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84



1.

관점의 확장.

혹은, 다양한 관점.

나는 초감각이 지닌 진정한 힘을 그렇게 정의했다.

평소에 사용하던 감각의 확장, 그리고 육감이라 표현될 능력을 넘어선 초감각의 진짜 능력.

처음 그것을 사용해보았을 순간, 나는 초감각이 진정한 의미로 초월적인 힘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각을 통해서 물질계를 관찰하는 범위를 넘어선, 소위 말하는 ‘신비(Mystery)’의 영역까지 다다른 힘.

혹은, 공포(Terror)라 불리우는 힘과도 같았다.

그리 판단하게 된 경위는 간단했다.

이곳 키보토스에는 그러한 힘이 여럿 존재했기에.

대표적으로는 각 학원마다 비밀리에 존재한다고 알려져있는 ‘예지’ 혹은 ‘예언’의 능력.

불가해한 힘을 사용하며 어른으로서 개인만의 숭고를 추구하는 게마트리아의 괴이한 존재들.

그들에 의해 현실에 구현된 온갖 총력전 보스들.

평범하지 않은, 일반적이지 않은, 초월적인.

수많은 수식어들로 표현이 가능한 기묘하고도 다양한 형태의 관점을 지닌 존재들. 그들의 존재를 알았기에 초감각의 힘이 그와 비슷한 결의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초감각은 간단히 말해 ‘감각을 여는’ 힘이었다.

인간이 가지지 못한, 인간의 것이 아닌,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감각을 부여해주는 힘.

스파이더맨에서 ‘스파이더 센스’는 단순히 감각을 발달시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인지하게 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내가 지닌 ‘초감각’은 그것과는 달랐다.

내가 얻은 초감각은 거미에게 물려서 얻은 거미의 유전적 형질이 아니었다. 유전자 단위의 변형, 감각의 발달과 진화와 같은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었다.

관점(觀點).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현상을 관찰하는 태도. 사물은 인지하는 방향.

누군가는 냉수를 마시며 시원하다 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그를 두고 차갑다고 표현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거미를 보고 징그럽다고 하겠지만, 어떤 이는 귀엽다고 표현할 것이다.

이렇듯 무언가를 보는 관점은 각기 다른 법이다.

인간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예언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어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초감각은.

그 관점의 차이를 초월하는 힘이었다.

개미에게는 인간의 관점을 부여하고, 학생에게는 어른의 관점을 부여하고, 세상을 2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는 존재에게 3차원의 관점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내가 초감각을 발동했을 순간의 관점은 그야말로 ‘인간의 것이 아닌’ 관점이었다.

한 단계, 혹은 그 이상의 단계를 초월한 관점.

어쩌면 내가 본래 ‘지녔을지도’ 모르는.

이 세계의 형태를 하나의 게임으로 받아들인다.

이 세계의 이야기를 문장으로 읽어내린다.

이 세계의 흐름을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으로 인지하고 그것을 감상한다.

익숙한 관점이었다.

너무나도 익숙해 머리가 터질 듯한 감각이었다.

이 세계를 현실이 아닌 거짓으로 삼는 힘.

내가 나 자신에게 조종당해 움직이는 감각은 빈말로도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기괴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느려진 세상. 그곳에서 나는 유일하게 몸을 움직이는 존재였다. 어떻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내가 초감각의 소유자라서? 신체능력이 높아서?

아니다. 그런게 전혀 아니었다.

초감각을 통해 상위의 관점을 얻었기에 ‘억지로’ 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키보드로 캐릭터를 조종하듯이, 마치 게임을 진행하듯이 나 자신의 몸뚱이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모든 것이 느려진 세상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끝내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간 뒤 끔찍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한계를 넘어선 신체능력을 사용했으니까.

현재로선 불가능한 경지를 끌어왔으니까.

상위의 관점이 그만큼 치명적이고 아득하기에.

하여, 초감각은 내게 두려운 힘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게임 속 캐릭터이고, 현실에서의 내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끔찍하고도 두려운 힘.

내가 초감각을 육감의 발달로만 사용하는 이유였다.

아마 당분간 나는 초감각의 사용을 꺼려하리라.

초감각은 달리 말해, ‘상위의 관점’을 얻는 힘이다.

인간이 지닐 수 없는 시선을 가지게 하는 힘이다.

나는 생각했다.

때로는 인간이 받아들일 수 없는,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지식이 존재하는 법이라고.

이것이 내가 초감각을 봉인한 이유였다.

2.

