“그게 그거 아님?”
“이 정도면 제자 선언 맞는거 같은뎅?”
“아니라니까아……!”
“야, 야! 너희 지금 실크 님의 제자한테 무슨 말버릇이냐아아~!”
“헉! 대영웅 실크의 직계제자, 코하루 님! 저희에게 정의에 대한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내려주십시오!”
“으아아아! 그만해, 제발!”
“킥킥킥.”
“하하하!”
코하루와 부원들의 대화를 들은 하스미는 피식 웃으며 흐뭇하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아니 어쩌면 처음 보는 코하루의 진심 어린 모습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코하루의 이런 반응이 생소하면서도 재밌는지 그들의 표정도 즐겁다는 듯 풀려있었다.
이 또한 실크의 덕분이겠지.
하스미는 그리 생각하며 실크에게 속으로 감사를 전했다.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코하루가 처음으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계기가 그녀였기에.
‘참 신기하네요.’
실크와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코하루의 사정이 이토록 바뀌다니.
이것이야말로 실크가 코하루에게 선사한 구원이리라.
나중에 실크를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반드시 그녀에게 도움을 주리라. 하스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순찰을 이어나갔다.
이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서.
…물론, 성적에 대한 걱정은 해야겠지만.
2.
정의실현부는 실크를 좋아한다.
이는 일반 부원들 뿐만이 아닌, 부장이나 부부장과 같은 간부들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방금 코하루가 또래와 어울리게 된 것만 보고도 실크의 은혜이니, 구원이니 하는 판단을 내린 하스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실크라면 “엥? 그냥 제 좆대로 한건데용?”이라며 주장할 업적이라도 ‘다소’ 과장해서 평가를 내릴 정도로 하스미는 심각한 실크 애호 증후군에 걸린 상태였던 것이다.
참고로 이 질병의 다른 이름은 ‘팬심’이었다.
이는 모든 정의실현부 멤버가 겪는 일종의 광기이자, 동시에 신념이면서 일종의 신앙이기도 했다.
커뮤니티에서 실크의 극성 팬들이 실크가 하는 모든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녀는 신이야!!!!!’ 라며 외치는 것처럼 현실에서는 정의실현부가 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었다.
“키에엑! 키키키키킥!”
“이야~ 오늘도 멋있슴다~”
“…언제 봐도 참 대단하네요.”
“조금… 멋있을지도.”
부장인 츠루기부터 실크를 보면 발작하고, 일반 부원이지만 거의 간부급에 속하는 이치카와 마시로의 긍정적인 반응, 그리고 사실상 부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부부장인 하스미의 호의 섞인 말들까지.
이것만으로 정의실현부가 실크를 얼마나 좋아하고, 동경하는 지를 알 수 있는 지표인 것이다.
그렇다. 사실 정의실현부는 사실상 실크의 ‘팬클럽’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것이었다.
왜 정의실현부가 실크를 좋아하냐고?
엥? 그게 뭔 소리임? 이건 당연한거 아닌가?
애초에 질문 자체가 이상하잖아!
…정의실현부 소속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확신할 수 있다. 지나가던 정의실현부 부원 아무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오히려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아니, 실크를 왜 안좋아함?”
“우리 동아리 이름부터가 정의실현부인데 실크를 어떻게 안좋아함?”
“뭐? 너 정의실현부인데 실크 안좋아한다고? 너 이 자식 다른 동아리 간첩이지!”
“어? 진짜 간첩인데? 이게 왜 진짜임??”
하물며 이런 사태가 발생할 지경이었으니.
정의실현부에서 실크가 하나의 종교이자, 교리라고 이야기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뭣. 실크를 안좋아해?
왜??
다른 동아리과 달리, 정의실현부는 오로지 한 가지 계명만을 중시하는 올곧은 집단이다.
정의(正義).
트리니티의 일반 학생들이 율법과 교리를 중시한다고 하면, 정의실현부는 그 무엇보다 정의를 중시한다.
