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83



1.

“내가 만들었다고 대답한다면?”

“그렇게까지 똑똑해보이진 않는데.”

“큭큭. 반전매력일지도 모르지않나. 실크, 네녀석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

벌처의 헬멧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내, 쿠우웁- 하며 방독면을 장착했을 때 특유의 공기가 필터를 거치며 나는 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헬멧의 턱 부근에서 흘러나오는 새하얀 연기. 증기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묘한 보랏빛이 섞인 탁한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후우, 좋군. 수상한 물건치고는 성능이 좋아.”

“……수상하다고?”

“그래. 수상한 놈이 수상한걸 줬거든. 누군가가 부탁하더군. 이 장비를 입고, 이 약물을 삼키고, 너를 상대해달라고.”

자리에 주저앉으며 이야기하던 벌처는 ‘그러니-’라며 서두를 내뱉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를 원망해라, 실크.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막상 공격을 가할 때는 몰랐던 사실. 눈앞의 벌처는 다른 두 녀석과 달리 자세가 엉성하지도, 기세가 미약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순간 초감각이 움찔할 정도의 기세.

벌처의 헬멧에서 번뜩이는 두 녹색빛 안광에선 선명한 악의와 탐욕의 기운이 느껴져오고 있었다.

“…….”

원작에서 그러했듯이, 눈앞의 벌처에게 나름의 사연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내가 돌려줄 말 또한 똑같았다.

“질문은 끝나고 이어서하지.”

“큭. 오만하군. 벌써부터 이긴 태도구나.”

콰앙─!!

쾌활하게 웃음을 터뜨린 벌처가 발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놈의 날개에서 급속도로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주변 도심에 강한 풍압을 일으켰다.

바람에 휘말린 시민들에게서 들려오는 비명.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에 도망치는 시민의 발소리. 거리는 단숨에 혼잡해졌다.

“제대로 싸워보자고!”

“와라.”

벌처가 소리치며 날개를 활짝 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2호기나 3호기와는 비교도 안되는 크기와 풍압이 휘몰아쳤다.

이내, 벌처는 나를 노리며 직선으로 돌진해왔다.

아까보다 훨씬 빨라진 속도로 돌진하는 벌처. 방금 흡입했던 연기와 무슨 연관성이라도 있는걸까.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나 또한 벌처를 향해 달려나갔다.

내가 저 돌진을 막아낼 수 있을까? 아니, 못하지.

맨몸으로 치였다간 뼈도 못추릴 것만 같은 기세에 본능적으로 슬라이딩으로 벌처의 돌진을 피했다.

거기서 멈추지않고 팔을 치켜들었다.

촤악-!

“이런……!”

웹 슈터를 발사해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다리에 거미줄을 부착한다.

벌처의 아래를 스쳐지나간 직후, 나는 거미줄을 잡아당기며 도약해 벌처의 등 위로 올라탔다.

등 뒤에 내가 올라탔음을 알아챈 벌처는 황급하게 날개를 휘저으려고 했지만, 내가 움직이는게 더 빨랐다.

콰앙─!!

대충 보아도 고급진 소재로 둘러쌓인 장비에 주먹을 후려치자 주먹 모양으로 찌그러지는 갑판.

오토마타도 한 방에 박살내는 내 주먹을 견딘다고?

대체 무슨 소재를 사용했-

“내려와라!”

촤르륵!

벌처가 소리치자 펼쳐져있던 날카로운 날개가 역날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나를 노리고 접혀왔다.

백덤블링으로 공격을 피한 나는 다시 날개 쪽으로 거미줄을 발사하려고 팔을 뻗었으나…….

“흐읍!”

마치 내가 할 행동들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벌처가 날개를 포함한 몸을 공처럼 말아올리더니 내 거미줄을 피해냈다.

거미줄이 허망하게 허공을 스쳐지나간 직후, 벌처는 순식간에 날개를 펼치더니 곧장 내게로 쇄도했다.

날개가 방금처럼 역방향으로 돌아가더니 엄청난 광풍을 쏟아내며 소닉붐과 같은 파장을 일으킨다.

그리고 직후-

쿠웅-!

“크, 읍……!”

벌처의 육중한 무게가 내 전신을 후려쳤다.

나는 고통어린 신음을 내뱉으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등이 지면에 닿기 직전 가로등에 거미줄을 매달아 낙법을 취하지 않았다면 등판이 박살났으리라.

