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2



“지금 그거…네가 말한 거니?”

-그래, 내가 말했어.

고양이 주제에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당당하게 말하는 녀석.

고아원에서 읽었던 짧은 동화가 떠오른다.

분명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토끼 사냥을 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떨어지던 내용이었다.

그 동화에도 분명 말하는 고양이가 나왔다.

비록 대가리만 나온다 할지라도.

“나를 도와 준다니. 무슨 의미로 한 말이야?”

고양이는 내 품에서 늘어지게 하품하며 중얼거린다.

-하아암…너는 나를 치료해준 인간이니까, 대가를 갚는다고 생각해.

“아니, 딱히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닌데.”

-그래, 그래서 내가 도와주겠다고 한 거야. 정말 순수한 호의였으니까 말이야.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걸까…꿈속 고양이는 만능인 걸까?

“어떻게 도와줄 생각인데?”

이에 고양이는 아까 전처럼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랄까 미간을 좁히며 턱을 괴는 모습이 딱 고민하는 모습이긴 했다.

이윽고 고양이는 제 손을, 아니 앞 발바닥에 육구를 마주치며 외친다.

-좋아! 특별히 소원을 들어 주도록 하지.

“소원이라 하면?”

-뭐든지, 내가 가능한 정도에서.

기분이 팍 식었다.

그럼 그렇지.

난 또 이 고양이가 신들의 전령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보통 신들은 이런 동물들을 곧잘 사용하곤 하니까.

하지만 마지막 말에 붙은 ‘가능한 정도’. 신들은 이런 말 안 한다.

자신들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것이 신들이니까.

즉 이 고양이는 조금 특별한 고양이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에휴, 그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는 품속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고양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고양이스럽지 않은, 자신만만을 넘어서 오만한 태도의 고양이.

하지만 그 외형은 작디작은 귀여운 고양이.

나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쫓겨날 일만 남은 아카데미…

‘적어도 같이 있어 줄 동반자가 있어 주면 외롭지는 않겠지?’

마음을 정했다.

“소원을 빌게.”

-음!

고양이는 경청하겠다는 듯이 자세를 곧게 폈다.

“내가 원하는 건…”

나는 그런 고양이와 눈을 맞추며 내 소원을 말한다.

“네가 내 가족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냐?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나하고 같이 있어 주길-”

-아니 아니, 뜻을 되물은 게 아니라.

“그럼?”

-…..정말 그런 소원이어도 괜찮겠어? 나라면 뭐든지 해 줄 수 있는데? 더 대단한 것도 해 줄 수 있어.

나는 피식 웃으며 고양이를 꼭 끌어안는다.

“됐어. 너 하나면 충분해.”

고양이가 대단한걸 해준다고 해봤자.

고양이 부대 불러와서 아카데미 개판, 아니 고양이판 만들기?

푸흐흐 그건 괜찮을지도.

-…..알겠어.

고양이는 뭔가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몸을 꾸물꾸물 비틀어 얼굴을 내게 들이민다.

-그럼 지금부터 계약을 시작할게.

계약까지?생각보다 거창하구만.

-이 드림랜드의 그레이트 원이자.

-아둔한 백치 아버지의 측근인 기어드는 혼돈의 딸.

…어라? 못 알아먹을 말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뭔가….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 아우터 갓 릴리스는 계약에 의거하여 지금, 이 시간부터 인간 아서의 가족이 되기로 맹세한다.

고양이의 눈에서 이질적인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분명 검은색이지만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빛이라는 한없이 비현실적인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이 맹세는 내 본신에 새겨질 맹약이며 이는 위대한 데몬 술탄의 이름으로 반드시 이행되리라.

나를 마주 본 고양이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뒷목을 감싼다.

-…대신하여 나는 계약자 아서에게 대가를 받아 내겠다.

“뭐? 그런 말은 없었잖아?!”

-대가는 그의 에너지와 신체의 일부로 한다.

“이봐!! 누구 멋대로-”

쿠웅

그때, 누군가가 내 머리를 강하게 짓누르는 듯한 중압감이 가해졌다.

어느새 내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고양이가 선언하듯 외친다.