그런데 키보토스에서 ‘직접’ 악을 벌하며 정의의 가치를 세운 존재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
[“악을 벌하고, 선을 추구하라.”]
[“약자를 돌보고, 인자를 사랑하도록 하라.”]
[“정의는 하나님의 성품을 반사하는 것이니, 정의와 공의를 행하여라.”]
지금껏 살면서 끊임없이 ‘정의’에 대한 가르침을 전수받은 트리니티의 학생들이다. 그런 아이들 중 오로지 정의만을 깊게 중시하고 섬기는 아이들만이 정의실현부에 소속된다.
이러한 정의실현부에서 실크의 존재는, 현 시대의 살아있는 ‘성인(聖人)’이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뭐?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 않냐고?
알 게 뭔가.
이미 키보토스에선 불법과 합법의 영역이 불분명해진지 오래인 상황이다.
정의가 지엄한 신이 아닌 사람의 시선 아래에서 결정되는 세상이 와버렸다.
도시 각지에 혼란이 들어차 사람의 손으로는 미처 막을 수 없는 상황마저 도래하였다.
심지어 몇 달 전에는 생텀타워가 마비되어 아예 도시 전체가 파멸로 나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마저 있었으며,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등장해 아예 자치구 하나가 멸망할 수도 있었던 상황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타나 정의를 실현하고, 치안 유지와 질서를 형성한 존재가 누구지?
실크다.
그런데 실크를 욕해?
‘와, 님 미쳤음?’
‘이 새끼 이거 제정신 아니네.’
이런 반응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정의실현부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였다.
그들에게 있어 실크는 말 그대로 만인을 구원한 현실에 강림한 성녀였기에.
그렇기에 누군가가 실크를 폄하하거나, 욕보인다면 아마 그들은 이러한 반응을 보이겠지.
“이…! 불경한 자가……!!!!!”
이렇게 말이다.
정의실현부가 실크의 팬클럽처럼 변모하게 된 것은 이런 이유들이 겹쳐 일어난 현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어디까지나 티파티 산하의 치안 유지 조직이었던 만큼 대놓고 실크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할 수는 없었다.
그 증거가 바로 며칠 전에 있었던 정의실현부의 총출동 명령이었다. 높으신 티파티의 분파 아가씨들이 실크를 불편해하니 어쩌겠는가.
정의실현부는 치안 유지라는 명목을 위해 달려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마음에 안들게도.
물론, 그들의 마음 속에서 실크는 동경하는 영웅이었기에 시선에서 우러나오는 호의를 감출 수 없어서 실크에게 들키게 되면서 정-말 아쉽?게 실크를 놓쳐?버리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이처럼, 실크는 알지 못했지만 정의실현부의 성향 탓에 일어난 변화가 참으로 많았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이거… 이상하지 말임다.”
“확실히 그렇네요.”
티파티 산하기관인 정의실현부가 직속 상관인 티파티의 체제에 불신을 가지기 시작한 것.
보다 정확히는, 정의실현부가 티파티의 분파들이 이상한 행적을 보이기 시작했음을 포착한 것이다.
처음에는 의혹이었지만, 이후에는 의심이었고, 그 다음 단계는 불신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티파티에 대한 불순한 정황을 파악한 정의실현부의 간부들은 생각했다.
이거 어쩌면… 만일의 사태에서는 정의실현부가 개인적으로 움직여야만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며.
“흠흠. 혹시 모르니 미리 대비하도록 하죠.”
하스미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결코, 실크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티파티가 내심 마음에 안들어서 표독하게 노려보던 상황에서 우연찮게 발견해버려서 머쓱한 것이 아니었다.
절대로.
음. 절대로 아니다.
3.
그 시각, 밀레니엄.
트리니티에서 막 복귀한 히이로는 도착하자마자 아주 놀라운 소식을 전달받고 있었다.
“네? 뭐라고요?”
나는 잘못들었나 싶어서 히마리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선생님께서… 당신의 정체를 알아낸거 같아요…….”
“…….”
“어떡하죠, 실크……?”
시발.
이거, 좆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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