짧은 순간에 이어진 공방.

복부를 부여잡고 일어선 나는 공중에서 날개를 펼친 채 내려다보는 벌처와 눈을 마주쳤다.

“아주, 아주 힘겨운 고민이었다. 너를 상대로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까. 너를 굴복시킬 수 있을까.”

“…….”

“난 끊임없이 질문했고, 지속해서 너를 탐구했다. 너의 행적, 습관, 양식, 패턴, 그 모든 것을. 나의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야했지.”

“…그래서? 결론이 뭔데.”

“끝내 방법을 찾았다는 이야기지. 너를 압박할 유일한 방법은, 너의 약점을 찌르는 것이다.”

“……!”

직후, 나의 초감각이 위험 신호를 보내왔다.

순간적으로 세상이 느려지는 듯한 감각 속에서 벌처가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녀석이 이야기한 나의 약점을.

악의.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악의와 충동.

그것이야말로 내가 감당하지 못할 약점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거미줄을 뻗었지만 벌처는 이 순간마저 예측했다는 듯, 빠르게 날개를 가속하며 내 위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원형의 무언가.

“한번 막아보아라, 영웅! 으하하하하!”

“씨발!”

“크흐흐. 입이 참으로 험하구나! 영웅의 위상은 어디갔지?”

벌처가 품에서 꺼낸 무언가가 내게로, 그리고 시내에 있는 시민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폭탄이었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기운을 머금은 폭탄.

스파이더맨의 숙적인 그린고블린이 주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구체 형태의 폭탄.

‘진짜, 좆같네……!!’

그것이 마치 폭격이라도 내려오듯 쏟아졌다.

열댓개에 달하는 구체가 시내 전역에 떨어지고 있었다. 초감각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익숙한 상황이었다.

스파이더맨의 숙적이 주로 사용하던 수법이었다.

또한 너무나도 치명적인 방법이었다.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저 모든걸 막아내지?

벌처가 떨군 구체- 폭탄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저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물론, 폭탄에 휘말렸다고 키보토스의 시민이 죽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과 시민들이 테러에 휘말리는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나-

‘닥쳐! 지랄말고 움직여라!’

이를 악물고 발을 박찼다.

여러 의문이 들었으나, 내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는 못했다. 나는 빠르게 달려들어 초감각을 발현시키며 주변의 모든 정보를 읽었다.

열 두 개의 폭탄. 수십 명의 시민. 그리고 빌런.

나 하나의 몸뚱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내가 이 상황에서 저 모든 폭탄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인가.

…….

………….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지금 내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이 순간 한계를 벗어나 더욱 강력한 힘을 손에 넣으면 된다.

나에겐 그 방법이 이미 있었다.

안정되지 않은, 지극히 위험한 힘이었지만…….

‘상관없어.’

─쿠웅!!

그리하여 나는 ‘모든’ 감각을 열었다.

초감각을 극한까지 발현시켜, 인간의 영역 너머의 심해 속으로 나의 감각을 담궜다 들어올렸다.

인지를 초월하고, 이치를 비틀며, 신비를 품는다.

초감각.

너무나도 강력한 힘이었기에 제한하고 있던 힘의 족쇄를 풀어해치자 아득한 감각이 느껴졌다.

정보의 파도라고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 이것은 심연이요, 동시에 심해였다. 정보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삼켜내는 짐승의 아가리 속이었다.

‘…………!!!’

소리마저 내뱉지 못할 압도적인 정보량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악물며 정면을 보았다.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풍경이 보였다.

떨어지던 순간 그대로 멈춰버린 폭탄들이 보였다.

저 멀리서 나를 구경하는 벌처가 보였다.

아. 그렇구나.

나는 초감각의 진정한 힘을 깨달았다.

또한, 이것이 내가 아직은 감당하지 못할 힘이라는 사실 또한 알았다.

그럼에도 지금 내게 필요한 힘이기도 했다.

“후우우우…….”

짧게 심호흡하고자 내뱉은 숨이 길게 이어진다.

극한으로 발휘된 초감각이 모든 찰나의 순간을 느리게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으로 이루어지는 사고가 너무나도 초월적인 탓에 모든 풍경이 느리게 보이는 것이었다.