벌처를 놓쳤다.

하지만 나는 분하거나 하진 않았다.

내가 쓰러지기 직전, 벌처 또한 만만치않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주변에서 맴돌던 드론들이 벌처가 달아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또한 보았으니까.

아마 머지않아 벌처는 붙잡히리라.

최첨단을 달리는 밀레니엄에서 감시의 시선을 피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후우…….”

어느새 가라앉은 격통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직까지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뭐랄까, 인간이 받아들이기 힘든 감각이었다.

분명 내 뜻대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내 뇌를 붙잡아 조종하는 느낌이랄까.

괴리감이 엄청나다. 나 자신조차 ‘방금 어떻게 움직였지?’ 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가득 찰 정도로.

잊고 살아왔던 끔찍한 감각을 다시 체험하니 본능적으로 두렵다는 감정이 마구마구 치솟았다.

‘이 미친 능력… 다신 안써야지.’

여전히 몸에 남아있는 통증에 침음을 삼키며 바닥에 앉아있기를 잠시, 주변에서 인기척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테러에 휘말릴 뻔했던 시민이려나.

“저기… 괜찮으세요?”

“하하. 네. 괜찮-”

나는 태연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나를 내려다보는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며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뭐야. 얘가 왜 여기에 있어.’

왜나하면, 눈앞의 있는 소녀는 지금 내가 밀레니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 중 한 명이었으니까.

어쩌면 내게 있어서 가장 위협이 될 인물이기도 했고.

“…….”

“어머. 저를 알아보셨나요? 의외네요.”

“……당신.”

“후후. 그리 경계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내가 말을 멈추곤 주춤거리자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눈웃음을 짓는 상대방.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그녀 특유의 처세술이었다.

그녀는 새하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바닥에 주저앉은 내게로 손을 뻗었다.

“저희 초면이죠? 전 세미나의 우시오 노아라고 해요. 반나서 반가워요, 실크.”

“……반갑습니다. 노아 씨. 실크라고 합니다.”

노아의 여유로운 미소를 멍하니 바라보다 나는 묘한 떨림을 부여잡으며 노아의 손을 맞잡았다.

“제가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하세요?”

어. 존나 궁금해.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대신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게끔, 신경을 곤두세우며 노아가 이어서 할 말을 기다렸다.

그녀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고, 목울대가 출렁이기 시작한다. 나는 모든 신경을 노아의 입에 집중했다.

그리고.

“팬이거든요. 실크의. 그래서 한번 만나러 왔어요.”

“……예?”

노아의 입에서 흘러나온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저도 모르게 당황하며 되물을 정도의 충격.

하지만 노아의 행동은 거기서 멈추지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품에 손을 집어넣더니 평소에 쓰던 노트를 꺼내들곤 내게 볼펜과 함께 건넸다.

“사인 좀 해주시겠어요?”

“예……?”

“사인이요. 혹시… 안되나요……?”

아니. 안되는건 아닌데.

이게 뭔. 그래서 너 왜 여기있냐고.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고 노트를 받아들기는 했으나 뭐라 써야할지를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노아를 바라보고 있으니 노아가 살짝 뺨을 붉히더니 요구사항을 이야기했다.

“언제나 응원하다고 써주세요.”

“아. 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기, ‘노아에게’ 옆에 하트도 좀……….”

“…………알겠습니다.”

왜 이러는데.

노아 너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똑똑하고, 차분하고, 사려깊고, 잔잔한 그런 캐릭터 아니었냐고.

왜 지금은 유명인 만난 일반인처럼 행동하는거야.

만약 내가 노아의 본래 성격을 몰랐다면 일반인이라고 착각했을 정도의 반응이다.

‘진짜 내 팬이라고? 대체 왜?’

물론,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가 나의 팬이라는 사실은 기쁘지만 그게 세미나의 서기라면, 그것도 항상 차분한 모습을 보여준 노아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거 노아 맞아? 도플갱어 아니야?

완전 초현상 아님??

사람의 성격이 바뀐 듯한 모습.

내가 노아를 이상하게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변화였으니까.

그런 불안감 속에서 사인을 마치고 노아에게 노트를 다시 돌려주기 위해 손을 들어올린 그 순간.

스윽-

“조심하세요. 리오 회장이 당신을 찾고 있어요.”

“……?!”

노아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귓가에 그리 속삭였다!

내가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보자 노아는 이내 내게서 떨어지더니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노아다운 미소를 짓더니 이내 내게서 물러났다.

시발. 내가 뭘 들은거지?

