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81



키보토스의 봄은 그야말로 화창하다.

따뜻한 햇살을 피부를 따끈따끈하게 데우고, 그 위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하루.

모래사막이 가득한 아비도스와는 달리, 게헨나는 바로 근처에 있었음에도 찝찝하거나 덥다는 감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탓인지 학생들의 활동도 활발해지며 키보토스 각지에서 사건 사고도 늘어나고 있기도 했지만.

각 학원의 경찰 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열심히 일을 해주고 있는 덕분에 나는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화창한 날씨에 나는 무엇을 하고있냐.

“후우…….”

건물 옥상에 앉아 명상을 하고 있었다.

이로하와 함께 낮잠을 자던 순간의 경험이 생각 이상으로 내게 도움이 되었기에 꾸준히 행하고 있는 루틴이자, 일종의 훈련법이기도 했다.

단순히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가 아닌, 초감각으로 집중을 하다보면 신체 내부에서 준동하는 자신의 ‘힘’을 인지할 수 있었기에.

그래. ‘힘’을 말이다.

판타지에서나 나오는 마력 같은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힘’. 질량의 흐름. 에너지. 엄밀히 말하자면 신비의 영역과 융합되어 신체 내부에 무형으로 남아있는 기력(氣力)에 가까웠다.

내가 발하는 초인적인 힘의 근원이기도 했다.

미약하지만, 폭발적이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힘의 흐름을 본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본능의 영역에서만 움직이는 들끓는 파도와도 같았지만…….

집중을 한다면─.

사아아-

작게 숨결을 내뱉으며 주변의 감각을 지우고, 초감각의 인지를 온전히 내면에 집중시킨다.

그리곤 손을 뻗어 허공을 향하게하고, 주먹을 쥔다.

초감각을 발현하여 극히 민감해진 감각으로 힘의 방향을 붙잡아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간다.

그리곤 이내, 천천히 그 ‘힘’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상체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손목으로, 그리고 끝내 목적지인 주먹의 끝으로.

근육을 수축시키고, 체중을 실으며, 원하는 방향을 지정한다.

힘의 움직임을 따라 전신이 움찔거리길 잠시, 끝내 주먹 위로 새겨진 힘을 속도를 실어 터뜨린다.

“흐읍…!”

남들에게는 단순히 주먹을 약간 뻗는 정도의 행위였겠지만…….

─파앙!

그 결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풍선이 터져나가는 듯한 소음.

주먹 위에서 흩뿌려진 에너지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보다 진심으로 공격을 하였다면 돌덩이는 간단히 박살났을 수준의 위력.

“나쁘지 않네.”

그러나, 이러한 기현상을 발현시킨 장본인은 오히려 덤덤한 반응만을 내비칠 뿐이었다.

마치 어딘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이.

‘으음. 아직은 집중을 해야 이 정도 수준인가.’

몇 초간 집중을 한데다, 초감각마저 발동시켰음에도 만족스러운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몸 안에서 느껴지는 힘이 10이라면 지금 내가 운용한 힘은 아마 1도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러한 활용 방식이 낯설었던 탓도 있겠지. 지금의 방식은 단순히 전생의 어떠한 무술을 참고해서 그것과 유사하게 펼친 것이었기에.

발경(發勁).

거리에 상관없이 단순히 운동에너지를 전달하여 적을 타격하는, 일종의 초근접 상태의 타격기.

지금 자신이 해낸 것과는 사뭇 달랐지만, 에너지- 힘을 운용하여 한 점을 타격한다는 점에선 같았다.

그럼에도 아직 온전히 ‘힘’을 다룬다고는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의 기술이랄까.

‘감각과 본능에 의존해야만 사용할 수 있으니,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이지.’

비나 총력전- 세간에서는 ‘강철 뱀 토벌전’이라 불리우는 사건 이후, 상승된 신체능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순간부터 느끼고 있던 일말의 감각.

그것은 분명히 신체 내부에 존재하는 ‘힘’의 감각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 지금의 방식을 알게 된 것이었다.

