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4



“으읍?!”

나는 아연실색한 눈으로 릴리스를 바라본다.

맨정신으로 느끼는 릴리스의 입술은 잠에서 깬 직후에 느낀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무엇보다…..뜨거웠다.

콧속을 파고드는 체향에 머리가 후끈해지는 느낌이었다.

호흡패턴이 망가지며 숨이 막힐 듯한 찰나, 릴리스가 입술을 떼었다.

혀로 입술을 핥는 릴리스는 나를 품어 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다시 입술을 들이미는 릴리스의 얼굴을 다급히 손을 뻗어 막는다.

“왜에~ 놓아줘~”

다행히 약간의 이성은 있었는지 강제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잠깐만요. 분명 식사를 하신다고 했는데 왜 키스하는지…”

내 말에 눈에 초점이 일부 돌아온 릴리스가 꿈꾸는 듯한목소리로 답한다.

“계약조건 기억해?”

” ‘제 에너지와 신체 일부를 대가로 받는다.’ 이거요?”

“응, 나는 인간의 생명력을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하거든. 이게 나한테는 식사야.”

“그럼 신체 일부라 함은…”

“그건 아직은 필요 없어.”

‘아직’은 말인가.

“궁금증은 해소 됐지? 그럼 이제….”

릴리스의 머리카락이 뻗어 나와 내 양손을 꽁꽁 묶어 옆으로 치워 버렸다.

“밥 줘.”

다시 초점이 흐려진 릴리스가 입술을 겹쳤다.

-쪼오옥

뭔가를 애타게 빨아내는 그녀의 움직임에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린다.

“저기….”

“네?”

“입 벌려주면 안 될까?”

“네?!”

“너무 조금씩 나온단 말이야~ 응? 벌려 줘어~”

릴리스는 내 몸에 딱 달라붙으며…..놀랍게도 애교를 시도했다.

“밥 죠~ 릴리스 밥 죠오~”

그 치명적인 귀여움과 야릇함이 공존하는 모습에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아~”

릴리스가 나에게 해준 것을 생각하면 못해 줄 것도 없었다.

“잘 먹겠습니다~”

이번에는 릴리스도 입을 크게 벌린 채 내 입을 덮듯이 겹쳐왔다.

후끈한 열기가 내 입에 들어온 것을 느낀 나는 동시에 기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몸속에 있는 무언가가 입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게 내 생명력인가?’

“으음~”

릴리스의 표정에 행복함이 절제 없이 드러나는 것을 보니 맞는 모양이다.

조금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이 빈틈 없이 입을 밀착시킨 릴리스.

-쪼옥 쪼옥 쪼오옥

열심히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리며 빠져나가는 느낌이 더 강렬해진다.

이게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하니, 불안 할 만도 했지만…

‘…어라? 생각보다 괜찮은데?’

분명 빠져나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몸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현기증이나 탈력감 같은 것도 없었고.

딱히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자 오히려 입술로 느껴지는 감각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릴리스가 위에서 덮치는 자세였기 때문에 열린 입을 통해서 릴리스의 타액이 조금 흘러들어왔다.

릴리스의 타액은 그녀가 줬던 벌꿀술보다는 조금은 덜한 달콤함과 그보다 더한 향기를 품고 있었다.

적은 양이었지만 후각과 미각으로 느껴지는 그 달콤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그때.

-쪽!

입술과 입술이 떨어지며 투명한 실이 잠깐 생겼다 사라졌다.

“으으음~”

릴리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자기 볼을 감쌌다.

“역시. 네 생명력은 다른 것들보다 훨씬 달콤하단 말이지.”

‘역시?’

등을 버티고 서 있던 머리카락이 스르르 풀리자, 다리가 풀린 내가 털썩 주저앉았다.

“좀 어지럽거나 현기증, 두통 등 가벼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영구적인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아뇨, 딱히 어지럽진 않은데…”

다만, 계속해서 떠오르는 입술의 감촉에 머리가 아찔해진다.

“그래? 이상하네. 오랜만이라 나름 많이 빤 편인데….그럼 더 빨아봐도 돼?”

다시 들이대는 릴리스를 간신히 막아 낸다.

“죄송합니다만 인간은 잠이란 걸 자야 해요. 그리고 지금 시각은….”

벽에 걸린 시계가 마침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걸 본 릴리스가 입술을 삐죽 내민다.

“칫, 어쩔 수 없네. 그래 알았어. 오늘은 이만하고 자자.”

릴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남아 있던 올드원 구이를 포함한 식사의 흔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씻을 거야?”

“아뇨. 그냥 잘게요.”

솔직히 씻다가 중간에 쓰러질 만큼 졸렸다.

이상한 일을 연속으로 겪어서 그런가? 유독 피곤했다.

그런데…

“…지금 뭐 하세요?”

“응? 잘 준비한 건데?”

예, 그건 딱 보니까 알겠는데 말이죠?

“왜 당연하다는 듯이 제 침대에 눕는 건데요?”

“가족끼리는 같이 자려는 게 당연하잖아?”

당연할 리가 없….. 아니, 당연한 건가?

진짜 가족이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일단 고아원에서는 한 침대당 반드시 한 명만 누울 수 있었는데…

“자, 이리 와.”

릴리스가 이불을 걷어올리며 남는 공간을 팡팡 두드린다.

머뭇거리며 다가가는 나를 잡아챈 릴리스는 자기 옆에 나를 눕혔다.

나와 릴리스가 서로를 향해 돌아서 마주 보는 자세였다.

“…이렇게 자겠다고요?”

