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82



1.

사람은 언제나 과거를 들여다보고, 과거로부터 배움을 알아야만 한다. 내가 매순간 치룬 전투와 과거의 지식을 복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내가 바꾸어버린 것과 바꿔야만 하는 것 또한 나 자신이 행할 복기 과정에 속했다.

따라서 나는 고찰해야만 했다.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장르의 변화’라는 현상을.

그 원인과, 근본적 연원에 대해서.

과연, 장르의 변환이란 무엇인가?

과연, 한 사람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2.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작은 나비의 날개짓처럼 미세한 변화와 작은 차이, 그리고 사소한 사건 등이 추후에 예상하지 못한 결과와 파장을 일으킨다는 과학 이론이자, 동시에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였다.

예전에 나는 이러한 나비효과를 두려워하기도 했다.

지구의 매체에서 나와 같은 빙의자들은 언제나 미래의 일들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언제부턴가 이 세계의 흐름을 원작대로 흘러가게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것이 언제부터였던가?

‘게마트리아와 대화를 나눈 뒤부터였나?’

그것도 아니면, 직접 ‘장르의 변화’를 맞이했을 때?

혹은, 처음 히어로 활동에 나섰을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빙의한 직후였을지 모른다.

내가 무언가를 바꾸고자 마음을 먹었을 순간, 히어로가 되기로 마음 먹었을 순간, 이 세계의 멸망을 막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 순간이 분명 트리거였을 터.

그것이야말로 ‘장르의 변화’를, 이 신비롭고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 원인이리라.

이 세계엔 ‘신비’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키보토스의 학생들이 지니고있다는 신비의 개념이 아닌,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신비 말이다.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고, 원칙에 어긋나는.

그러한 현상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계엔 똑똑한 학자들로도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가득했으니까.

이러한 신비를 두고 각자가 내리는 결론은 다르다지만, 그들 모두가 공감하는 원칙들이 있다.

이해할 수 없을 것.

설명할 수 없을 것.

그리고.

확립할 수 없을 것.

학생들의 헤일로, 생텀타워의 헤일로, 총알마저 막아내는 인류의 신체, 학생들이 사용하는 놀라운 능력, 보이지 않는 남성의 존재, 그리고 순환.

‘객관적으로 보면 이상한 세상이지.’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이기 그지없으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키보토스에서의 상식이자 현실이었다.

왜?

키보토스 바깥의 상식, 지구의 상식을 알고 있는 나였기에 저것들 ‘비상식’이라 여길 수 있었던 것.

내가 만약 키보토스의 주민이었다면 저것들을 일반적인 상식으로 여겼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변화를 맞이하지도 않았겠지.

그런 의미에서 블루 아카이브는 나에게 상식이었던 것을 혼란 상태로 만들어 ‘가능성’의 영역을 넓힌 것에 가까운 세상이었다.

단순히 말해서 내 머릿속 상식을 ‘였던 것’으로 삼아 그 위에 가능성을 얹은 것이었다.

– 만약 사람의 육체가 총알을 맞고도 멀쩡하다면?

– 만약 사람의 종족이 인간뿐만이 아니라면?

– 만약 관측 가능한 학생은 오로지 여성 뿐이라면?

‘IF?’라는 가정 아래에서 피어난 개념과 현상은 블루 아카이브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상식이 되었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 없었기에 신비가 되었다. 특징과 설계를 알았지만 그 원초적 발생 원인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인류가 생명체 탄생의 근원과 빅뱅의 원인을 알 수 없듯이.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에 개념이 새겨졌다. 신비라는 개념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모든 개념들 중에서 유일하게 신비는 혼돈 상태로 남았다.

그 어떤 개념으로도 신비를 설명할 수 없기에, 그저 이름을 붙인 채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하여, 신비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남았으며.

동시에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신비란 가능성이었다. 동시에 현상이고, 힘이었다.

가능성의 상태로,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어쩌면 그 가능성을 중첩시키는 현상으로.

쉽게 말하자면 신비라는 것은 ‘누군가의 가정’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었다.

– 학생들의 머리 위에 헤일로가 달려있는건 상식이다.