‘상승된 능력을 안정화시키는 방법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감각대로 움직이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게 중요하지.’

명상을 통해 정신을 집중하고, 초감각을 켜야만 인지할 수 있었던 체내의 힘.

그 에너지를 원하는 위치와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것이 이 기술의 원천이었다.

지금 수준에서는 그것에 그쳤지만, 지속해서 훈련하고 요령을 터득한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리라.

손 끝이 아닌 신체 각지에서 발현하거나, 힘을 안정화시킨다던가, 어쩌면 판타지나 무협지에서 나오는 기술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단순히 상상의 영역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실전에서 사용하기엔 너무나 준비 시간이 길었다. 여러 가지 보완할 점도 있고.

물론, 그럼에도 만족스러웠다. 단순히 감각에만 의존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투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였으니.

‘큰 수확인건 확실하지.’

단순히 힘을 실어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주먹 위로 의도적으로 힘을 응축시키는 것은 그 의미가 한참이나 다르다.

아직까지는 초감각과 본능에 의존하여 사용하고 있다지만 언젠가는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을테니.

그때가 된다면, 어쩌면 헐크처럼- 아니, 헐크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대되네.”

먼 훗날의 미래를 상상하며 미소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 순간이었다.

띠링-!

모모톡이 왔다는 알림이 울려퍼졌다.

나는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알림을 확인했고.

이내 피식하며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에이미 : 야. 빨리 와. 너 오늘 복귀한다며. 지금 부장 제정신 못차리고 있으니까 선물 사와.]

아. 오늘이 복귀하는 날이었나.

아무래도 이 이상 놀다간 히마리가 삐져버릴지도 모르니 빠르게 돌아가야만 할 듯 싶었다.

[나 : 금방 감 ㄱㄷ]

에이미에게 대충 메시지를 보내놓고 기지개를 폈다.

안그래도 돌아갈 날이었기에 미리 인사는 다 마쳐놓은 상태였다.

짐도 다 챙겨놓았고 말이다.

“슬슬 가볼까.”

그리 중얼거리며 잠시 머릿속으로 점검해보았다.

나름의 수확도 얻었고, 충분히 휴식도 취했다.

이제 아비도스와 게헨나도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고, 당분간은 큰 사건은 별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다음 메인스토리는 밀레니엄인데다, 에덴조약까지는 약간 시간이 남아있었으니.

방배도 챙겼고, 인연도 쌓았으며, 성장도 했다.

내가 이곳에서 할 일은 거의 다 끝났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슬 무시하기도 힘들구만.”

초감각이 사방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란과 사건들에 대한 신호를 찌릿찌릿 보내오고 있었기에.

“돌아가자고.”

밀레니엄으로.

그리고 실크로.

슬슬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빌런들에게 선고를 내릴 시간이었다.

내가 돌아왔음을.

2.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이름에 걸맞게 밀레니엄은 기본적으로 치안 관리를 무인 로봇이 담당하는 편이다.

애시당초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도 타 학원에 비해 심각하거나 범위가 큰 경우도 아닌지라 무인 로봇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그러나 본격적인 메인스토리의 개막 이후, 키보토스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변질되었다.

새하얀 백지의 도화지에 흩뿌려진 물감을 지울 수 없듯, 한 차례 번져나간 혼란은 쉽게 꺼트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실크의 휴식기가 겹쳐지면서 도시 각지의 군소조직이 눈치를 보며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의 빈도도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

밀레니엄에서 한 가지 사건이 발생하였다.

“뭐라고?”

“날개를 단 괴인이요. 진짜 날개는 아니고, 날개 형태의 제트팩인데 아무래도 개인이 제작한 수준의 기술이 아니에요.”

“개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유우카의 의문 섞인 물음에 노아는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의 기술은 밀레니엄 엔지니어부도 충분히 제작할 수는 있었기에 특정하기가 힘들었다.

