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5



잠에서 깨자마자 시야를 가득 메운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턱 밑까지 올라온 비명을 가까스로 참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눈을 꼭 감은 채 새액새액 숨을 내쉬는 릴리스의 잠든 얼굴.

그토록 성숙해 보이던 릴리스가 지금은…..귀여워 보였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젯밤에 있었던 릴리스와의 키…식사가 떠올랐다.

‘그래. 그건 식사였다. 키…스…가 아니라, 식사였어.’

뇌 내 자기최면을 걸며 스스로 합리화를 했다.

생각의 주제가 주제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릴리스의 윤기 나는 입술로 향한다.

저절로 걷혀진 마법 커튼 덕분에 흘러들어온 아침햇볕이 릴리스의 입술을 핏빛으로 빛나게 만들었다.

그 탐스러운 입술을 보고 있자니 이상한 충동이 몸을 지배한다.

릴리스가 깨지 않도록 조심히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댄다.

뜨거운 숨결이 손가락 사이를 통과하고, 마침내 그 빨간 두 협곡에 손가락이 닿았다.

‘우와…’

새벽의 이슬이 전부 여기로 모인 것처럼 촉촉한 입술의 감촉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찌그러지며 이리저리 빛을 반사시키는 그 모습마저 아름다워 멍하니 그 모습을 집중해 보고 있었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앙~”

내 손길을 가만히 받아드리고 있던 입술이 갑자기 벌어지며 검지를 물었다.

“우왓!!”

화들짝 놀라는 나와 릴리스의 시선이 마주친다.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리는 릴리스.

“깨, 깼어요?”

“웅.”

“언제부터….”

릴리스는 대답하는 대신 손가락을 쪽쪽 빨아들였다.

“윽. 장난쳐서 죄송해요.”

릴리스는 내 손가락을 문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사과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눈은 장난기를 가득 품은 채였다.

“그….자고 있던 릴리스 입술 가지고 장난쳐서 죄송해요…”

이에 릴리스는 싱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더니….

“으윽! 릴리스?! 갑자기 혀는 왜!?”

손가락을 핥는 가슬가슬한 감촉에 소름이 돋는다.

두어 번 더 핥던 릴리스는 손가락을 사탕처럼 강하게 빨아들이며 입술에서 퐁 소리가 나게 빼주었다.

“못된 손가락이네~”

“…죄송합니다.”

“할 거면….”

갑자기 릴리스가 거리를 좁히더니 내 입술 근처에서 말한다.

“요 입술로 해 줘. 그럼 봐줄게.”

후끈하게 다가오는 달콤한 숨결에 절로 정수리 부근이 뜨거워진다.

다급히 얼굴을 뒤로 빼며 말한다.

“자, 잘 잤어요, 릴리스?”

내 반응에 릴리스가 장난기 충만한 눈웃음을 지었다.

“덕분에.”

“으윽…”

이거 계속 놀릴 분위기다. 뭐라도 주제를 바꿔야-

-꼬르르륵

“……”

“……”

아, 쪽팔려.

“후훗, 배고프지? 뭐 먹을래? 어제랑 똑같은 걸로?”

어제라면 그 올드 원 구이인가?

“그….사냥 힘드실 것 같은데 그냥 있는 거로 먹을까요?”

“딱히 힘든 건 아냐. 잘 안 죽어서 살짝 귀찮을 뿐이지.”

“그러면-”

“맛있었지?”

이렇게 나오면 할 말은 한 가지밖에 없다.

“…..네.”

“하나 더 잡아 올게.”

아무래도 릴리스는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하는 꼴을 보기 싫은 모양이다.

벌떡 일어난 릴리스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휘리리 돌자 잠자며 구겨졌던 드레스가 꼿꼿이 펴졌다.

“그럼 다녀올게. 이번에는 오래 안 걸릴 테니까…”

릴리스가 손가락을 튕긴다.

“울지 말고, 후훗.”

라는 말을 남기며 릴리스는 어제와 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거 죽을 때까지 놀릴 것 같은데.”

망했구만.

—-

릴리스가 잡아 온 신선한(?) 올드 원 구이는 오늘도 맛있었다.

내게 먹여주겠다며 달려드는 릴리스를 말리느라 진땀을 빼긴 했지만.

“그럼 나도 이제 식사를 해볼까?”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릴리스의 머리카락.

어제의 일이 떠올라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굳이 묶지 않아도 되니까요!”

“흠, 이런 취향은 아닌 모양이네.”

“…..무슨 말씀이신지.”

“몰라도 돼. 츄릅…”

릴리스의 붉은 뱀 같은 혀가 꿈틀거리며 입술을 핥았다.

슬쩍 보니 그녀 입가에는 침이 번들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어지간히 배고픈 모양이네.

“그럼….”

손을 뻗어 릴리스의 뺨을 붙잡자, 내 쪽에서 먼저 다가올 줄 몰랐다는 듯 릴리스의 눈동자가 동그래진다.

이내 눈초리가 부드럽게 휘어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었다.

릴리스는 가만히 눈을 감더니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기다려주었다.

내가 스스로 입을 맞춰오길 바라는 것이다.

‘이거….내가 직접 하려니까 엄청 떨리네.’

나를 기다리는 릴리스의 입술을 보니 심장이 주책없이 두근거렸다.

약간은 모자란 키 때문에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올려 천천히 입술을 가져다 대니 릴리스의 숨결이 내 피부를 간지럽혔다.

마침내 입과 입이 통해지며 뜨거운 열기가 내 쪽으로 넘어왔다.

“우읍…!”

기다렸다는 듯이 릴리스가 몸을 내 쪽으로 기울이며 자기 무게중심을 내게 떠넘겼다.