마치, 어느 게임에서 등장하는 기초적인 임플란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씨, 바아아알…. 숨이이이………….’

나는 아주 천천히 이루어지는 호흡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내 목표를 향해 발을 뻗었다.

내 움직임은 너무나도 느렸다. 내 사고에 몸의 성능이 따라오지 못해서 생기는 괴리감이었다.

초감각을 끈다면 다시 평범하게 움직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했다간 폭탄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순간을 유지해야만 했다.

거북이 같은 이 속도로, 저 모든 폭탄을 후려치고, 초감각을 끈다.

그게 내 계획이었다.

하나. 내 머리 위에서 떨어지던 폭탄을 때린다.

둘. 셋. 정면에서 멈춰있는 폭탄에 거미줄을 쏘고, 그것을 위로 올려보낸다.

넷. 시민이 손을 뻗어 붙잡으려는 폭탄을 뺏어들고 하늘로 올려보낸다.

다섯. 여섯. 일곱. 거미줄을 전방위로 쏘며, 폭탄을 거미줄에 묶은 채 하늘로 날린다.

여덟. 아홉. 열. 손으로 던지고, 발로 차며, 거미줄로 묶어 벌처가 있는 곳으로 내던진다.

열 둘. 마지막 폭탄. 붙잡아서 거미줄에 묶고, 나머지 폭탄들이 있는 장소로 거미줄을 발사해 하나로 엮어 벌처가 있는 장소로 내던진다.

삐걱거리는 신체로 이루어진 변화.

아마 초감각을 푸는 순간, 이 행동을 취한 반동으로 전신의 뼈가 부러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고통을 감내하며 행동을 이어갔다.

벌처에게 다가간다.

경악한 표정으로 내게 있던 곳으로 시선을 던지는 녀석이 보였다. 아주 천천히 놈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퀵 실버의 시선이었나.

나는 놈의 얼굴과 팔에 거미줄을 쏘고, 뒤로 물러났다. 이제는 몸이 버틸 수 없었다.

이 이상 움직였다간 몸이 펑하고 터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이내.

‘해제.’

나는 초감각을 풀었다.

콰콰콰콰콰콰쾅!!!!!!!!

퍼억! 콰아아아앙!!

콰지직! 와장창! 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악─!!!!!”

난장판이 이어졌다.

순식간에 도심은 개판이 났다.

벌처는 쓰러졌고, 시민들은 비명을 질렀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할 뿐.

그리고.

“끄, 으으으읍………!!!”

뿌득! 뿌드득! 빠지지직!

콰드드드득!!

나는 전신이 비틀리는 고통에 비명을 삼켰다.

시발. 존나게 아프네!!!!!!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2.

벌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몸을 떨었다.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시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야!

시민들을 노리고 한 테러 공격. 실크가 당황한 반응을 보였을 때만 해도 승리를 예감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게 끝났다.

저 멀리 있던 실크가 순식간에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더니 모든 폭탄을 자신에게 던지고, 나를 거미줄로 묶은 뒤, 거리에 쓰러진 것이다.

뭐지? 이런 능력이 실크에게 있던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는가.

끊임없이 실크에 대해 탐구했던 벌처였지만, 이 상황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두려웠다.

저 영웅이, 모든걸 알아냈다 생각했던 적이, 이번에는 도저히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였다.

짐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는 무언가.

‘대체 뭐냐고 씨바아아아알!!!!!!’

벌처는 소리쳤다.

덜덜덜. 몸을 떨어가며 실크를 보았다.

녀석은 엄청난 격통에 표정을 구기고 있었지만, 그 푸르른 귀화를 머금은 시선은 올곧게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다.

무섭다. 시발. 저 새끼 대체 뭐임?

이게 어떻게 가능한건데.

뭔데. 누구라도 설명해달라고.

주르륵.

벌처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신을 직시하는 실크의 눈빛이, 방금 보여준 이해를 넘어선 힘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

그 순간, 깨달았다.

왜 수상한 작자가 저 조재를 시험하라 했는지.

어째서 이런 거금을 쥐어주며 내게 부탁했는지.

‘시발. 이딴 괴물이라는 말은 없었잖아!!!!!!!!!’

죽는다. 진정한 의미의 죽음이 목 끝까지 다다른 듯한 공포가 벌처를 압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후, 후후후, 나,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자신의 부하를 버리고 추하게 달아다는 벌처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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