“후후. 감사합니다. 소중히 간직할게요.”

“……네. 노아 씨.”

“제가 한 이야기, 잊지 말아주세요?”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그런 내 반응에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내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방금 이야기한 것이 진짜 용건이라는 듯이 말이다.

“…….”

나는 노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노아가 왜 나를 도와주는지는 둘째치고.

지금껏 소식이 들려오지 않던 학생회장, ‘츠카츠키 리오’가 행동을 개시했다.

너무나도 빠르게. 원작에서도 없던 이유로.

‘나를 찾는다고?’

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대체 왜 나를 찾는거지?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겠다.

리오는 밀레니엄의 폭군이라 평가받는 인물.

결코 좋은 이유로 나를 찾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에게 내 정체를 들킨다면 내게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아무래도 밀레니엄에 돌아가서도 쉴 틈은 없는 듯 보였으니까.

3.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툭-

“후우…….”

지긋지긋하다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녀. 그녀는 방금 전화를 통해 자신의 상관에게 지시받은 명령에 머리가 아파왔다.

책상에 올려놓았던 커피를 한모금 마신 소녀는 자신의 금발 머리칼을 쓸어올리더니 사나운 표정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피곤하군…….”

의자에 몸을 기대며 그리 중얼거리는 소녀. 그녀의 길게 내려온 앞머리에 가려지지 않은 한쪽 눈에는 선명한 다크서클과 피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책상에 가득 펼쳐진 서류와 컴퓨터 모니터에 띄어진 수많은 정보들이 그녀가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척도였으나, 그녀는 이 상황을 ‘익숙하다’ 느끼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막막하다 느끼는 일도 간혹 있었으니, 방금 방위실로부터 연락받은 전화 속 명령이 바로 그것이었다.

“……쯧. 말도 안되는 명령을 내리기는.”

소녀- ‘오가타 칸나’는 발키리의 공안국장으로써 항상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으나, 이렇게 자신의 업무 범위에서 벗어난 명령을 받을 때마다 극심한 고뇌를 느껴야만 했다.

방금 자신에게 명령을 전달한 방위실장.

그녀는 실력자라곤 부를 수 있어도 좋은 상관, 좋은 지휘관, 그리고 좋은 사람이라곤 부를 수 없었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개 공안국장인 자신은 총학생회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신세인데 말이다.

칸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방위실장이 자신에게 전달한 명령을 되새겼다.

“실크의 정체를 밝히고 구속시켜라, 인가.”

이제는 친절한 이웃이라는 이명을 넘어 ‘키보토스의 영웅’, ‘희망의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실크다.

그런 실크를 붙잡으라고? 그리고 정체까지 밝혀내?

아주 예전이라면 가능성이라도 점쳐봤을 그녀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단호히 고개를 저을 것이다.

실크, 그녀는 자신이 모든 공안국 병력과 다른 부서의 병력을 지원받아도 붙잡을 수 있는지 짐작이 안가는 괴물이었으니까.

아비도스의 강철 뱀을 단신으로 때려잡은 실크다.

그걸 자신이 어떤 식으로 붙잡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칸나는 또 한 가지 의문을 품어야만 했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지금까지 실크가 하던 모든 행위들을 묵인하던 방위실장이다. 그런 그녀가 갑작스레 실크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하며 그녀를 붙잡으라 명령했다.

때로 불합리한 명령을 하달하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그 불합리함이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어떻게든 잡아서 자신 앞으로 데려오라니?

아무리 방위실장이라도 이딴 명령을 내릴 줄이야.

‘무슨 이유라도 있는건가.’

이 시점에 실크가 방위실장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행동을 했던가? 그게 도대체 뭐지?

칸나는 속으로 그런 의문을 품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금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겠지.”

그녀는 피로에 찌든 공무원처럼 중얼거리며 다시 실크에 대한 자료들을 취합하였다.

본래 진행하던 ‘블랙마켓’을 압박해 축소시키던 업무마저 뒷전으로 미루고 이 일을 진행한다는게 마음에 안들었지만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실크랑 싸우다 많이들 다치겠군.”

이제부터 D.U에서 실크를 만난다면 발키리는 그녀에게 적대 행위를 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명령을 하달받았으니까. 지금껏 협력해서 해결한 사건도 몇 건이나 됐지만 이젠 불가능하겠지.

실크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자신의 부하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었고.

‘지긋지긋하군…….’

칸나는 한숨을 내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우선 공안국 전원에게 공문을 돌려야만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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