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6
1.
‘또 왔네, 저 사람.’
밀레니엄 캠퍼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 여학생은 요즘따라 곧잘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을 흘겨보며 생각했다.
밀레니엄이 본격적으로 시험 기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찾아오는 사람은 늘었지만, 사서 여학생의 시선을 잡아끄는 사람은 그다지 없었다.
외모적인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특히나 오후쯤에나 찾아와 밤 늦게까지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공부하고는 사서가 도서관 문을 닫겠다고 할 때가 되어서야 건물 밖으로 나서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사서의 기억에 남을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사서 여학생은 카운터 자리에 앉은 채, 턱을 괴고 백발의 소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관심이 쏠리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진짜 열심히 하네…….’
나나시 히이로.
얼마 전까지는 밀레니엄에서 존재조차 몰랐던 흔한 1학년 신입생이었던 그녀지만, 최근 들어서 히이로의 유명세는 밀레니엄에서 순식간에 드높아졌다.
특색은 없지만 분명하게 아름답다고 평하기에 충분한 외모, ‘리틀 더블오’라는 평가마저 있을 정도로 밀레니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전투 실력, 그리고 외모와 달리 털털하고 진솔한 언행까지.
거기다, 히이로 나름 학생인 순간에도 영웅으로서의 의지를 잃지 않겠다고 행했던 여러 선행들이 밝혀지게 되면서 그 인기는 더욱 치솟게 되었다.
해결사 ‘무명(無名)’으로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이 계기였다면, 결정적으로 그녀가 인기를 얻게 된 원인은 그녀가 지금껏 선보인 선행과 선의 속에 있었다.
곤란해하는 여학생들을 도와주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나, 머쓱해하며 사례를 거부하는 모습, 힘 쓰는 일을 도맡아 수행하며 별거 아니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 등, 청춘을 구가하고픈 요즘 때의 여학생들의 마음 속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멋있어…….’
사서 여학생은 은근한 홍조를 두 뺨에 떠올렸다.
사랑이란 때론 대수롭지 않은 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사서 여학생과 히이로과 마주하게 된 것은 비록 일주일도 되지 않은데다,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 해봤자 도서관의 마감 시간이 전부였지만…….
최근들어 심리적으로 지치는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묘하게 묻어나오는 퇴폐적인 면모는 그 찰나의 순간에서도 사서 여학생의 마음에 쏙 들었다.
같은 여자였지만, 묘하게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며 사서 여학생은 생각했다.
물론, 자신의 마음을 히이로에게 전달할 용기는 없었던 그녀였기에 그저 속으로만 앓을 뿐이었지만.
‘그나저나, 뭘 읽고 있는거지?’
히이로가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사서 여학생은 혹여나 자신의 특기 과목이라도 공부하고 있다면 그걸 구실로 삼아 이야기라도 나눠보고 싶다는 흑심 어린 궁금증이었던 것이다.
그에 작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슬쩍 고개를 빼낸 사서 여학생은 히이로가 붙들고 있는 책과 종이의 제목을 보았고, 이내 눈동자를 희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역학적 에너지와 운동량 변화에 대한 고찰]
[전자기 유도 법칙을 통한 역학적 에너지 보존 실험]
[고에너지 아크 손상에 의한 재동역학 이론]
[아제탈렌/로틸렌 전환을 통한 아크 플라즈마 반응기술 선행연구 분석]
“……?”
뭐지, 저게 다 뭔 소리지.
역학적 에너지? 아크? 플라즈마?
히이로는 어려운 문자들로 구성된 제목의 책과 자료들을 산처럼 쌓아놓고는 고통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읽고 있었다.
‘설마… 며칠 전부터 저런 내용의 책들을……?’
이과들의 군상지인 밀레니엄에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다른 학원의 학생들보단 이과적 지식에 익숙해졌다고 자신했던 사서 여학생은 이 순간 자신감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사서 여학생만 그런게 아닐지도.
‘아니, 저거 다 뭔 내용이야……?’
‘저런게 시험범위에 포함되어 있다고?’
‘없어. 저런게 학교 시험으로 나올 리가 없잖아.’
‘물리학인가? 아니, 핵물리학?’
‘하아, 히이로 너는 공부에서마저 최강이라는거냐.’
‘히이로 언니 공부하는 모습 존나 이쁘다…….’
‘미친년아, 니가 나이 더 많다고.’
주변에서 사서 여학생과 마찬가지인 이유로 히이로를 힐끔거리던 다른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사서 여학생은 그 수군거림을 듣곤 내심 안심했다.
자신이 멍청해서 이해하지 못한게 아닌 모양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서 여학생은 자신의 흉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며 오늘도 마찬가지로 턱을 괴며 히이로를 구경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에 한탄하듯 작게 한숨을 내뱉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게 다 뭐야?”
돌연 히이로가 앉아있는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수근거림이 가득하던 도서관이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보라색 머리칼을 지닌 밀레니엄의 유명한 마이스터가 히이로가 읽던 책을 하나 꺼내들곤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아, 우타하. 오셨어요?”