무거움을 느끼기도 찰나, 릴리스의 머리카락이 내 허리를 받쳐주면서 온전히 릴리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후으음…”

입술끼리 마주 비비던 릴리스.

얼마 지나지 않아 릴리스의 혀가 내 입술을 톡톡 두들겼다.

그 의미를 알아챈 내가 입을 열기가 무섭게 릴리스가 내게 달려들듯 입술을 부딪쳐 온다.

“쪼오옥!”

어제 느꼈던 싸늘한 감각이 느껴짐과 동시에 릴리스의 두 눈이 초점을 잃었다.

“하아…쪽…쪼옥…”

숨을 쉬기 위해 중간중간 떨어질 때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내게 달라붙는다.

어제도 그랬지만 식사 중인 릴리스는 성격이 완전히 뒤바뀌는 모양이다.

성숙한 느낌은 그대로지만, 그 성숙함 안쪽을 채우는 평소의 따뜻한 자애로움이 식사 중에는 묘한 색기로 교체되는 것 같다.

“마시써~”

….그리고 중간중간 입을 땔 때마다 중얼거리는 혀 짧은 말에는 심각한 귀여움이 담겨 있었다.

키스하며 점점 몸이 뒤쪽으로 기울여져 이제는 거의 누운 수준으로 각도가 틀어졌지만, 릴리스의 머리카락이 굳건히 받쳐주며 이 기괴한 자세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릴리스에게 고마운 마음과 약간의 사심을 담아 입을 벌려주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힐긋 릴리스 너머를 바라보았다.

시야에 들어온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8시 40분…음? 오늘은 분명……

“우웁!!”

다급히 릴리스의 등을 두들겼지만.

“우웅…”

릴리스는 떨어지긴 커녕 더 달라붙기만 한다.

“릴리스 잠ㄲ…으웁!”

말을 이어지지 못하게 입으로 막아 버리는 릴리스.

하는 수 없이 릴리스의 얼굴을 직접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우웅, 왜에~”

내 격한 저항의 몸놀림에, 릴리스의 눈빛이 조금이나마 돌아오며 내 연약한(상대적이다) 손힘에도 순순히 밀려났다.

격렬한 식사의 후유증으로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말한다.

“저, 등교해야 합니다.”

“응?”

“등교. 해야 한다고요.”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릴리스가 갑자기 고개를 홱 틀더니 내가 보던 시계를 바라본다.

“으윽, 시간이….”

나를 돌아본 릴리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우웅, 아직 배고픈데….”

…식사 중이 아니더라도 릴리스의 애교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수업을 빼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땡땡이 ㅊ-”

“안 됩니다.”

애초에 땡땡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람.

“으우…..”

릴리스는 계속해서 아쉽다는 듯이 나를, 정확히는 내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다시 올게요.”

“…..꼭 와야 해.”

“네. 반드시 올게요.”

내 확답에도 잠시 망설이던 릴리스는 끝내 머리카락을 풀어 주었다.

“대신 점심시간에는 많이 먹을 거야.”

“네.”

“아예 한시간 동안 놔주지 않을 테니까.”

“……”

숨 막혀 죽지 않을까, 라는 걱정과 동시에.

조금, 아주 조금 점심시간이 기다려졌다.

옷은 어제 하교하고 기숙사에 들어온 그대로였기에 구겨진 부분만 대충 피고, 씻을 시간도 없어 어리저리 휘날리는 머리를 빗으로 뻑뻑 긁어내렸다.

이어서 다급한 움직임으로 방을 나서려는 찰나.

뭔가 부드러운 것이 내 등에 맞닿는다.

그게 뭔지 떠올리자 내 얼굴이 급격하게 뜨거워졌다.

“무, 뭐 하시는….”

나를 뒤에서부터 끌어앉은 릴리스가 내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잘 다녀와.”

나른하게 속삭이는 릴리스의 목소리에 귓가에 소름이 돋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얼마 만에 하는 건지 모를 인사말을 던졌다.

그러자 돌연 릴리스가 내 몸을 홱 돌리더니 입을 맞춰온다.

시간을 고려한 것인지 매우 짧은 입맞춤이었지만, 아까 전의 격렬했던 식사와는 다르게 따스한 감정이 담겨서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멍하니 바라보는 나에게 릴리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주었다.

“후훗, 오늘 하루도 힘내라는 의미야.”

“…보통은 이마에다 하지 않나요?”

“어머, 당연히 입이 더 좋은 거 아니었어?”

싫다고는 안 했습니다만.

“…진짜 갈게요.”

“잘 다녀와~”

기숙사를 나서서, 손을 흔드는 릴리스를 뒤로하며 방문을 닫자.

즉시 마음속 한구석이 허전해짐을 느꼈다.

나만의 안식처를 떠나 경멸과 멸시의 시선을 마주하게 되는 현실로의 도약은 지금껏 나를 괴롭게 만들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갈까?”

뒤돌아 내딛는 발걸음에는 전에 없던 힘이 넘쳤고, 평소와는 다르게 마주하는 복도가 두렵지 않았다.

딱히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동급생들의 멸시가 담긴 시선도, 선생님들의 냉기 어린 말도 어제와 똑같이 나를 덮칠 것이다.

거기에 퇴학이라는 높디높은 절벽이 내 앞길에서 사라진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데도 뭔가가 달라진 것은 느껴졌다.

‘릴리스.’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는 것.

내가 어디로 가던지, 어디로 떨어지던지, 나와 함께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와 보내게 될 시간에 대한 기대감.

그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만 같았다.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기숙사 복도를 거닐며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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