– D.U의 생텀타워가 도시의 인프라를 통제하는건 상식이다.

– 사람이 총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기에 신비란 ‘변화시키는 힘’이었고, 전생의 지구식 표현으로 말하자면 ‘양자역학’과 비슷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다만, 다른 점은 양자역학이 하나의 학문이라면 신비는 학문이 아닌 객체로서 성립된다는 점.

모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신비라 칭하고, 상식과 원칙에서 벗어난 마법적 현상마저 신비라 칭한다면.

‘장르의 변화는 뭐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던 존재의 등장 또한 ‘신비’라 규정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 신비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째서 장르의 변화라는 현상을 가져왔는가? 왜 라이노가 나타났고, 벌처가 나타났으며, 카이저는 오스코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가?

…….

이에 대해서 내가 떠올린 한 가지 가설.

이 세계가 신비로, 가능성으로, 그리고 혼돈으로 가득 찬 세상이라면.

그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의 신비와, 세계의 가능성이 중첩되어 둘이 닮아가는 현상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장르라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블루 아카이브가 보여주었던 ‘선생이 패배한’ 세계선의 기록이 암울한 아포칼립스 장르를 표방하였듯.

지금의 세상이 청춘 학원물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듯.

한 세계의 장르가, 세계 자체에 큰 영향력과 변동을 행사하는 존재- ‘주인공’이라 표현되는 존재에 의해 결정된다면 이러한 현상도 말이 안되진 않았다.

즉, 내가 히어로로써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하였기에, 그리고 실제로 행하고 있기에, 이 세계의 장르가 나의 영향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는 뜻.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장르란 본디, 세계가 외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다.

따라서 장르라는 것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모든 작품은 화자의 심정에 따라 장르가 일변하는 법이다.

만일, 갑작스레 운석이 떨어진다면 재난이 장르가 될 것이고, 키보토스가 멸망한다면 아포칼립스 장르가 되리라. 그리고 내가 색채를 보고 미쳐버려서 모두를 죽이고 다닌다면 스릴러 장르가 되겠지.

따라서, 내가 내릴 결론은 단순했다.

장르의 변화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요소라는 것. 그보단 어떠한 변화를 맞이했는지를 인식하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리라.

그러니.

“내가 해야할 일을 해야겠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들, 달라질건 없었다.

빌런을 벌하고, 시민을 구하자.

그거면 충분하다.

단순한 이야기였다.

3.

본디 스파이더맨과 벌처의 싸움은 불합리하다.

하늘을 나는 벌처와 거미줄에 의존하여 움직이는 스파이더맨. 사람을 해치는데 가책을 느끼지않는 벌처와 사람을 구하고 살인을 주저하는 스파이더맨.

본래 히어로와 빌런의 싸움이 불합리하다고 하지만 벌처와의 싸움에서 스파이더맨은 더욱 고전한다.

상대가 향후 ‘시니스터 식스’라는 빌런 집단에 소속될 정도로 강력한 것도 한몫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스파이더맨이 처음 상대해보는 공중전이었기에.

매번 지상에서, 하물며 상공이라도 발을 디딜 장소가 있던 곳에서만 싸워온 스파이더맨에게 벌처는 그야말로 새로운 전장에서의 경험과 더불어 충격을 선사하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본래대로라면, 벌처와의 싸움에서 펼쳐질 양상은 내가 그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이리라.

“원래대로라면, 말이지.”

현 시점의 나는 사실상 ‘스파이더맨’이라고 표현하기엔 한참이나 달라져있었기에.

“이 자식이!!!!”

“죽여주마!!!”

나는 벌처 1호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곤 격분하여 달려드는 2호기와 3호기를 바라보며 웃었다.

날카로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울버린을 연상케하는 클로를 펼치는 벌처들. 그리고 어깨에 장착된 게틀링건의 총구를 이쪽으로 겨누는 모습.

“짬뽕 뭔데.”

벌처에, 울버린에, 워머신도 섞은거냐?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별개로 벌처들이 장착한 무기들은 하나한 흉악한 성능을 발휘했다.