“히이로. 뭐 이런 어려운 책들을 보고 있어? 아니, 그보다… 너 괜찮아? 얼굴이 왜 그래?”
“하하…….”
“설마… 전에 말했던 ‘그거’ 때문이니?”
“으음. 비슷합니다.”
“어휴, 그럼 그렇지. 오랜만에 만나자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그게 뭔데!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사서 여학생을 비롯한 모두의 마음 속에는 그런 외침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른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생각이 없는지, 갑자기 읽고있던 책과 자료를 챙겨들더니 구석진 회의실로 들어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이트보드마저 끌고와 어려운 수식을 마구 기록하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
“……!”
“………?”
“……! ………?”
회의실 안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설전이 오간다.
두 사람은 몇십분 동안 대화하면서 표정이 이리저리 바뀌어갔다.
어떨 때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어떨 때는 즐겁다는 듯이 웃고, 어떨 때는 둘 다 화난 듯이 목대에 핏줄을 세우며 소리치기도 하고.
자료를 화이트보드에 붙이며 히이로가 설명하니 우타하가 고개를 젓고 무언가를 설명한다.
그러자 히이로는 깨달았다는 듯 자료를 치워버리곤 턱에 손을 올리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깨닫곤 빠르게 화이트보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그려나간다.
직후, 우타하는 벙찐 표정을 짓더니 히이로를 쳐다보곤 자신도 앞으로 다가가 화이트보드에 달라붙어 무언가를 적고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두 천재들이 담론을 나누듯이.
무언가가 쓰여지고, 지워지며, 다시 써지고, 재구성되며, 또한 사라지고 재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순환하듯이. 화이트보드 속 우주는 채워지고 비워지며, 다시 채워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이 모든걸 밖에서 지켜보던 사서 여학생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뭔가 아득한 감상을 느껴야만 했다.
‘대체 뭐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괴상하기까지 느껴지는 광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서 여학생은 두 사람의 토론과 설전을 지켜보며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뭔가가 저 회의실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이는 사랑과는 다른 과학과 수학을 섬기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들만의 로망과도 같았다.
어떠한 이론이나 학설을 두고 두 지식인이 각자의 지론을 펼쳐 뜨겁게 토론을 나눈다.
조금이라도 지식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은 경험이기도 할 것이기에.
이과만의 낭만, 지식인들만의 로망.
그것이 저 회의실 안에서 펼쳐지고 있으리라.
그런 감상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회의실에서 이뤄지는 열정적인 토론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내용은 모르겠지만 엄청난 것이 이루어지고 있으리라. 그리 생각하면서 말이다.
2.
“아니, 왜 안되는데요!”
“전기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변환하는 추진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열역학 법칙 몰라?! 전자기 추진 엔진 기술은 SF에서나 나올만한 기술이라고!”
“그럼 전에 이야기했던 에테르 공법은 도대체 뭔데요! 에테르 물질을 사용해서 추진체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거라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했으면서!”
“아니 그건……!”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회의실 바깥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기대와 달리 회의실 안의 상황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밖의 사람들의 추측대로 지식인들의 담론은 맞았지만, 그 형태가 위대한 학론이나 가설에 대한 교양과 품위 넘치는 지식을 통한 격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의뢰인과 제작자의 갈등과 비슷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았다.
매번 장비 의뢰를 맡길 때마다 나왔던 상황이었으니.
히이로가 ‘이거 해줘’를 시전하면 우타하가 최대한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히이로의 주장을 논파하는 형식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대화를 끊임없이 나오다 대립점이 생기거나, 합의점이 생기면 거기서 설전을 멈출지 다시 감행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한계, 예산적인 한계, 현실적인 한계.
우타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도 속이 쓰라리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왜냐면 히이로가 이야기하는 모든 공상적이고, 불가능한 것들은 그녀에게 나름의 낭만과 로망을 자극시키는 묘한 멋짐이 깃들어있었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마이스터인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에 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는 우타하였다.
따라서 그녀는 오늘도 무수히 많은 거절을 할 생각으로 히이로는 찾아왔건만…….
“들어봐요. 전에 우타하가 설명했던 에테르 공법 기반의 열에너지변환 시스템 구축이 성공적으로 연구 개발에 성공했다고 했잖아요? 거기다, 에테르는 범용성이 높고, 효율성도 좋아서 차후 모든 에너지의 대체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죠. 지금 당장도 점차 변화해가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더 말해봐.”
“그러니 리펄서 기술 자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게 아닌, 에테르 공법 기반으로 에너지 방출 및 추진 기술을 새로 제작해보자는 거죠.”
“…….”
“일단 생각해놓은 부분도 있어요. 잘 봐요…….”
히이로의 설명에 우타하는 벙찐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너무나 말이 안되는 설명을 해서 그런게 아닌, 가능한가…? 싶은 말을 했기 때문에!