“응.”

릴리스는 이불을 당겨올려 나와 자신을 동시에 덮었다.

잔뜩 기대하는 듯한 릴리스의 표정에 따질 기운조차 잃은 나는 한숨을 쉬며 마법등을 향해 말한다.

“녹스.”

명령어를 들은 마법등이 저절로 불을 껐다.

창문은 전부 커튼으로 가리고 있었기에 방은 빛한 점 없는 어둠에 휩싸인다.

어둠으로 인해 시야가 차단되니 다른 감각에 신경이 쏠린다.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생명체로서의 열기와 같은 이불 속이라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

특히 향기는 약하게 들리는 호흡 소리에 따라 진해지고 옅어지길 반복했다.

“오늘 어땠어?”

갑자기 물어온 질문이었기에 머리에서 답을 내놓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네?”

뭐… 그것마저 제대로 된 대답은 아니었지만.

내 어벙한 대답에 어둠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딱히 가족다운 가족이 있어 본 적은 없어서 말이야. 제대로 가족 역할을 해줬는지 모르겠네.”

소심한 나라도 저 말에는 강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좋았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그래?”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참지 못 하는 성격이라.

“…마지막 키스만 빼면.”

라고 말해 버렸다.

“어머, 키스라니? 그건 그저 식사였을 뿐인데?”

“뻔뻔하시네요.”

생각해 보니 억울했다.

나는 나름 첫 키스였는데.

“첫 키스였어?”

외신에게 사람 마음 읽기는 식은 죽 먹기인 것 같다.

“…네.”

“어땠어?”

“무, 뭘 물어보시는 건가요?”

그러자 어둠 너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오감을 통해 전해지는 릴리스의 존재감이 더욱 가까워졌다.

이젠 릴리스의 호흡 소리가 확연하게 귀에 꽂힌다.

“원한다면, 더 해 줄 수도 있는데?”

릴리스의 속삭임은 끈적거리고 또한 뜨거웠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절로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 안 돼요! 그래도 가족인데…”

“어머, 키스 정도는 가족끼리도 서슴없이 하는 거 아니었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무리 내가 가족에 대해 잘 몰라도 저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 이 외신을 날 놀리고 있다.

“후후훗. 귀여워라.”

“애초에 다른 방법은 없나요?”

“응?”

“저도 릴리스가 굶는 건 원하지 않아요. 제가 줄 수 있는 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릴리스에게 받은 걸 생각하면 이것도 모자라다고 생각하니까.”

“그럼 하면 되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다.

-하아…

안 보이지만 알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아주 가까이, 조금만 더 움직여도 입술이 닿을 거리에 있다는 것을.

“그,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다른 방법이라… 있긴 한데 말이지?”

다음 순간 릴리스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들렸다.

“해볼래?”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을 꾹 내리참으며 말한다.

“…뭔데요?”

“후훗, 맞춰볼래?”

말하는 동시에 릴리스의 손이 내 배에 닿았다.

시야가 차단 되어 예민해진 감각을 통해 릴리스의 기다란 손가락이 느껴진다.

릴리스의 손은 천천히 내려가 내 아랫배를 향해 내려갔다.

손의 목적지를 예상한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릴리스의 손을 막았다.

“키스! 키스로 하죠.”

“어머, 난 상관없는데.”

“제발 키스로 해요, 네?”

“후훗, 그렇게까지 나랑 키스하고 싶다면야. 내가 양보해 줄게.”

그 뒤로 대화가 잠시 끊겼다.

뭔가 말을 해야 할 분위기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는 그 견디기 힘든 시간.

머뭇거리던 내게 릴리스의 속삭임이 들린다.

“자장가 불러줄까?”

“필요 없어요!”

누굴 애로 보는 것도 아니고.

마침 궁금했던 것이 떠올랐다.

“릴리스. 혹시 릴리스도 잠을 자나요?”

예전부터 궁금했다.

과연 신들도 잠을 잘까?

“잘 수는 있지.”

“….’수는 있다’?”

“자고 싶으면 잘 수도 있지. 안 자고 싶으면 영원히 안 잘 수도 있고.”

오오, 신은 상당히 편리한 몸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라면…

“물론 나는 자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진짜 속마음을 다 읽히는 기분이다.

“잠에서 깼을 때에 그 개운함은 좀처럼 얻기 힘든 거야. 포기하기에는 아깝지.”

“저랑 똑같네요. 저도 잠을 선택할 수 있다면 잘 것 같아요.”

“그럼~ 특히 잠에서 막 깨고 나서 뒹구는 그 느낌은…”

“아! 알 것 같아요. 그 몽롱하면서도 행복한 그 기분.”

“….우리 생각보다 잘 맞는 거 같네.”

“그러게요. 뜻밖에……..하아암~”

제멋대로 튀어나온 하품 때문에 말이 끊겨 버렸다.

“피곤하구나? 이제 그만하고 자자.”

“네.”

그때. 따스한 온기가 내 몸을 감쌌다.

“자, 잠깐만요. 이러고 자려고요?”

“응.”

“…이건 좀…..”

부드러운 릴리스의 품에 안겨 있자니 정신이 몽롱해진다.

심지어 규칙적으로 내 등을 두드리는 릴리스의 손길까지 더해지니 눈꺼풀이 저절로 무거워진다.

자세가 어떻든 아무렴 어떤가.

릴리시의 품은 사람을 관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아암….잘 자요, 릴리스.”

“….잘자.”

릴리스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의식을 날려 버리며 골아떨어졌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어떠한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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