개발자나 회사를 추정할 수 있는 표기나, 공정 방식이라도 추론할 수 있다면 모르겠으나 현 시점에서 무인 로봇(AMAS)로는 그들을 붙잡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C&C를 운용하자니, 그들은 지금 다른 임무를 수행중이었기에 부를 수 없는 상태였으니.

거기다, 노아에게 들려온 또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

“그들은 현재 은행 세 곳의 현금을 탈취하고 도주 중이라고 해요.”

“그들이라니, 한 명이 아닌거야?”

“네. 전신 슈트를 입은 리더로 보이는 인물이 하나, 그리고 리더보단 크기가 작은 소형 제트팩을 장착한 나머지 둘로 이루어진 집단이에요.”

그 모습이 독수리를 닮았다고 하여, 임시적으로 ‘벌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전신 블랙 계열의 슈트부터 거대한 날개 형태의 제트팩, 목표만 사냥한 후 날아올라 사라지는 모습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은행 약탈이라는 중죄를 일으킨 이상 붙잡아야만 하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대체 어디에서 이런 놈들이……?”

지금껏 키보토스에서 들어본 적 없는 형태의 적에 유우카는 난색을 표했다.

지금이라도 헬기를 띄어서 놈들을 쫓아간다고 해도, 녀석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

“하아. 이럴때는 실크가 있었다면…….”

“그러게요.”

새삼 실크의 빈자리를 여실히 느끼는 유우카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역할을 저버릴 수는 없었기에 나름의 방법을 생각해보려는 찰나…….

“아?”

노아에게서 돌연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타블렛 PC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얼마나 놀란건지 눈동자를 크게 뜨고 있었다.

“노아?”

“유, 유우카 쨩. 잠시 이것 좀 보세요.”

“응? 무슨 일인데 그래?”

당황하면서도 유우카에게 화면을 보여주는 노아.

그리고 이내.

“어?”

유우카 또한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여, 여러분! 실크, 실크가 돌아왔습니다아아!!!!]

화면 너머에선, 그런 외침과 함께 익숙한 영웅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었기에.

3.

복귀하자마자 전해들은 소식이다.

바로, ‘벌처’라 불리우는 녀석들이 밀레니엄 시내에 나타나 깽판을 치곤 은행을 털어갔다는 것.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지만, 내가 나서기엔 부족함 없는 이유였다. 거기다 ‘벌처’라는 이름까지.

물론, 이전처럼 완전히 원작과 동일한 형태의 ‘벌처’가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영화나 만화에서나 보던 모습이 아닌, 단순히 독수리와 유사한 형태인데다 사용하는 무기도 달랐다.

엄밀히 따지자면 ‘벌처’와 유사한, 다른 형태의 빌런이라고 보는게 적합한 수준.

하지만 이미 ‘장르의 변화’를 경험해본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상황 또한 그것의 연장선이라고.

그렇다면.

내가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선배, 조금 늦어질거 같아요.”

[하아, 전해들었어요. 또 빌런이 나타났다고요?]

“네. 서포트 좀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후우, 그래도 오랜만에 목소리들으니 기분은 좋네요.]

“하하. 저도 마찬가지에요. 선배.”

히어로로써 빌런을 처치하러 가야겠지.

콰앙-!!

지면을 박차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곤 웹 슈터를 발사해 도시 위를 날았다.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도심의 거리.

그 아래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시민들.

오랜만에 느끼는 시원한 바람의 감각.

그 모든 것들을 느끼며, 나는 밀레니엄 시내의 상공에서 초감각을 펼쳤다.

“거기구나.”

감각이 확장되고,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 속에서 먼 곳의 기척을 읽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하늘을 날고 있는 세 사람의 기척.

다음 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점차 지상으로 돌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웹 슈터를 날려 빠르게 놈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헥토파스칼 킥!!!!!”

빠르게 은행에 다가가, 가장 선두에서 돌진하던 리더의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꽂아넣었다.

콰아앙─!

벌처 1호기는 추락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발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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