‘며칠 안봤다고 단기간에 이렇게 지식이 풍부해질 수 있는건가……?’
어째서인지 이전처럼 우타하가 히이로를 ‘설득’을 하는 모양새가 아닌, 진짜 토론을 나누듯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에 우타하는 경악과 충격을 느끼면서도, 묘한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대화를 나눌수록 우타하는 실감하였다.
‘진심이구나. 저 리펄서 기술이란 것에.’
히이로가 처음 엔지니어부에 찾아와 이야기했던 ‘강철 슈트’. 그것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기술인 ‘리펄서’와 ‘아크리액터’ 기술. 그것을 진심으로 개발해서 히어로 활동에 써먹을 생각이라고 했었다.
그 기술의 개발을 위해 이렇게까지 공부를 할 정도로 히이로는 진심을 보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런 위대한 기술을 두고 고작 자경단 활동에 써먹는다며 혀를 찰지도 모르겠지만, 우타하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히이로는, 진정한 낭만을 아는 아이였구나……!’
낭비라고 평할 정도의 기술을 과감하게 써먹는다.
그것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돈주고 팔기만 해도 돈벼락에 앉을 수 있는 기술들을 몇 개나 구상해낸 히이로다.
웹 슈터. ‘비전’이라는 이름의 웨어러블 정보 출력 장치, 열압축 소형화 건틀렛, 시계를 무기로 변환시킬 수 있는 ‘톰 포드 투버튼’ 슈트, 일반적인 방탄 장갑의 기능을 탑재한 채 버튼 하나로 장착이 가능한 실크의 히어로 슈트까지.
그 외에도 ‘스타 로드’라는 작자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며 자신들에게 제작을 부탁한 여러 부속 장비들까지.
하지만 히이로는 그것들을 팔지 않았다.
단순히 이런 장비들이 풀렸다간 키보토스가 혼란스러워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그녀의 개인적인 이유였다.
‘제가 아는 누군가도 그랬으니까요.’
그게 누구인지는 전해듣지 못했으나 그녀의 의견은 확고했다.
그녀가 구상해낸 기술은 세간에 풀리지 못하고, 실크의 것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 때문에 히이로는 의논을 할 때마다 예산적인 문제에서 매번 한계에 봉착하곤 했으나 그녀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아크 리액터의 연비적인 문제와 리펄서의 에너지 변환식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어요?”
“으음. 생각 좀 해봐야할거 같은데…….”
“될 거 같죠? 그쵸?”
그 어떤 한계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달려든다.
때로는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의견마저 내뱉으며 득달같이 달려들어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
마치, 지니지 못한 것을 어떻게든 손에 넣겠다는 탐욕적인 기질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우타하가 보기에 히이로만큼 탐욕에 염세적인 감상을 지닌 아이도 또 없었다. 그렇기에 히이로가 보이는 이러한 모습은 아마 은연 중에 드러나는 그녀의 본심 중 하나일 것이다.
원하는 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마음가는 대로 삶을 영위하고 싶다.
그 어떤 한계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이면이 있다.
저것이 우타하가 바라본 히이로의 이면이었다.
어찌보면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히이로가 지금 드러내는 감정은 가히 결벽적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최근에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은 좋지 않았다. 본디 드넓었던 히이로의 시야가 좁아졌다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졌으니까.
“히이로.”
“네?”
“너, 무슨 고민 있지.”
“네.”
우타하가 툭 던질 질문에 히이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보기에도 지금 그녀와 평소의 그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
“말해줄래?”
우타하의 부탁에 히이로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하나의 문제가 있는데, 관점은 두 가지가 있어요.”
“…관점?”
“하나는 사건의 궁극적인 운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져 있어서 바꿀 수 없다고 보고, 또 하나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고 매순간 뒤틀리는 것이라고 보죠. 따라서 누군가는 원인을 배제하고자 하며, 누군가는 과정을 뒤틀고자 하죠.”
“…….”
우타하는 잠시 침묵했다.
운명의 결정론이냐, 혹은 비결정론이냐.
지금 이게, 히이로가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대체 왜 이딴걸… 아니, 이런 어려운 내용을 고민하고 있는거지?
“또한, 누군가는 말합니다. 지나간 일에 미련을 가지지 말라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신념이라고.”
“…….”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생각…?”
히이로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숨을 고르며 선언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제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것을요.”
“……뭐?”
속하지 못했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그래서, 제가 사건에 개입하는 순간 그 이야기는 구성을 잃고, 형태마저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을…….”
“저의 개입으로 한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면, 저는 과연 개입을 해야할까요. 멈춰야할까요.”
“…….”
미래는 결정되었는가?
혹은, 혼란스러운 가능성의 집합일 뿐인가?
이는 당사자들의 관점일 뿐이다.
그저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운명의 형태마저 뒤틀게 하는 누군가에겐 그 모든 관점은 내부와 외부의 관점에 불과하였다.
“수십 가지의 선행을 위한 한 가지의 악행.”
“저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만 하나요?”
우타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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