-위대하신 데몬 술탄이자, 우리의 아둔한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어서 고양이가 작게 속삭인다.

-그럼 현실에서 보자꾸나.

“그게 무슨-”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따지기 위해 입을 벌린 찰나 그 위에 고양이의 입이 겹쳐진다.

“우읍?!”

당황하며 고양이를 떼어내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내 팔은 들어지긴 커녕 힘이 축 빠지며 늘어진다.

팔에 이어서 다리, 몸통, 끝내 머리에 눈꺼풀까지.

온몸의 힘이 쭉 빠지며 사고가 멈추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마지막으로 흐릿하게 보인 것은 고양이의 새까만 눈동자.

‘아아….이래서 어른들이 모르는 사람 말 함부로 믿지 말라고 하셨-‘

그 뒤로 사고가 툭 끊겨 버렸다.

—-

“으음….”

숙취라는 게 이런 느낌인걸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며 정신이 몽롱하다.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자,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것은 익숙한 천장이…..아니었다.

“…음?”

보이는 것은 고양이처럼 날카롭고 새까만 눈동자.

그리고 그런 눈동자를 부드럽게 감싸는 기나긴 속눈썹.

눈을 이루는 곡선은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눈을 보자 마치 탈주했던 정신이 몸에 다시 정착하는 것처럼 온몸에 감각이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츄릅…”

그리고 느껴진 것은 입술로 느껴지는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

이어서 살짝 벌어진 내 입술 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응?

“으어억?!”

눈이 번쩍 뜨이며 그제야 현재 상황이 제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곧장 몸을 일으켜 뒤로 바바바박 물러난다.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내 기숙사.

퇴학 통보(예정)를 받고 지쳐서 잠이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분명 그때만 해도 나만의 휴식처였건만.

누군가가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것도 잠들어 있던 나에게…입을 맞추면서.

“어머. 일어났니?”

눈을 떴을 때 보았던 그 매혹적인 눈이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휘었다.

“누, 누…누구세요?!”

턱을 달달 떨며 뱉는 내 말에 여자가 자기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어라~ 내가 누군지 모르겠니?”

그제야 나는 그 여자의 까만 눈동자에서 시선을 옮길 수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새하얗다 못해 창백하여 핏줄이 보일 것만 같은 피부에,

자기주장을 똑똑히 하며 폭력적인 곡선을 만들어 내는 몸매,

폭포수 같이 흘러나와 중요 부위를 전부 가리며 발치까지 내려오는 밤하늘처럼 새까만 머리카락까지.

다시 시선이 올라가고 이번에는 얼굴을 본다.

마찬가지로 새하얀 피부가 깔려 있지만 이와 대비되는 윤기 나는 핏빛 입술,

고양이처럼 눈초리가 올라가 요염한 느낌을 주는 눈매,

이 모든 것이 자로 잰듯 완벽한 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남녀 불문의 모든 사람이 다시는 시선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야말로 신이 직접 만든 조각품, 아니 여신이 눈앞에 있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너무나 완벽해 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외모가 아닌 것만 같아 일종의 기괴함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누, 누구시죠?”

봐도 모르겠습니다만.

애초에 이런 외모를 가진 사람이면 내가 잊어먹을 일도 없을 것이다.

한번 보았으면 평생 가슴앓이할 외모다.

내 말에 여자의 눈초리가 축 처진다.

누가 봐도 실망한 듯한 표정.

“가족도 몰라보다니….”

가족? 누가?….잠깐.

찰나간 스친 어떠한 생각에 나는 그녀의 눈매를 다시 쳐다본다.

‘…고양이 같은 눈매?’

다음은 입술이다.

‘키, 키스?’

마지막으로 조금 전 여자가 했던 말.

‘가족?’

퍼즐이 하나둘 맞춰질 때마다 내 입이 점점 더 벌어진다.

마침내 막힘없이 뱉어지는 외침.

“고양이!?”

경악이 담긴, 비명에 가까운 내 외침을 들은 여자는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정답~”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다시 한번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지, 진짜 그 고양이라고? 조막만하던 그 고양이가?