빠른 속도로 활강하여 달려든 2호기가 클로를 휘두르자 콘크리트 바닥이 갈려나가며 파편이 튀었다.

이내, 내 목덜미를 노리고 덮쳐오는 클로에 빠르게 몸을 뒤로 젖히며 공격을 피해냈다.

“망할!”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곤 곧바로 날개를 조작해 하늘로 날아오르는 2호기.

2호기는 날개를 뒤집어 상공에서 내게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자세를 취한 뒤, 게틀링건으로 나를 조준했다. 게틀링건을 천천히 회전시키는 것이 곧장이라도 내게 총알 세례를 퍼부을 기세였다.

“허.”

“지금!”

생각 이상으로 전투능력이 상당한 모습에 헛웃음을 흘리고있자니 3호기가 달려들어 발차기를 꽂는다.

날개를 최대한 넓게 펼치며 체중이 가득 실린 발차기가 내 몸에 직격하자 가히 덤프트럭에 치인 듯한 무게감이 전해져왔다.

“흐읍……!”

양팔을 교차한 채 3호기의 발차기를 막았으나, 육중한 무게감이 몸이 천천히 뒤로 밀려났다.

거기서 멈추지않고 3호기가 날개에 부착된 칼날 부분을 오른쪽 어깨를 노리며 찔렀고, 허벅지를 노리곤 클로를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또한, 2호기의 게틀링건이 구동이 끝났는지 키이잉- 하며 당장이라도 불을 뿜으려는 소리를 내었다.

“끝이다-!!”

“죽어, 이 새끼야!!!”

일촉즉발의 상황.

원거리로는 게틀링건이 발사되며, 근거리에선 클로와 날개 칼날이 몸을 꿰뚫으려고 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 이 순간을 타개할 최적의 방법일까?

초감각에 의해 느릿하게 흘러가는 인지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지었다.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면, 힘이 부족한거지.”

무식하게 나아가면 된다.

초감각이 지금 이 순간, 나는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주고 있었기에.

그러니 초감각을 믿고 3호기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뻐억!

한손으로는 날개를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 3호기의 안면을 후려친다.

결국 허벅지를 노리고 클로가 휘둘러졌지만-

스각-!

아주 약간의 피만 흘리고 그쳤다.

치명상은 아닌 상처.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만 내려와라.”

3호기를 붙잡고있던 손을 털어내고 곧바로 2호기를 노리며 웹 슈터를 발사했다.

촤악-!

“어, 어어?”

“공평하게 지상에서 싸우자고!”

“으아아악…!”

타타타탕! ─틱!

한 발은 게틀링건을 막아내고, 한 발은 벌처의 날개에 부착하여 잡아당겼다.

2호기는 3호기에 비해 힘이 부족했는지, 손쉽게 딸려오는 모습. 날개로 저항해보는 2호기였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니가 안오면 내가 가면 돼.”

그리 말하며 나는 거미줄을 당겨 놈에게 도약했다.

“실크-제트킥! 이 자식아!”

빠르게 가속하여 발을 뻗었다. 그리고 무게를 실어 2호기의 헬멧을 향해 발차기를 꽂아넣었다.

─빠각!

헬멧의 유리 부분이 완전히 깨져나가고, 알루미늄 제질의 헬멧이 우그러진다. 그 속에서 고통 어린 표정으로 기절한 학생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는 녀석을 붙잡고, 지상으로 끌고왔다.

그리곤.

“이제 슬슬 일어나지? 부하들 다 쓰러졌는데.”

여전히 기절한 ‘척’을 하고 있는 1호기에게 말했다.

내 말에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린 1호기였지만, 이내 들킨 것이 즐겁기라도 했는지 웃음을 흘렸다.

“큭큭큭. 역시 실크군. 명불허전이야.”

“하. 됐고. 한 가지 묻고 싶은데 물어봐도 되냐?”

“좋다. 대답해주지.”

나는 장난스레 피식거리며 웃는 1호기- 예상컨대 ‘진짜 벌처’를 바라보며 살벌한 기세를 토했다.

“그 장비, 어디서 난거지?”

내 물음에 벌처는 더욱 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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