내 시선을 의식한 여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자기 몸매를 강조하듯 요염한 자세를 취한다.

“어때? 마음에 들어?”

움직임에 따라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간신히 가리고 있던 중요 부위가 보일려하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워워, 잠깐만요. 그, 옷은 좀 입어 주셔야…”

“응? 아, 난 상관없는데?”

“제가 상관 있습니다. 제가!”

흐음, 하며 고민하던 여자가 딱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의 몸을 감싸던 머리카락이 꿈틀거렸다.

머리카락은 저들끼리 얼기설기 엮기더니 면을 만들고, 그 면끼리 모여서 옷을 만들어내었다.

끝내 입혀진 옷은 새까만 이브닝 드레스.

창백한 피부와 대조되어 마치 밤의 여신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거면 되니?”

“…네.”

나신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에 그만 대답이 늦어지고 말았다.

내 반응을 본 여자의 눈초리가 부드러운 호를 그렸다.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나는 입가에 물기가 느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흐르기 직전의 침을 도로 삼킨 나는 여자와 시선을 맞추었다.

“….진짜 그 고양이라고요?”

“응. 그 고양이 맞아.”

“원래 그런 모습이었어요?”

“우리는 딱히 정해진 모습이 없어. 그나마 나는 계약자에 따라 나이를 바꾸는 거지. 그래도 뭐, 따지고 보면 나는 이쪽이 본체라고 생각하고 싶네.”

정해진 모습이 없다고? 잠깐만…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인데.

“그 ‘우리’라는 건….뭘 말씀하시는 건지…”

“아우터 갓. 쉽게 말해서 이 우주 바깥에 존재하는 신.”

….신? 지금 신이라고 말한 거 맞지?

심지어 마지막 말.

본래 이 세상에 존재하던 신이 아닌,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신을 뜻하는 말이 있다.

그것을 떨리는 입으로 발음해 본다.

“…외신?!”

“음…너희들 관점에서 보면 그렇겠네.”

이어서 드는 끔찍한 생각.

‘그럼 나 외신한테 가족이 되어 달라고 빈 거야?!’

외신에 대한 이야기는 많고 많았지만 모든 이야기가 하나 같이 말하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끔찍하리만큼 잔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

판단이 선 즉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으, 응? 왜 사과하는 거니?”

“그야….”

외신의 심기를 건드린 인간들은 하나 같이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

한순간에 목이 날아가면 다행이지, 평생 죽지도 못하고 불타는 듯한 고통을 안고 살아간 사람도 있다.

그 참혹한 전승을 떠올린 내가 덜덜 떨고 있을 그때.

부드러운 손길이 내 턱을 들어 올렸다.

두려움에 떨며 마주친 새까만 눈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감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괜찮아. 사과하지 않아도.”

고아원에서 자랐던 나는 나름대로 자랑할 만한 재주가 있었는데.

바로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것이다.

그 무엇도 잘난 것이 없던 나에게 인간관계란 항상 살얼음판과 같았으니까.

살아남기 위해선 눈치가 필요했다.

그렇게 단련된 눈치로 본 이 아름다운 외신의 눈에는…한없는 자애로움이 품어져 있었다.

고아원 철장 너머로 보았던 단란한 가족의 모습.

자기 피붙이를 바라볼 때의 그 따뜻한 눈빛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러한 눈빛을 정면에서 받아보고 싶어,그런 소원을 빈 게 아니었을까.

외신은 팔을 활짝 벌려 나를 품에 넣었다.

투명할 정도로 창백한 피부는 언뜻 보기에 얼음장처럼 차가울 것 같았지만.

외신은 품은 기억도 나지 않던 어머니의 품이 이러지 않을까 생각할 만큼, 너무도 포근하고, 따뜻했다.

떨림이 멎고 온몸에 긴장이 풀렸다.

몸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밀며 품속으로 더욱 파고든다.

외신은 내 움직임을 부드럽게 받아주며 한 손으로 내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괜찮아졌을까?”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푸근함을 만끽하며 살짝 잠긴 목소리로 답한다.

“네…”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날 쓰다듬던 외신이 내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인다.

“이제부터 나는 네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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